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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129

맑은 날엔 호수로 달려가자! 비 개인 다음날 파란 하늘이 펼쳐지길래 멋진 풍광을 기대하며 운동 빼먹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신정호로 달려갔다. 날이 따스해지며 꽃들이 피어나자 연일 꽉 차던 주창장은 이상 기온으로 쌀쌀해져서 맑은 햇살이 무색하게 텅 비어 있었다. 나는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하여 걸치고 온 제법 두터운 느낌의 가디건을 찬바람에 꼭꼭 더 여미며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걷게 되었다. 돌다 보니 나중엔 열이 올라 가디건을 벗어서 허리에 묶고 걷게 되었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 수련잎. 조물조물 손으로 빚어서 물 위에 하나씩 툭툭 던져 놓은 듯한 연잎들. 저 위에 연못은 색색으로 잎을 빚었던데 요기는 주로 연두색으로만 빚었네. 위 연못에는 홍련과 백련이 섞여서 피고, 이 연못에는 백련이 핀다.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으로 버스 .. 2023. 4. 29.
4월의 한가운데 올해도 화사한 색깔의 꽃복숭아는 오가는 사람들의 뭇시선을 듬뿍 받았다. 박격포 같은 카메라 들고 와서 연신 셔터 누르며 비켜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 풍경으로 잡지 뭐....... 6월이 되면 길쭉한 타원형 모양의 열매를 맺는 뜰보리수 꽃도 일제히 땅을 향해 피어났다. 꽃을 제대로 보고 싶으면 나무 밑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아야 한다. 이름표는 그냥 `보리수'라고 달고 있는데, 그래서 나는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정정하며 부르곤 한다. . 자주광대나물 군락지에 홀로 친구들과 떨어져 피어난 튤립. 군계일학 같은 느낌이라면 자주광대나물이 섭섭하다 하겠지? 보기 드문 흰제비꽃을 만났다. 노랑제비꽃이나 남산제비꽃을 만났을 때와 똑같은 반가움이 와락 올라왔다. 올해는 딱 하루만 나물을 캤다. 쑥과 돌미나리와 민들레... 2023. 4. 21.
환한 봄볕 아래 낮게 낮게 땅 가까이 피는 꽃, 제비꽃들이 여기저기 군락을 이뤄 피어나는 봄. 봄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부는 날이 많은지 그 바람을 견디려면 키를 낮추는 게 현명한 것 같다. 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는 제비꽃을 마주하게 되는 날이 많다. 제비꽃 종류는 수십 가지나 되고 어떤 것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내가 알아보는 제비꽃은 몇 가지 안 된다. 오른쪽 위 제비꽃은 색깔이 연해서 `호제비꽃'일까 하다가 아니야, 잎의 톱니가 많지 않으니 그냥 `제비꽃' 일까 하다가 그냥 포기. 왼쪽 밑의 제비꽃만 확실하게 알아본다. 종지나물(미국제비꽃). 쟤는 어느 아파트를 가도 아파트 화단에 화초처럼 떡하니 잘 자라고 있다. 왜가리의 망중한. 배꽃 피어나는 때에 옆을 지나노라면 맡아질 듯 말 듯 나는 배꽃의 향기. 주름이.. 2023. 4. 11.
신정호 벚꽃 아산 신정호 남산터널 벚꽃길 작년에는 신정호 남산터널 쪽으로는 잘 다니지 않아서 그만 그쪽의 벚꽃 개화기를 놓치고 말았다. 올해는 벼르다가 이때쯤이면 만개했으리라 찾아가 보았다. 신정호 잔디공원 주차장에다 주차 chowol65.tistory.com 작년에는 저렇게 우거지던 벚나무 가지들을 어찌나 인정사정없이 쳐냈는지 올해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올여름에 새 가지들이 자라나 무성해지면 내년엔 작년보다 더 멋진 벚꽃터널을 이룰 수 있으려나...... 한숨을 폭 내쉬며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신정호로 달려갔다. 아기주먹만 한 꽃송이로 주변을 환히 밝히던 탐스럽던 목련은 그새 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래도 호수 건너편에서 남산터널 쪽을 바라보니 연분홍색 도.. 2023. 4. 5.
어느 날의 산책 한창 재정비 중인 길을 피해 다른 길로 신정호를 돌다가 미선나무를 발견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난다는 앵두꽃도 피었다. 희안마을로 접어들며 독특한 건물을 찍는데 조형물 아래 앉아 있는 남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봄날 따사로운 햇살 아래 시름에 겨운 듯한...... 호수빌리지에서 신정호로 내려오자니 바로 양우리가 있네. 살구꽃이 피고 있네. 2023. 3. 27.
초승달 달은 나를 따라오고 나는 달을 따라가며 걷던 길. 2023. 3. 26.
달빛은 내 마음을 적시고 어제는 달무리 진 보름달이 둥실 떴다. 신정호로 가는 차창 밖으로 보름달을 발견한 순간, 딱 보름날 저녁인지 얼른 휴대폰으로 날짜를 확인해 보았다. 한 달에 한 번씩 보는 달인데도 달은 볼 때마다 참 반갑다. 걷는 내내 달을 찾아 좇게 된다. 그런 내 마음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달은 둥그렇게 높이 떠서 내게 부응하듯이 노란 얼굴로 나를 내려다본다. 휘영청 뜬 달이 내 마음을 어루만져 말랑말랑 명랑한 순간이 된다. 어라! 달이 물속에 풍덩 빠져 있다고 아이처럼 탄성을 지르며 가던 길 멈추고 되돌아 뛰어와서 사진에 담았다. 달이 두 개라고, 한껏 들뜬 목소리로 얘기한다. 어디 두 개뿐이겠는가. 내 마음에도 둥근달이 떴는데...... 당신은 제가 당신을 얼마나 많이 사랑하냐고 물었죠 제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 2023. 3. 7.
불빛 따라 걷는 저녁 호수 둘레를 걷다 보면 어느덧 하나둘 가로등 불이 켜지고, 불빛들은 호수로 제 모습을 길게 드리운다. 밤풍경은 불빛이지, 라는 생각으로 오던 길을 자꾸 뒤돌아 보게 되고, 무심히 지나쳐 다니던 많은 날들을 뒤로한 채 새삼 한 컷 담아보기도 하는 길. 가던 길 멈추고 또다시 뒤돌아 보니 반짝반짝 빛나는 땅 위의 불빛들. 멀리 성냥개비 같은 그린타워도 빛나는 밤. 조금 큰 별 금성과 목성은 저토록이나 가까워졌다. 처음엔 멀찌감치 따로 별 두 개가 유난히 빛나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밤하늘을 보고 또 보다가 급기야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저 별들 중에서 유난히도 작은 별이 하나 있었다네~ 라는 `꽃과 어린 왕자'를 가사를 바꿔 흥얼거리게 되었다.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저 별들 중에서 유난히도 빛나는 별이 두.. 2023. 3. 6.
2월의 마지막 날 습관! 능숙하면서도 느린 이 조정자는, 잠시 머무르는 숙소에서 몇 주 동안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다가, 우리가 찾아내면 행복해지는 그런 것이다. 습관의 도움 없이 정신이 가진 수단만으로는 우리의 거처를 살만한 곳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 p24 습관이라는 마취제의 영향... - p28 자주, 하지만 한 번에 조금씩, - p36 우리의 사회적 인격은 타인의 생각이 만들어 낸 창조물이다. "아는 사람을 보러 간다."라고 말하는 것 같은 아주 단순한 행위라 할지라도, 부분적으로는 이미 지적인 행위다. 눈앞에 보이는 존재의 외양에다 그 사람에 대한 우리 모든 관념들을 채워 넣어 하나의 전체적인 모습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전체적인 모습은 대부분 그 사람에 대한 관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관념.. 2023.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