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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129

눈썹달 별 시인 이병기/ 작곡 이수인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 어제의 달력을 확인해 보니 음력 초사흘이다. 눈썹 같은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와야 하는데 별은 어디에? https://youtu.be/muk2vQKsgug 눈썹달이 뜨면 이종완 마음을 툭툭 털고 나서는 길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 맑은 그 떨림처럼 부드럽게 세상을 비추는 달빛 조각들 오르려고 하면 주저앉히고 다시 주저앉으려 하면 다시 띄우고 보이는.. 2022. 9. 29.
가을은 이만큼 와있었네 아침에 무심히 습관대로 창문을 열다가 바라본 하늘에 걸린 초승달. 순간 긴가민가 한참 생각했네. 정말 달 맞아? 저런 모양의 구름인가? 이제 생각해보니 달의 방향이 반대인 것을 보니 저것은 그믐달인가 보다. 비행기 한 대 지나갔을까? 하늘을 길게 가로지른 비행운. 이 논이 이렇게 깨끗한 것은 피를 뽑은 농부의 수고로움 때문이지. 이맘때면 논에서 할 일은 추수하는 것만 남은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운동 끝나고 나오면서 저 논에서 열심히 피를 뽑고 있는 연세 지긋해 보이는 농부를 보았다. 길 가다 우연히 발견한 사마귀. 사마귀의 걸음걸이는 마치 코미디 한 편 보는 것 같았다. 폴짝 뛰어가거나 날아가거나 재빠르게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갈까 말까 갈까 말까를 몇 번 반복하듯이 몸을 앞뒤로 흔들다가(그것도 아주 아.. 2022. 9. 27.
어느 여름날의 황혼 비가 오다 말다 하던 지나간 8월의 어느 저물녘 산책길에서 무지개를 보았다.해지는 반대편 동쪽(길치 및 방향치여서 확실하진 않음)으로 무지개가 떠오를 때조금만 더 선명해져라, 조금만 더 하고 간절히 주문을 걸었지만딱 저만큼만 피어오르다가 그마저도 금방 스러져갔다. 우리가 그 무지개에 감동받으면서 맞은편에서 오는 행인들을 바라보니그들은 등 뒤로 무지개가 뜬 것을 모두 모르는 눈치였다.우리가 보고 또 쳐다보는 데도 무엇을 그렇게 쳐다보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그래서 생각했다.저렇게 무지개가 떠도 그것을 보는 사람이나혹은 보이는 장소에 있게 된 사람만 보게 되는구나!    이렇게 완전한 반원 모양인데 색깔만 조금 더 짙었으면 을매나 좋았을꼬.그래도 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굳이 변명하자면 사진에는 무지개 .. 2022. 9. 21.
오늘의 걷기 오늘은 걸어서 신정호에 가보기로 했다. 차로 가면 집에서 나오는 시간까지 합하여 대략 10분 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그동안 인적 뜸한 인도 위를 덩굴 식물들이 점령하여 길이 없어진 곳들이 많았는데 그사이 제초작업을 하여 다시 길이 나타나 편하게 걸을 수 있다는 반가움에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내가 이따금 차로 넘어가곤 하는 갱티 고개를 배경으로 한 논의 벼들은 아직 푸르다. 초사천을 정비하면서 둘레에 울타리를 친 이 나무를 가까이서 보려고 나무 옆으로 넓게 새로 난 하지만 아직은 포장하지 않은 흙길로 접어들었다. 깔끔하게 나무 둘레를 단장하여서 왠지 나무가 대접받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으로 여기저기 둘러본다. 이쪽에서 보니 논의 벼 색깔이 완전 초록이 아니고 누렇게 익어가는 중인 것 같다. 신정호에 당도하.. 2022. 9. 18.
햇볕은 쨍쨍 땀방울은 줄줄 8월 중순 한낮 햇볕의 기세는 아직도 대단하다. 다리가 검게 타는 것은 괜찮지만 팔과 얼굴이 타는 것은 마음에 걸려 반바지에 모자 쓰고 팔 토시 끼고, 눈부심을 방지하기 위해 선글라스 쓰고 나름 완전 무장 복장으로 호수에 갔다. 올해는 주로 해 질 녘에만 신정호를 한 바퀴씩 걸었음에도 몇 번의 여름 나들이 때문인지 발등이 까매지고 샌들 자국이 하얗게 남았다. 수국은 꽃송이가 커다래도 다 고개를 꼿꼿이 들고 있던데 나무수국의 꽃들은 고개를 떨군다. 커다란 꽃송이. 지나칠 때면 향기도 나는데 무슨 향기라고 표현해야 될지 모르겠다. 그 옛날 엄마 화장대의 분 냄새? 어린 날 시골집의 생울타리였던 무궁화. 까만 진딧물이 어찌나 극성을 부리던지 꽃 보고 다가갔다가 깜짝 놀라곤 했는데 신정호 무궁화나무들은 멀쩡하다.. 2022. 8. 18.
아직 끝나지 않은 연꽃의 시절 일제히 한꺼번에 우르르 피었다가 우르르 지는 것이 아닌가 보다. 한쪽에선 연밥을 달고 있고, 더러는 갈색으로 익어가고 있는데 한쪽에선 이제 막 곱게 피어나고 있었다. 쨍쨍한 햇볕 무섭다고 해 질 녘에나 걷다가 오랜만에 한낮에 찾아간 신정호. 연꽃들은 아직도 환하게 피어나고 있었네. 초록 바탕에 분홍 부처꽃의 색감이 돋보인다. 어느 흐린 날 해 질 녘에 기차 보다 느린 전철이 한참을 가로질러 간다. 2022. 8. 18.
한여름날 찬란했던 순간들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 같이는 복 효 근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 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 되나 초기 블로그 때 친구 블로거 님께서 내게 보내주었던 이 시가 비 온 뒤 토란잎이 아니고 연잎 위에 궁그는 물방울을 보노라면 문득 떠오르곤 한다. 물론 나는 저 `토란잎' 자리에 `연잎'을 갖다 넣어서 생각해본다. 연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는 물방울과 궁글궁글 궁글며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을. 연꽃의 화려하고 찬란했던 자리엔 어느덧 연밥으로 남아.. 2022. 8. 12.
연꽃 멀미 아무리 여름 낮이 길다고는 하지만 저녁 무렵이면 약해지는 햇볕에 꽃잎을 오므린 연꽃만 보자니 아쉬움이 그득하여 활짝 피어 있는 연꽃을 보러 햇빛 쏟아지는 한낮에 신정호로 달려갔다. 예상대로 연꽃은 활짝 활짝 방실방실 피어 햇빛 아래 빛나고 있었네.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연꽃을 사진에 담느라고 바쁘고 와, 정말 예쁘다, 라는 찬사도 곳곳에서 들려왔네. 눈 돌리는 데마다 너무나 예뻐서 여기가 천국인가 했었네! 꽃멀미도 살짝 나는 듯 황홀하기도 하였다네. 가는 길에 배롱나무도 보고, 등나무 터널을 지나, 먼저 수련을 보고, 누구는 마이크 같다고 하고, 누구는 샤워기 같다고 하는 연밥. 연잎은 또 왜 그렇게 예쁜지...... 정말로 꽃멀미 나지요? 2022. 7. 22.
신정호 연꽃은 지금이 한창! 매일 밥 먹듯이 가는 신정호의 하늘이 유난히 짙게 푸르던 날이었다. 여름이 좋은 건 저녁 7시 즈음인데도 이렇게 환하다는 것. 비현실적인 하늘색. 연잎에 드리워진 내 그림자 1. 연잎에 드리워진 내 그림자 2.ㅎㅎ 신정호에 오가며 보는 드문드문 있는 묵정밭들은 개망초가 주인이 되어 모두 개망초 꽃밭이 되었다. 무궁화는 자세히 보아야 더 예쁜 것 같다. 삼색조팝나무. 하늘에 깃털 구름 하나. 희안마을 옥수수. 삶아서 5개씩 비닐봉지에 넣어 한 봉지에 5천 원인데 만 원어치 달랬더니 집안에 일이 있어 얼른 가봐야 된다며 세 봉지를 주셨다. 야호! 싱글벙글! 감사합니다! 꾸벅~ 2022.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