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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눈썹달

by 눈부신햇살* 2022. 9. 29.

 

 

달 보이시죠? 안 보인다고요? 설마~

 
 
 

 
                시인 이병기/ 작곡 이수인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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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달력을 확인해 보니 음력 초사흘이다.
눈썹 같은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와야 하는데
별은 어디에?
 
 
 
 
https://youtu.be/muk2vQKsgug

 
 
 
 

 

 
눈썹달이 뜨면

                          이종완
 
마음을 툭툭 털고 나서는 길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
맑은 그 떨림처럼 부드럽게 세상을 비추는 달빛 조각들
 
오르려고 하면 주저앉히고 다시 주저앉으려 하면 다시 띄우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보이는 것들을 모두 다 지워버리고 나면 다시 보이는 허상
 
피어나는 망상의 틀에서 깨어나려고 하면 밀물처럼 밀려드는 몽니
깨어나야 한다면서도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 못난 그 모습에
처음으로 느낌을 세웠던 길마저도 싸리비로 쓱쓱 쓸고 나서
꿈길처럼 더듬더듬 더듬어가며 걸어가는 사랑의 길이었지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이 서로 등을 기대어 서서 나를 본다
이미 표정을 다 지웠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스며든 향기는 버리지 못하고
어둑어둑해 가는 산길을 더듬어 눈썹달이 뜨면 꽃이 피는구나
 
툭툭 널브러지는 빛들의 흔들림에 펑펑펑 제 마음 주체하지 못하고서
스러질 때 스러져버릴지라도 제 안의 설움은 털어내야지 하며 피네
 
제 안의 환함을 드러내 보이는 그 낯설고 아득한 떨림을 맞이하며
보이지 않는 세상의 그 너머를 그리움으로 물들이며 꽃들은 다시 피네
 
 
 
 

 
실 같던 초승달은 어둠이 내려앉자 조금 뭉툭한 모양으로 보이며
더 또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산 너머로 자꾸 숨는 달을 찾아 숨바꼭질하듯이 
걷던 음력 초사흘 날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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