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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124

피어나는 여름꽃들 테두리가 선명한 구름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여름이구나. 밀도 있게 찰져 보여 주물러 보고 싶은 하얀 구름! 내가 좋아하는 품종의 수국이 피었다고 반가워서 총총 뛰어가 사진에 담고, `Endless Summer'라고 하네. 저기 저 나무 밑 하천가의 원추리는 야생이다, 식재다 한바탕 입씨름으로 얻은 것은? "참 고집 세!"라는 타박...ㅠㅠ 부처꽃도 여름이라고 알려주듯이 피어나고, 연꽃도 피어나기 시작한다. 무지무지 비쌀 것 같은 멋진 수형의 소나무들. 육안으론 잘 구별이 되던데 사진으론 연잎에 묻혀 수형이 도드라지지 않네. 금계국 닮은 `기생초'도 노랗게 피어나는 여름. 그런가 하면 새털 같은 자귀나무도 깃털을 펼치며 피고, 코스모스 심던 자리에 백일홍 심은 것은 참 잘한 일이라고 박수 치며 칭찬.. 2023. 6. 30.
꽃길 물가엔 보라색 꽃창포가 꽃잎 안쪽에 살짝 노란 칠을 하고서 피어났고, 가지마다 별을 무수히 매단 듯한 산딸나무가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누군가 떨어진 빨간 장미 꽃잎으로 하트를 만들어 놓았네. 무수히 많은 날들을 신정호에 왔지만 이렇게 이제 막 꽃잎이 떨어져 쌓인 때를 딱 맞춰서 와 본 적은 처음이다. 다른 해엔 아마도 날이 살짝 저물어 지금처럼 환히 보이지 않을 때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후이거나, 바람에 꽃잎이 흩어져 버렸을 때 왔었나 보다. 낱낱이 떨어져 길 위를 붉게 장식하는 꽃길 위에서 어린 아이처럼 가슴이 마구 설레었다. 원래 이런 길은 연인을 위해 이벤트 할 때나 청혼할 때 일부러 만드는 길이지 않나. 누가 나를 위해 이렇게 준비해 주었을까?😍 나는 동심 가득한 마음으로 .. 2023. 5. 31.
장미꽃 피어 아름다운 5월 꽃은 그저 그렇지만 풋풋하고 싱그러운 향기만큼은 일품인 쥐똥나무. 장미보다는 찔레 향기가 한 수 위라고 늘 생각한다. 많은 장미 품종 중에서 얘는 `안젤라'라고 한다. 만나면 늘 반가운 개망초. 하지만 향기는 개망초 보다 클로버 향기를 더 좋아해서 이따금 한 송이 따서 내내 향기를 맡으며 걷기도 한다. 박태기나무 이파리는 완벽한 하트 모양! 하나 둘, 장미 터널을 지날 때마다 기쁨이 퐁퐁 솟아난다. 완벽한 아름다움! 이맘때 `사사' 라는 이름의 이 대나무의 잎은 환상적이다. `샤샤'라고도 부르는 이 대나무는 키가 20~60cm, 무릎 아래 크기로 가장 작다고 한다. 전국에서 상록으로 월동 가능해 공원 등에서 지피식물로 이용하며, 국내에서 자생하지 않는 일본 원산의 도입 식물이라고. 흰줄무늬사사와 노랑무늬.. 2023. 5. 25.
좋은 날 좋은 너랑 감 각 랭보 푸른 여름 저녁에 오솔길 가리니 보리 향기에 취하여 풀을 밟으면 마음은 꿈구듯, 발걸음은 가볍고 맨머리는 부는 바람에 시원하리라. 아무 말 없이, 아무 생각 없이 가슴에는 한없는 사랑만 가득 안고 멀리멀리 방랑객처럼 나는 가리니 연인과 함께 가듯 자연 속을 기꺼이 가리라. [작가소개] 랭보(Rimbaud) - 1854~1891년 프랑스의 상징파 시인으로 베를렌과 깊은 관계를 맺은 것으로도 유명하였다. 그는 다른 시인들과 달리 산문시에서 일화를 이야기하고 서술하는 내용이나 묘사적인 내용 까지 모조리 제거하고 낱말에서 사전적 의미나 논리적 내용을 박 탈하였다. 또한 잠재의식과 어린 시절의 감각 속에 얼마나 풍부한 시의 재료가 숨어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일뤼미 나시옹》등이다. 2023. 5. 3.
맑은 날엔 호수로 달려가자! 비 개인 다음날 파란 하늘이 펼쳐지길래 멋진 풍광을 기대하며 운동 빼먹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신정호로 달려갔다. 날이 따스해지며 꽃들이 피어나자 연일 꽉 차던 주창장은 이상 기온으로 쌀쌀해져서 맑은 햇살이 무색하게 텅 비어 있었다. 나는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하여 걸치고 온 제법 두터운 느낌의 가디건을 찬바람에 꼭꼭 더 여미며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걷게 되었다. 돌다 보니 나중엔 열이 올라 가디건을 벗어서 허리에 묶고 걷게 되었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 수련잎. 조물조물 손으로 빚어서 물 위에 하나씩 툭툭 던져 놓은 듯한 연잎들. 저 위에 연못은 색색으로 잎을 빚었던데 요기는 주로 연두색으로만 빚었네. 위 연못에는 홍련과 백련이 섞여서 피고, 이 연못에는 백련이 핀다.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으로 버스 .. 2023. 4. 29.
4월의 한가운데 올해도 화사한 색깔의 꽃복숭아는 오가는 사람들의 뭇시선을 듬뿍 받았다. 박격포 같은 카메라 들고 와서 연신 셔터 누르며 비켜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 풍경으로 잡지 뭐....... 6월이 되면 길쭉한 타원형 모양의 열매를 맺는 뜰보리수 꽃도 일제히 땅을 향해 피어났다. 꽃을 제대로 보고 싶으면 나무 밑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아야 한다. 이름표는 그냥 `보리수'라고 달고 있는데, 그래서 나는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정정하며 부르곤 한다. . 자주광대나물 군락지에 홀로 친구들과 떨어져 피어난 튤립. 군계일학 같은 느낌이라면 자주광대나물이 섭섭하다 하겠지? 보기 드문 흰제비꽃을 만났다. 노랑제비꽃이나 남산제비꽃을 만났을 때와 똑같은 반가움이 와락 올라왔다. 올해는 딱 하루만 나물을 캤다. 쑥과 돌미나리와 민들레... 2023. 4. 21.
환한 봄볕 아래 낮게 낮게 땅 가까이 피는 꽃, 제비꽃들이 여기저기 군락을 이뤄 피어나는 봄. 봄바람이 어찌나 세차게 부는 날이 많은지 그 바람을 견디려면 키를 낮추는 게 현명한 것 같다. 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리고 있는 제비꽃을 마주하게 되는 날이 많다. 제비꽃 종류는 수십 가지나 되고 어떤 것은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내가 알아보는 제비꽃은 몇 가지 안 된다. 오른쪽 위 제비꽃은 색깔이 연해서 `호제비꽃'일까 하다가 아니야, 잎의 톱니가 많지 않으니 그냥 `제비꽃' 일까 하다가 그냥 포기. 왼쪽 밑의 제비꽃만 확실하게 알아본다. 종지나물(미국제비꽃). 쟤는 어느 아파트를 가도 아파트 화단에 화초처럼 떡하니 잘 자라고 있다. 왜가리의 망중한. 배꽃 피어나는 때에 옆을 지나노라면 맡아질 듯 말 듯 나는 배꽃의 향기. 주름이.. 2023. 4. 11.
신정호 벚꽃 아산 신정호 남산터널 벚꽃길 작년에는 신정호 남산터널 쪽으로는 잘 다니지 않아서 그만 그쪽의 벚꽃 개화기를 놓치고 말았다. 올해는 벼르다가 이때쯤이면 만개했으리라 찾아가 보았다. 신정호 잔디공원 주차장에다 주차 chowol65.tistory.com 작년에는 저렇게 우거지던 벚나무 가지들을 어찌나 인정사정없이 쳐냈는지 올해는 결코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올여름에 새 가지들이 자라나 무성해지면 내년엔 작년보다 더 멋진 벚꽃터널을 이룰 수 있으려나...... 한숨을 폭 내쉬며 아쉬운 마음 가득 안고 신정호로 달려갔다. 아기주먹만 한 꽃송이로 주변을 환히 밝히던 탐스럽던 목련은 그새 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래도 호수 건너편에서 남산터널 쪽을 바라보니 연분홍색 도.. 2023. 4. 5.
어느 날의 산책 한창 재정비 중인 길을 피해 다른 길로 신정호를 돌다가 미선나무를 발견했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 처녀 바람난다는 앵두꽃도 피었다. 희안마을로 접어들며 독특한 건물을 찍는데 조형물 아래 앉아 있는 남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봄날 따사로운 햇살 아래 시름에 겨운 듯한...... 호수빌리지에서 신정호로 내려오자니 바로 양우리가 있네. 살구꽃이 피고 있네. 2023.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