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엔 보라색 꽃창포가 꽃잎 안쪽에 살짝 노란 칠을 하고서 피어났고,
가지마다 별을 무수히 매단 듯한 산딸나무가 주위를 환하게 밝히고 있었다.
누군가 떨어진 빨간 장미 꽃잎으로 하트를 만들어 놓았네.
무수히 많은 날들을 신정호에 왔지만 이렇게 이제 막 꽃잎이 떨어져 쌓인 때를 딱 맞춰서 와 본 적은 처음이다.
다른 해엔 아마도 날이 살짝 저물어 지금처럼 환히 보이지 않을 때나,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후이거나,
바람에 꽃잎이 흩어져 버렸을 때 왔었나 보다.
낱낱이 떨어져 길 위를 붉게 장식하는
꽃길 위에서 어린 아이처럼 가슴이 마구 설레었다.
원래 이런 길은 연인을 위해 이벤트 할 때나 청혼할 때 일부러 만드는 길이지 않나.
누가 나를 위해 이렇게 준비해 주었을까?😍
나는 동심 가득한 마음으로 장미 꽃잎이 수북이 떨어져 쌓인 길을
마치 하늘에 구름이 둥둥 떠가듯이,
깨기 싫은 달콤한 꿈결인듯이 통통 사뿐사뿐 걸어간다.
내 발걸음에 꽃잎이 밟혀 짖이겨질까 조심하면서.
문득, 오던 길을 뒤돌아본다.
꽃길만 걷게 해줄게
네 맘에 쏙 들게 할게~
란 노랫말이 참 좋네!
이 나이쯤 되면 절대로 꽃길만 걸을 수 없다는 걸
불을 보듯이 뻔히 알지만
저 때의 저 마음이 참 예쁘고 순수한 진심이란 것도 다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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