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 다음날 파란 하늘이 펼쳐지길래 멋진 풍광을 기대하며
운동 빼먹고 설레는 마음을 안고 신정호로 달려갔다.
날이 따스해지며 꽃들이 피어나자 연일 꽉 차던 주창장은
이상 기온으로 쌀쌀해져서 맑은 햇살이 무색하게 텅 비어 있었다.
나는 혹시 모를 추위에 대비하여 걸치고 온 제법 두터운 느낌의 가디건을
찬바람에 꼭꼭 더 여미며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걷게 되었다.
돌다 보니 나중엔 열이 올라 가디건을 벗어서 허리에 묶고 걷게 되었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 수련잎.
조물조물 손으로 빚어서 물 위에 하나씩 툭툭 던져 놓은 듯한 연잎들.
저 위에 연못은 색색으로 잎을 빚었던데 요기는 주로 연두색으로만 빚었네.
위 연못에는 홍련과 백련이 섞여서 피고, 이 연못에는 백련이 핀다.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으로 버스 정류장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예쁜 생각이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볼 때마다 목화솜 뭉텅이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게 된다.
이름은 `백철쭉'이지만,
딱 흰색이 아닌 아이보리색으로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꽃잎 색이 더 멋지다.
이맘때 피는 저 붉은 꽃은 무얼까?
`붉은인동'이로구나.
사진에 잘 담아보겠다고 가까이 다가서거나 가던 걸음을 멈추면 휙 날아가버린다.
가던 발걸음 멈추지 않고 후딱 한 장 찍은 왜가리.
또 다른 맑은 날, 송악저수지로 넘어가 보았다.
오래된 나무 한 그루.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 앙드레 지드 <지상의 양식> 中에서
며칠 전 TV 보다가 멋진 이 글귀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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