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호의 사계(四季)129 또 노을에 빠졌었네 물속에도 노을이 붉게 물들어 있었네. 구름이 희한하게 무지개처럼 떠 있었네. "왜 구름이 무지개 색깔 느낌이 나지?" 남편이 먼저 그렇게 말해서 얼마나 얼마나 반가웠던지. "맞지? 무지개 색깔 비슷하지?" 저 황홀한 노을이 여기쯤 오니 붉은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원색의 막대등에 불이 들어오는 시간. 어둠이 내려앉자 조명이 환하게 꽃처럼 빛난다. 까만 밤하늘에 초이레 달이 숨바꼭질 하듯이 나왔다 들어갔다 한다. 까꿍 나왔을 때 잽싸게 찍는다고 찍었지만 달을 잡지 못했다. 계속 술래를 하다가 나중엔 포기했다. 2023. 9. 22. 초나흘 달 신정호에 갔더니 이렇게 멋지게 하늘을 물들이며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거기엔 구름의 모양이 한몫 단단히 하고 있었지. 연신 하늘이 멋지다고 감탄하는 나와 달리 남편은 비교적 덤덤하다. 유튜브에서 재미로 색채 인지능력 테스트를 했는데 내 색채 감각이 상위 1%에 속한다고 나오는 것이었다. 남편은 낮은 수치여서 남편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유난히 자연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감동받고 감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노라고...... 남편에게 공감 못한다고 타박할 것은 아니었다고...... 반대로 생각하면 남편의 눈에는 그저 그런 자연 현상이나 풍경인데 내가 유별난 반응을 하는 것이다. 그래, 내 유별난 눈에는 너무도 아름다운 현상이고 풍경이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눈도 커지며, 마음 깊은 곳에서 감.. 2023. 9. 20. 노을이 아름다워! 다른 날들. 또 다른 어떤 날. 2023. 9. 19. 신정호 - Green Breeze 오늘은 `싱그러운 산들바람'이라는 뜻의 그린 브리즈(Green Breeze)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얼마 전에 오픈한 베이커리 카페이다. 신정호 주변에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가 누가 누가 더 크게 짓나 경쟁하듯이 들어서고 있다. 야산인 안산 중턱에 저 큰 건물이 들어설 때 과연 어떤 종류의 가게일까 궁금해했다가 또 베이커리 카페인 것을 알게 됐을 때 무척 놀라웠다. 바로 옆으로 기존의 베이커리 카페가 몇 개나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지라고 그러나 보다.^^ 아무튼 신정호 주변 식당과 카페를 하나씩 차례대로 훑어보기로 한 우리가 오늘 선택한 장소는 바로 이곳이다. 카페 앞 한쪽에 어린 왕자가 머리카락과 머플러를 날리며 서 있었다. 신정호를 돌면서 맞은편에서 보면 제법 높은 위.. 2023. 9. 11. 때로는...... 그제, 친정 엄마와 동생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소나기에 깜짝 놀라 고추(생고추 말리는 것은 엄마의 오래된 취미와 습관) 걷으러 돌아와 뒤돌아보다 발견한 무지개. 올해 처음으로 보았다. 어제, 집으로 돌아와 울적한 마음 달래려고 혼자 걷던 길. 2023. 9. 6. 신정호 - 보네르 플라워 어느 날 남편이 신정호를 둘러싸고 있는 카페와 식당을 모두 한 번씩 가보자고 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내놓는지, 실내 장식은 어떤지 돌아보자고. 그리하여 시작된 카페와 식당 탐방. 그중의 어떤 집은 또 가보고 싶은 집도 있고, 한번 와본 걸로 만족하게 되는 집도 있다. 이번에 갔던 이탈리안 식당 보네르 플라워는 조만간 다시 오자고 마음 맞추게 되는 곳이었다. 보네르는 프랑스어로 '행복'이라는 뜻이라고. 네이버에서도 예약 가능한 곳이라 한다. 신정호 둘레에도 널찍한 대형 카페가 대세다. 우후죽순으로 많은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넘쳐나는 넓은 땅들 위에 저렇게 좁은 건물이 들어설 때 우리는 의아했다. 승부가 될까? 3층으로 안내받았는데 다른 곳보다 실내가 좁아서 크고 작은 테이블이 딱 네 팀.. 2023. 9. 3. 저 구름의 이름은? 악어인가? 독수리인가? 환상적인 모양의 구름. 빠르게 걸어와서 아직 산의 낮은 부분 위에 걸쳐 있는 해를 본다. 저 빛을 어떻게 하면 안 나오게 찍을 수 있는 건가? 해가 지고 달이 떴다. 인공 조명도 달 못지않게 반짝반짝 아름다울 때가 있지. 달무리 진 밤이었다. 형편없이 망한 사진이지만 달이 보이니까 삭제하지 않고 내버려두기로 했다. 달 보며 기분 좋았던 밤이었다고 추억하고 싶어서...... 2023. 8. 26. 신정호 한여름밤의 축제 얼마 전부터 라는 아산시에 대한 정보가 실린 신문에도 나오고, 신정호 둘레 현수막에도 내걸려서 한여름밤의 축제가 있으며 여러 가수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중 하림과 임태경을 보려고 별렀는데 어쩌다 보니 딱 크라잉넛의 공연 시간 50분만 그나마 다행으로 온전히 즐기게 되었다. 아산에 내려와 생활하게 된 지 3년 동안 이곳 신정호 야외음악당에서 몇 번의 공연을 보았지만 이렇게 인파가 많이 몰려온 것은 처음 본다. 뒤로, 양 옆으로 엄청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끝나고 돌아올 때 보니까 곳곳의 주차장에 많은 차들로 넘쳐나고 셔틀버스로도 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이 박윤식이라는 멤버는 본가가 아산 권곡동이라고 해서 열화와 같은 호응을 받았다. 본가에 내려오면 경치도 좋고, 신정호 둘레로 .. 2023. 8. 16. 구름 감상 3 첫사랑의 강 류 시 화 그 여름 강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너를 처음 사랑하게 되었지 물속에 잠긴 발이 신비롭다고 느꼈지 검은 돌들 틈에서 흰 발가락이 움직이며 은어처럼 헤엄치는 듯했지 너에 대한 다른 것들은 잊어도 그것은 잊을 수 없지 이후에도 너를 사랑하게 된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 첫사랑의 강 물푸레나무 옆에서 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지 많은 여름들이 지나고 나 혼자 그 강에 갔었지 그리고 두 발을 물에 담그고 그 자리에 앉아 보았지 환영처럼 물속에 너의 두 발이 나타났지 물에 비친 물푸레나무 검은 그림자 사이로 그 희고 작은 발이 나도 모르게 그 발을 만지려고 물속에 손을 넣었지 우리를 만지는 손이 불에 데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가 기억을 꺼내다가 그 불에 데지 않는다면 사랑했다.. 2023. 8. 10. 이전 1 2 3 4 5 6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