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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124

신정호 - 보네르 플라워 어느 날 남편이 신정호를 둘러싸고 있는 카페와 식당을 모두 한 번씩 가보자고 했다. 어떤 음식을 어떻게 내놓는지, 실내 장식은 어떤지 돌아보자고. 그리하여 시작된 카페와 식당 탐방. 그중의 어떤 집은 또 가보고 싶은 집도 있고, 한번 와본 걸로 만족하게 되는 집도 있다. 이번에 갔던 이탈리안 식당 보네르 플라워는 조만간 다시 오자고 마음 맞추게 되는 곳이었다. 보네르는 프랑스어로 '행복'이라는 뜻이라고. 네이버에서도 예약 가능한 곳이라 한다. 신정호 둘레에도 널찍한 대형 카페가 대세다. 우후죽순으로 많은 카페들이 들어서고 있는 가운데 아직은 넘쳐나는 넓은 땅들 위에 저렇게 좁은 건물이 들어설 때 우리는 의아했다. 승부가 될까? 3층으로 안내받았는데 다른 곳보다 실내가 좁아서 크고 작은 테이블이 딱 네 팀.. 2023. 9. 3.
저 구름의 이름은? 악어인가? 독수리인가? 환상적인 모양의 구름. 빠르게 걸어와서 아직 산의 낮은 부분 위에 걸쳐 있는 해를 본다. 저 빛을 어떻게 하면 안 나오게 찍을 수 있는 건가? 해가 지고 달이 떴다. 인공 조명도 달 못지않게 반짝반짝 아름다울 때가 있지. 달무리 진 밤이었다. 형편없이 망한 사진이지만 달이 보이니까 삭제하지 않고 내버려두기로 했다. 달 보며 기분 좋았던 밤이었다고 추억하고 싶어서...... 2023. 8. 26.
신정호 한여름밤의 축제 얼마 전부터 라는 아산시에 대한 정보가 실린 신문에도 나오고, 신정호 둘레 현수막에도 내걸려서 한여름밤의 축제가 있으며 여러 가수가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중 하림과 임태경을 보려고 별렀는데 어쩌다 보니 딱 크라잉넛의 공연 시간 50분만 그나마 다행으로 온전히 즐기게 되었다. 아산에 내려와 생활하게 된 지 3년 동안 이곳 신정호 야외음악당에서 몇 번의 공연을 보았지만 이렇게 인파가 많이 몰려온 것은 처음 본다. 뒤로, 양 옆으로 엄청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끝나고 돌아올 때 보니까 곳곳의 주차장에 많은 차들로 넘쳐나고 셔틀버스로도 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었다. 이 박윤식이라는 멤버는 본가가 아산 권곡동이라고 해서 열화와 같은 호응을 받았다. 본가에 내려오면 경치도 좋고, 신정호 둘레로 .. 2023. 8. 16.
구름 감상 3 첫사랑의 강 류 시 화 그 여름 강가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너를 처음 사랑하게 되었지 물속에 잠긴 발이 신비롭다고 느꼈지 검은 돌들 틈에서 흰 발가락이 움직이며 은어처럼 헤엄치는 듯했지 너에 대한 다른 것들은 잊어도 그것은 잊을 수 없지 이후에도 너를 사랑하게 된 순간들이 많았지만 그 첫사랑의 강 물푸레나무 옆에서 너는 나를 기다리고 있지 많은 여름들이 지나고 나 혼자 그 강에 갔었지 그리고 두 발을 물에 담그고 그 자리에 앉아 보았지 환영처럼 물속에 너의 두 발이 나타났지 물에 비친 물푸레나무 검은 그림자 사이로 그 희고 작은 발이 나도 모르게 그 발을 만지려고 물속에 손을 넣었지 우리를 만지는 손이 불에 데지 않는다면 우리가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가 기억을 꺼내다가 그 불에 데지 않는다면 사랑했다.. 2023. 8. 10.
배롱나무 꽃이 피면 한여름 한여름이 되면 배롱나무 꽃이 붉게 피어나 오래도록 주변을 환하게 밝힙니다. 꼬리조팝나무도 피었습니다. 구름도 멋지게 피어났고요. 해가 사라지자 달이 대신 하늘을 차지하더군요. 반대쪽 하늘로는 여전히 해의 긴 꼬리가 붉게 보이고요. 내게 마당이 주어진다면 꼭 한 그루 심고 싶은 청초한 나무수국의 꽃을 찍어봅니다. 왜 이렇게 시야가 뿌열까요? 또 다른 어느 날의 지는 해는 유난히 동그란 모습을 보였군요. 2023. 7. 29.
여름날 구름 사냥 여태껏 나는 내가 하늘을 좋아하는 줄만 알았다. 그러나 가을날 습기 없는 날씨에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맑은 파란 하늘을 보고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습기 많은 여름날 구름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펼쳐지고 이렇게 저렇게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변화무쌍하게 바뀌며 마음껏 솜씨를 부려 놓은 흰구름 둥실 뜬 하늘을 보고 예쁘다며 감탄한다는 것을 불현듯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구름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이다. 어제오늘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둥실둥실 떠있는 그림 같은 하늘을 보자니 차로 오고 가는 길 내내 감탄하는 마음으로 하늘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끝내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하늘을 찍는 내가 마치 구름을 쫓아다니며 구름 사냥을 하는 `구름 사냥꾼'인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여름을 대표하는 .. 2023. 7. 26.
한여름날의 일상 장맛비에 다 녹아버린 일일초 대신에 노란 멜람포디움을 심어 놓았다. 생명력이 더 강한 걸까? 습도에 더 강한 걸까? 연밭을 지나쳐 다니면서 바람에 실려오는 연꽃 향기를 맡기는 어렵다. 정말로 연꽃 향기가 나며 그윽할까? 꽃대를 잡아당겨 꽃에 대고 킁킁 코평수를 넓히며 벌름거려 보았다. 아~~!!! 난다, 나~~!!! 좋은 향기가 난다~~!!! 물 위에 둥둥 떠가는 한가로운 오리들은 무척 평화로워 보인다. 비록 물속의 발은 바쁠지라도... 호수를 돌다가 지고 있는 해를 발견했다. 이 젊은 연인은 일찌감치 발견하고 감상 중이었나 보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의 저 부분이 가장 낮아서 그나마 지는 해를 볼 수 있는지라 어쩔 수 없이 연인도 한 배경으로 넣어야만 하였다네. 일몰을 감상하는 마음도 예쁘고 젊음도.. 2023. 7. 22.
달콤한 7월을 당신께 연일 비가 오다가 말다가 하다가 반짝 개인 날, 만사를 제쳐 놓고 연꽃 보러 달려갔었네. 연꽃들은 신나게 신나게 하늘을 향해 꽃잎을 활짝 열어젖히고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고 나는 황홀경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네. 연꽃 보러 온 김에 호수를 한 바퀴 도는데 뒤에서 내 뒷모습을 보고 무어라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고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는 순간, 나는 그들의 말이 내 귀에 정확하게 와닿는 것 같았네. "등이 땀으로 다 젖었어!" 오늘 같이 더운 날, 하필이면 분홍색 티셔츠를 입을 건 뭐람. 나의 아둔함에 머리를 흔들었다. 그 더위에 찍은 사진들이 혼자만 보기 아까워 친구들과의 단체 톡방에 물어보았네. "얘들아, 오늘 같이 더운 날 구슬땀 흘리며 연꽃 구경하는 미친 여자의 연꽃 구경 해볼래?" 어.. 2023. 7. 11.
꽃들의 인사 여름날엔 저녁을 먹고 조금 선선해지는 시간, 7시가 가까워질 무렵에나 집을 나선다. 해가 길어서 그 시간에 가도 이렇게 환한지라 여름 꽃들의 어여쁨을 잘 감상할 수 있다. 다만 연꽃들은 해 질 무렵이면 이미 꽃송이를 오므리고 있어서 연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땡볕 아래로 나서야 되리라. 언제 쨍한 햇볕 아래 구슬땀을 줄줄 흘리며 연꽃 구경을 해야 하려나... 장마철이라 덥고 습한 날의 연속이다 보니 호수를 한 바퀴 돌다 보면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어떤 날엔 드물게 바람이 솔솔 살랑이며 불어와 옷깃을 날리고 머리카락을 헤적일 때도 있다. 그런 날은 시원한 바람 따라 마음도 살랑살랑 춤을 춘다. 바람결 따라 이런저런 얘기를 날려 보내다가 까르르 웃음을 함께 날려 보내기도 하고, 웃음과 수다가 주는 청량함에 .. 2023. 7.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