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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방96

헤어질 결심과 더 글로리 넷플릭스에 이 올라왔길래 냉큼 보게 되었다. 열심히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어떤 부분은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게 되어 다시 보기를 해야만 했다. 나중에 평점에서 보니 어떤 이가 `관객에게 불친절한 영화'라고 했던데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여주인공 서래가 남편의 죽음을 그다지 슬퍼하는 기색이 없자 의아해하는 파트너 형사 수완(고경표 분)에게 박해일이 담담하게 읊조리듯 말하는 슬픔을 받아들이는 자세? 아니 슬픔을 맞닥뜨리는 자세에 대한 대사가 마음에 새겨졌다. -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마지막 서래가 이 세상과 하직하는 장면도 신박했다. 이어 보았던 . 그다지 집중해 보지 않아도 머릿속으로 쏙쏙 들어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드.. 2023. 1. 12.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 영화 을 드라마로 만들었다는 를 보았다. 영화로 보았으므로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었는데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무엇보다도 드라마의 배경지라는 포항 곤륜산에서 내려다보는 갯마을 풍경이 참 아름다웠다. 감리 할머니의 상여 행렬을 보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한 장면을 퍼뜩 떠올렸다. 음산한 기운마저 느껴지던 흐린 날, 잿빛 바다를 배경으로 긴 장례 행렬이 한동안 이어졌는데 그때도 멀리서 촬영한 화면이 퍽 인상적이었다. 또 다른 영화속 한 장면도 떠올랐다. 에서 미소년이었다가 에서 꽃미남이었던, 나이 들어 변한 듯한 모습에 놀랐지만 여전한 매력이 있다고 느꼈던 에단 호크와 셀리 호킨스 주연의 이란 영화 속에서 여주인공을 바다를 배경으로 손수레에 태우고 가던 장면. 이 장면 역시 멀.. 2022. 11. 30.
이따금 생각나네 `긴 생머리 그녀' - 틴탑 한때 정말 열심히 운동하던 때, 이 노래에 맞춰 러닝머신을 걸을 때면 참 신났다. 어쩌면 그렇게 걸음걸이에 박자가 딱 딱 맞춰지던지...... 쇼스타코비치 왈츠 2 - 하우저 이 첼로 연주곡을 듣노라면 마음 속으로 왈츠를 열 번도 넘게 추게 되곤 했지... 정은지, 서인국 - All For You 상큼한 젊음이 느껴져서 좋았던 노래. 서인국의 쭉쭉 뻗는 시원한 고음이 좋았다. 2022. 11. 21.
뒤늦게 본 드라마 <서른, 아홉> `마흔을 코 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다루는 현실 휴먼 로맨스'라고 TV검색에서 소개하고 있는 12부작 드라마 을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일찍 떠나보내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라고 더가까이 님께서 소개하신 글을 보고 찾아보게 된 것이다. 보기 전부터 나는 이 드라마를 보다가 울게 될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예상은 적중해서 한 번씩 훌쩍거리게 되었고, 남편은 건수 잡았다는 듯이 놀렸다. 남편 인생의 낙 중 7할은 아내 놀리기인 듯......ㅋㅋ 놀리면 반응을 하지 말아야 하거늘 번번이 발끈해 약올라하며 놀리는 재미를 준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도 또 주거니 받거니 투닥투닥하는 재미도 없는 것보다는 낫겠거니......하고 여긴다. 고등학생 때.. 2022. 11. 16.
가을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 잔나비 잔잔하게 시작되는 도입부가 마음에 조용히 스며드는 노래. 이 가을에 가만히 앉아 듣기 좋은 노래. 가을밤 ​​ 나태주 ​​ 너 없이 나 어찌 살꼬? ​ 나무에서 나뭇잎 밤을 새워 내려앉는데 ​ 나 없이 너 어찌 살꼬? ​ 밤을 새워 별들은 더욱 멀리 빛이 나는데. ​ 2022. 11. 5.
참 빨랐지 그 양반 고향 친구들과 하는 단톡방에 어느 날 시 한 편이 올라왔다. 시나 한 편 읽어보드라고, 이었나, 이런 시도 있드라고, 하는 멘트였나...... 덧붙여서 올라온 시 한 편. 맨 처음엔 어머, 시가 야하네, 하는 생각이었고, 읽고 나니 찡한 내용이었고,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이었다. 참 빨랐지 그 양반 이 정 록 신랑이라고 거드는 게 아녀 그 양반 빠른 거야 근동 사람들이 다 알았지 면내에서 오토바이도 그중 먼저 샀고 달리기를 잘해서 군수한테 송아지도 탔으니까 죽는 거까지 남보다 앞선 게 섭섭하지만 어쩔 거여 박복한 팔자 탓이지 읍내 양지다방에서 맞선 보던 날 나는 사카린도 안 넣었는데 그 뜨건 커피를 단숨에 털어 넣더라니까 그러더니 오토바이에 시동부터 걸더라고 번갯불에 도롱이 말릴 양반이었지 겨우 .. 2022. 9. 19.
뒷북치기 -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영화 <비열한 거리> 저녁 먹을 때 틀어 놓는 주방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마음에 들어왔다. - 저 노래 좋다. 누가 부르지? 노래는 내가 남편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남편이 엄청 잘 알고 있는 노래였다. 원곡은 최성수 씨 것이고, 김연지라는 생판 처음 듣는 이름의 가수가 리메이크했고, 최성수 씨 원곡의 노래 가사가 좀 더 야한 것을 여자 가수가 리메이크하면서 조금 손 봐서 담백하게 순화하여 불렀다고. 언제부턴가 라디오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이 노래를 컴에서 검색해 듣다가 이 노래가 나는 한 번도 보지 않았던 라는 드라마의 OST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노래가 좋아서 드라마에 관심이 갔고, 뒤져 보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것이었고, 틈틈이 너무나 멋진 제주 풍경이 나와서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은.. 2022. 7. 4.
아름다운 것들 진분홍 짧게 자른 털실 같은 꽃잎에 진노랑으로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수술. 동글동글 복슬복슬 언제 보아도 귀여운 꽃. 잉글리쉬데이지가 동그랗게 동그랗게 피었다. 언뜻 보면 눈에 잘 띄지도 않게 숨바꼭질하듯이 피어 올해도 어김없이 내게 찾아보는 재미를 선사해 주었던 모과꽃. 그렇듯 꽃은 두드러지지 않게 피우고, 열매는 천하에 못 생기게 달면서 이토록 두드러지지는 수피를 갖고 있는 이유는 뭐냐고 묻고 싶어지는 군복 무늬의 모과나무 수피. 그새 진해진 노랑꽃창포의 색깔. 초나흘 달 작년에도 올해에도 느티나무 뒤에 서 있어서 땅에 떨어진 오동나무 꽃을 보고서야 오동나무가 있나 하고 위를 올려다보게 된다. 나는 보랏빛을 좋아하는가? 보랏빛 옷을 은근히 즐겨 입는 것 같다. 오동나무 꽃이 반갑다. 지칭개도 피고, .. 2022. 5. 13.
아름다운 순간, 해거름 못 오실 님인 줄 알지만 채소염 봄바람에 날씨 화창하더니 산 너머로 해는 또 지네 못 오실 님인 줄 알지만 그래도 아쉬워 사립문 못 닫네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말 시바타 도요 무심코 한 말이 사람을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나에게 시바타 도요 뚝 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생겨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힘차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쏟아버려 자, 새 찻잔에 커피.. 2022. 5.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