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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방95

영화 < 파리로 가는 길 > 왓챠에서 영화 을 보았다. 처음엔 여주인공 `다이안 레인'의 주름살이 가득한 얼굴을 보고 놀랐다. 그러다 시술하지 않은 주름진 자연스러운 얼굴이 만들어내는 풍부한 표정을 보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아하고 맵시 나게 잘 나이 들었구나! 미국인 앤(다이안 레인)은 귀가 아파서 영화 제작자인 남편과 함께 부다페스트에 가지 못하고 남편의 동업자 프랑스인 자크와 함께 먼저 파리로 가게 된다. 차로 대략 8~9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2박 3일에 걸쳐 자크의 차로 파리로 가는 길.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과 여러 번의 식사. 어떤 풍경과 어떤 장면들을 유명 화가의 그림과 함께 보여주어 그림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보랏빛 라벤더가 아름답게 펼쳐지는 폴 세잔의 고향 액상 프로방스를 .. 2021. 10. 14.
지나간 여름날의 추억 1 여름날 산책하며 눈과 마음에 담았던 것들. 2021. 10. 5.
돌아온 다음날 다시 돌아온 이곳은 그새 벼가 누렇게 익어가고 있다. 이곳으로 내려오면서 보니 이곳보다 더 위쪽은 벌써 추수해서 하얀 비닐로 말아놓은 마시멜로 같은 곤포 사일리지가 뒹굴고 있는 논도 보였다. 비록 왔다 갔다 할 때도 있지만 어느새 이곳의 생활이 1년이 되었다. 점심은 출근한 남편을 잠깐 만나 신정호 가의 일식 퓨전 요릿집에서 `숙주 불고기덮밥'을 먹었다. 그리고 남편은 다시 직장으로 나는 대형마트로 장 보러 갔다. 생필품을 잔뜩 사서 다 가지고 오지 못하고 일부는 차 속에 남겨 놓았다. 차근차근 옮겨야지. 날이 너무 좋아 내 단골 드라이브 코스로 한 바퀴 돌았다. 가파른 고개를 넘으며 바라보는 풍경은 여전히 감탄스러웠고 별일 없는 내 생활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좋을 때 좋은 줄 모르고 불평하지 말고.. 2021. 9. 24.
여름날 해 질 무렵 이렇게 저렇게 해가 지는 풍경을 보노라면 늘 처음 보는 풍경처럼 신선하게 다가와 마음을 설레게 하며 까닭 없이 아련한 마음이 들게도 한다. 딱히 어떤 것들이 못 견디게 그립거나 사무치는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마음이 들게 하는 해 질 무렵이면 밖을 내다보며 탄성을 내지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만일 다른 곳으로 이동하여 살게 된다면 한동안 열심히 보았던 저 들판 너머 해 지는 풍경이 그리워질 수도 있겠구나! 매일매일 해가 지는 풍경에 홀리었던 그날들을 그립게 떠올릴 수도 있겠구나!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 - 마르셀 프르스트 어디선가 우연히 발견한 이 한 줄의 문장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 나는야 타고난 여행가? ㅋㅋㅋ 아니 아니, 타고난 나르시시스.. 2021. 8. 6.
선물 지지난주 금요일, 2주 만에 집에 갔더니 우편함에 다른 우편물들과 함께 책이 한 권 들어 있었다. 막내 이모로부터 온 것이었다. 궁금증을 가득 안고 봉투를 열어보니 이모의 그림 작품집이었다. 고흐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이모의 그림은 그래서인지 모든 것이 구불구불하다.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이모에게 전화했더니 혹시 이모의 그림에 대해서 궁금하면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란다. - 어머나, 제가 이모에 대해서 얼마나 자주 검색해 보는데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전시회 한 것도 다 알고 있어요. 수화기 저 편에서 이모가 흐뭇하게 웃는다. 오래전 어느 날, 이모는 그림을 전공하는 딸에게 힘들고 지친 엄마의 마음을 위로할 겸 그림 한 장 그려달라고 했더란다. 그 딸이 많이 바빴던지 엄마가 직접 그리라고 했더란다. .. 2021. 6. 6.
해 질 녘 (6월 초순) 구름이 너울너울 파도처럼 출렁이는 것 같은 저녁 하늘. 2021. 6. 6.
해 질 녘 (5월 하순) 어제는 이렇게 해가 사라져 갔다. 저녁 식사가 끝나고 7시 30분이 되어갈 즈음이면 항상 궁금증이 치민다. 자꾸만 해 지는 쪽을 내다보게 된다. 계절에 따라 해 지는 방향이 조금씩 이동해 간다. 겨울엔 저보다 왼쪽에서 5시 30분 즈음에 산 뒤로 모습을 감추곤 했다. 옆에서 같은 모습을 왜 자꾸 찍느냐고 하는데 내 눈에는 단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다. 게다가 어제는 화투장의 팔광 같은 모습도 보여줬다. 덕분에 우리는 둘이서 박장대소했다. 아, 참 고마운 자연! 2021. 5. 27.
해 질 녘 (5월 중순) 모내기 전 물 댄 논이 마치 스테인드 글라스 같다고 해서 놀라웠다. - 시인이네! 금방 뿌듯 뿌듯 우쭐해지는 표정이 함박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물 댄 논에서는 개구리들의 와글와글 합창 소리가 들리고 가까운 숲에서는 밤늦도록 소쩍새가 솥 적다고 소쩍소쩍, 어느 작가의 소설 제목처럼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처음엔 TV 드라마 속에서나 영화 속에서만 듣던 소쩍새 소리를 듣자니 하도 신기해서 `소쩍새 울음소리'를 검색해 비교해 들어보고 정겹게 들었지만 그 소리가 깊은 밤까지 이어지자 이내 슬그머니 짜증도 올라왔다. - 너는 안 자냐? 지금 이 순간에는 휘파람 소리 같은 새소리가 계속 들려오는데 새들은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니 혹시 저 새의 이름은 휘파람새? 2021. 5. 22.
논산 탑정호 출렁다리 지난 일요일 아버님 49제 지내러 가는 길, 탑정호 옆 길로 돌아서 갔다. 지나가는 길에 잠깐 내려서 사진 몇 장 찍었다. 혹시나 했던 출렁다리는 아직 개통 전이었다. 국내 최장 출렁다리가 될 거라고 한다. 2021.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