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색의 방95

사랑이란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폐허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인간의 폐허야말로 그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본다. 아무도 자신의 폐허에 타자가 다녀가길 원치 않는다. 이따금 예외가 있으니 사랑하는 자만이 상대방의 폐허를 들여다 볼 뿐이다. 그 폐허를 엿본 대가는 얼마나 큰가. 무턱대고 함께 있어야 하거나, 보호자가 되어야 하거나, 때로는 치유해줘야 하거나, 함께 죽어야 한다. 나의 폐허를 본 타자가 달아나면 그 자리에 깊은 상처가 남는다. 사랑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어느 한 순간에 하나가 되었던 그 일치감의 대가로 상처가 남는 것이다. - 소설가 신경숙- 2006. 4. 29.
클로저 이 영화는 어느 분이 개봉관에서 보고 와서 꼭 한번 볼만한 영화라고 해서 아주아주 뒤늦게 비디오로 빌려다 본 영화이다. '줄리아 로버츠'는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 중의 하나인데, 이 영화에서는 '줄리아 로버츠'보다 조연을 맡은 '나탈리 포트만'이란 여배우가 더 돋보였다. '줄리아 로버츠'보다 더 .. 2005. 10. 12.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김 용 석 나는 꽃이예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 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예요 가을이 오면 창문에 매달리는 빗방울들, 연못에 떨어지는 빗방울들, 그리고 산에, 바다에, 나무에, 풀잎에 무수히 떨어지는 빗.. 2005. 9. 29.
푸른 밤 푸 른 밤 나 희 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였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 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2005. 9. 10.
가을의 동화 가을의 동화 김 용 호 호수는 커다란 비취 물담은 하늘 산산한 바람은 호젖한 나뭇잎에 머물다 구름다리를 건너 이 호수로 불어온다 아른거리는 물무늬 나는 한마리의 잠자리가 된다 나래에 가을을 싣고 맴돌다 호숫가에 앉으면 문득 고향 고향은 가을의 동화를 가만가만 내게 들려준다 * 가을이 되면 한번쯤 떠올려 보게 되는 시. 배경음악을 삽입할 수도 있다고 해서 시험 삼아 한번 올려봄. 사진은 무명[無名] 님의 블로그에서 한 장 가져왔습니다. 아항,,,전체배경음악을 정지 시킨 후에 밑엣것을 재생 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군요! 2005. 9. 8.
루쉰의 편지 『루쉰의 편지』란 책은 인터넷의 한 카페에서 알게 돼서 친해지게 된 분이 보내준 책이다. 원체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어서 그런 사람이 내게 책을 보낸다면 과연 어떤 종류의 책을 보낼까 궁금했었는데 루쉰의 글에 대한 댓글에서 얘기를 나누어서였는지 책 좀 보내봐봐요,라는 말에 '루쉰의 편지'.. 2005. 9. 7.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는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나는 정신이 덜 성숙했는지 이런 류의 글을 참 좋아하고 즐겨 읽는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내 생애의 아이들' '키다리 아저씨' '빨강머리 앤''작은 아씨들' '좀머 씨 이야기' 이미륵 님의 '압록강은 흐른다', 안도현의 '연어', 정호승의 '연인', 피천득 님의 '인연' 이란 수필집, 최인호 씨의 '가족', 김용택 님의 '섬진강 이야기'라는 산문집...... 쉽고, 편안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들...... 얼마전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도 참 좋다. 나와는 세상 사는 방법과 생각이 많이 달라서 놀라운 마음으로 읽기는 했지만, 기본 바탕에 깔려 있는 따뜻한 시선이 좋았다. 슬픈 얘기인데도 그 속에는.. 2005. 8. 31.
사람이 그리운 날 1 사람이 그리운 날 1 신 대 철 잎 지는 초저녁, 무덤들이 많은 산 속을 지나왔습니다. 어느 사이 나는 고개 숙여 걷고 있습니다. 흘러 들어온 하늘 일부는 맑아져 사람이 없는 산 속으로 빨려듭니 다. 사람이 없는 산 속으로 물은 흐르고 흘러 고요의 바닥에서 나와 합류합니다. 몸 이 훈훈해집니다. 아는 사람 하나 우연히 만나고 싶습니다. 무명씨 내 땅의 말로는 도저히 부를 수 없는 그대...... ***** 김용택 시인도 자신의 시에서 말했다. '......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 고. 그대여,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고독과 친구해 보아요.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답니다. 때로는 자기자신이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어요... 2005. 8. 8.
별 - 화가 김점선의 말 조물주가 작가 하나를 만들 때 일부러 굳센 의지를, 뚝심을 심어놓지. 스무 살에 빛나지 않고 육십 칠십에 빛나게 아주 조금씩 키워갈 수 있는 씨앗만을 집어 넣지. 누구나 한눈에 알 수 있는 그런 조숙하고 완성된 재능을 넣지는 않아. 그렇게 되면 타락하기 쉬워. < 화가 김점선의 말이다. > 꼭 빨.. 2005.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