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색의 방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by 눈부신햇살* 2005. 8. 31.


 

 

 

 

 

 

 

 

 

 

 

 

 

 

 

 

 

 

「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는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나는 정신이 덜 성숙했는지 이런 류의 글을 참 좋아하고 즐겨 읽는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내 생애의 아이들' '키다리 아저씨' '빨강머리 앤''작은 아씨들'

'좀머 씨 이야기' 이미륵 님의 '압록강은 흐른다', 안도현의 '연어', 정호승의 '연인',

피천득 님의 '인연' 이란 수필집, 최인호 씨의 '가족', 김용택 님의 '섬진강 이야기'라는 산문집......

쉽고, 편안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글들......

얼마전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도 참 좋다.

나와는 세상 사는 방법과 생각이 많이 달라서 놀라운 마음으로 읽기는 했지만,

기본 바탕에 깔려 있는 따뜻한 시선이 좋았다. 슬픈 얘기인데도 그 속에는 따뜻함이 흐른다.

 

가끔씩 서점에서 도둑 독서를 하는데, 그럴 때는 가벼운 것을 가벼운 마음으로 살짝 읽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 때 김하인의 장편소설(제목이 가물가물...)을 읽다가 영화 '연인'에 대해서 언급하길래 당장 빌려다 봤다. 대충 알고 있었던 내용이긴 하지만, 얼마나 여러 사람이 빌려다 봤는지

보는 내내 지글지글, 투닥투닥 화면에서 비가 내려서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가져다 주며 오래 돼서 그런지 제대로 볼 수가 없군요, 한마디에 그럼 영어로 된 테이프로 볼라냐고 물으며 영어로 된 것을 서비스로 빌려 주었다. 내용은 한번 훑었던 거라 선명한 화질로 보니 그 내용이 정말 쏙쏙 들어왔다.

언젠가도 이 비슷한 얘기를 꺼냈더니 아, 그 영화, 참 야한데...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 야하다. 겉모습만 보면...... 내면을 들여다 보면 가슴이 저리도록 슬프다. 끝내 눈물 몇 방울 떨구게 만들던 영화이다.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라는 책의 주인공은 절대로 행복하지 않다. 처한 처지가.

그럼에도 꿋꿋하다. 잘 견뎌낸다.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행복하다.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라는 제목도 좋지만, 부제목들도 참 좋다.

 

1. 깨물지 못할 바에는 이빨을 드러내지 마라.

2. 에덴 동산에서의 5분이 평생을 지옥에서 보내는 것보다 낫다.

3. 가난한 사람은 도둑이 무섭지 않다.

4. 궁전을 꿈꾸는 자는 오두막집마저 잃게 된다.

5. 통통한 오리를 잡아먹고 싶으면 먼저 잘 먹여야 한다.

6. 행복이 찾아오면 의자를 내주세요.

7. 머릿속이 어두우면 마음도 밝아질 수 없다.

8. 동전을 보고 몸을 숙인 사람만이 그것을 주머니에 넣을 수 있다.

9. 에덴 동산이라도 혼자뿐이라면 즐겁지 않다.

10.빵을 찾으면 나이프도 찾을 수 있다.

11. 암소의 털을 깎고, 숫양의 젖을 짰다.

12. 가난한 아이를 친구로 두는 것이 부자를 적으로 두는 것보다 낫다.

13. 심하게 맞은 개는 지팡이를 찾고 있는 손을 핥지 않는다.

14. 닭은 무슨 꿈을 꾸나? 수수, 언제나 수수 꿈을 꾼다.

15. 한 사람이 암소의 뿔을 잡아 주면 다란 사람은 젖을 짤 수 있다.

16. 신은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이자와 함께 값을 지불한다.

17. 설탕도 충분히 단데 꿀은 왜 필요한가요?

 

밑줄 긋고 싶은 귀절도 많다.

 

* 기적이 일어날 것을 절대로 바라지 말라. 기적이란 그것을 기대하지 않을 때, 그제서야 일어난다.

 

* 네 엄마는 영혼에 병이 들었단다. 할링카야, 사람은 겉으로만 상처를 입는 게 아니란다. 그보다 더 깊이 들어가면 영혼도 다칠 수 있지. 사람이 끔찍스럽고 아주 무서운 일을 겪었다고 해서 저절로 더 나은 사람이 되라는 법은 없단다. 오히려 그 사람 자체가 스스로 끔찍스럽고 무시무시한 사람이 될 수도 있지.

(주인공 할링카는 죽은 엄마로부터 상처를 받았다. 엄마는 영혼이 상해서 할링카를 학대한 것이다. 그 엄마는 학대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주인공의 이모는 주인공의 엄마 같지 않아서 다행이다...)

 

* 마음과 영혼이 다른 어떤 것들보다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만 알면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대개 그것은 가능하다.

 

* 실현 불가능한 것을 희망해서는 안 된다. 궁전을 꿈꾸는 자는 오두막집마저 잃게 된다.

 

* 가슴 속이 쓰면 입에 설탕을 넣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 불행한 일이 일어날 때, 나쁜 일이 한 가지만 일어나고, 그것으로 끝인 경우가 드문 것처럼 행복도 역시 그런 것 같다.

 

* 남을 절대로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더 더욱 그렇다.

 

* '신은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이자와 함께 값을 지불한다'...... 사람은 언젠가는 모든 것에 대한 대가를 치루게 되는 것이다.

 

할링카는 말한다.

"설탕도 충분히 단데 꿀은 왜 필요한가요?"

설탕이 널리고 널렸는데 굳이 꿀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색의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의 동화  (0) 2005.09.08
루쉰의 편지  (0) 2005.09.07
사람이 그리운 날 1  (0) 2005.08.08
별 - 화가 김점선의 말  (0) 2005.07.22
여름에 피는 꽃 - 능소화와 자귀나무  (0) 2005.06.2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