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색의 방

여름에 피는 꽃 - 능소화와 자귀나무

by 눈부신햇살* 2005. 6. 28.


 


 


 

 

 

 

 

 

 

 

 

 

 

 

 

 

 

 

 

 

 

 

 

 

 

 

 

 

 

 

 

 

 

 

 

능소화는 중국이 고향인 능소화과의 덩굴성 목본 식물이다.

 

옛날 우리 나라에서는 이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서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혹 상민의 집에서 이 나무가 발견되면 관가로 잡아가 곤장을 때려 다시는 심지 못하게 엄벌을 내렸다. 그래서 이 능소화의 별명이 '양반꽃'이라고 하니 좀처럼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이 능소화의 수려함에 비해 그리 흔히 볼 수 없는 것으로 보면 꽤 설득력이 있기도 하다.

 

능소화는 한자어로 능가할 능, 또는 업신여길 능(凌) 자이고 소는 하늘 소 자이고 보면 하늘 같은 양반을 능가하고 업신여길 것을 염려해서일까, 지역에 따라서는 능소화 대신 '금등화'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서양에서는 능소화를 '차이니즈 트럼펫 클리퍼'라고 부르는데 이 꽃을 보고 트럼펫을 떠올리는 것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보고 느끼는 것은 같은 모양이다.

 

다섯 갈래로 벌어진 꽃 속으로 한 개의 암술과  네 개의 수술이 드러나는데 이 노란 수술은 끝이 구부러져 있다.  이 수술 끝에 달리는 꽃가루에는 갈고리 같은 것이 있으므로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간혹 능소화의 꿀이 눈에 들어가면 실명한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능소화는 성분상으로 전혀 독이 없는 식물이고 보면 이는 꿀보다 꿀에 섞인 꽃가루 때문일 것이다. 이 능소화의 학명이 '캄프시스 그랜디플로라'인데 여기서 캄프시스라는 속명은 그리스 어로 '굽는다'라는 뜻으로 수술의 휘어진 모양을 나타내고 있다.

 

- 이유미 씨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에서 발췌.

 

 

 

 


 


 

 


 


 

 


 

 

자귀나무는 콩과에 속하는 낙엽성 활엽수이고 다 자라봐야 5미터를 넘지 못한다. 콩과 식물들은 크게 네 개의 아과로 나뉘는데 자귀나무는 차풀 등과 함께 미모사과에 속한다. 미모사는 톡하고 건드리면 잎새가 움츠러드는데 이는 미모사 작은 잎의 자루 아래쪽에 있는 세포에 물이 많이 저장되어 꼿꼿함을 유지하다가 자극을 받으면 수분이 빠져 나가 팽압이 감소하면서 잎이 닫히는 현상이다. 자귀나무의 수면 운동은 닿기만 하면 잠드는 미모사의 수면 운동과는 성질이 조금 다른 것으로 외부의 자극 없이 일어난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눈에 보이는 기계적인 자극이 아니라 온도 등과 같이 사람은 볼 수 없지만 식물만이 민감하게 느끼는 자극이다.

 

두 잎을 맞대고 밤을 보내는 특성 때문에 자귀나무는 합환목, 합혼수, 야합수, 유정수 등 여러 가지 이름을 가지며 예로부터 신혼 부부의 창가에 이 나무를 심어 부부의 금실이 좋기를 기원하곤 하였다.

 

자귀나무는 소가 무척 좋아해서 이 나무가 나지막이 자라고 있으면 소는 어디든지 쫓아간다. 그래서 자귀나무를 소쌀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즈음은 자귀나무를 깊은 산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보다는 도심의 공원이나 강변 도로에서 자주 보게 되고 모양도 썩 어울려 자귀나무가 여느 조경수처럼 외국에서 들여온 나무가 아닐까 생각하기 쉬우나 자귀나무는 오랜 옛날부터 우리의 선조들과 함께 지내온 이 땅의 나무이다.

 

서양에서는 자귀나무를 비단나무(Silk tree)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좋은 이미지의 나무임에는 틀림이 없다.

 

- 이유미 씨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에서 발췌.

 

 

 

 

 

 

**** 성당 뜰에, 어느 집 뜰에 핀 이 자귀나무를 보고 한순간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무심결에 바라보는 시야 안으로 분홍꽃을 한껏 피워 살랑거리는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니그렇게 시원해 보일 수가 없다.

 

지난 봄에 넝쿨장미가 만발하던 집에 지금은 능소화가 한창이다.꽃을 좋아하는 그 집 주인의 소박한 성품이 그대로 엿보이는 듯하여공연스레 그 집 주인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여름에 피는 꽃들은 대체로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특징이 있는 듯 하다.

'사색의 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이 그리운 날 1  (0) 2005.08.08
별 - 화가 김점선의 말  (0) 2005.07.22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0) 2005.06.13
기다리는 사람  (0) 2005.05.10
기회는 지금 발 밑에 있다  (0) 2005.04.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