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색의 방95

동구 밖 과수원 길 아름다운 풍경, 여인, 그림을 보면 감탄하듯이 잘 생긴 나무를 볼 때도 감탄한다. 이렇게 가까이서는 생전 처음 보는 과수원.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려서 달콤한 향을 풍기며 익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운동 삼아 농로를 돌다가 멀리 하얀 꽃들이 보이길래 가보았다. 이렇게 온 산을 하얗게 수놓은 배꽃들. 입이 쩌억 벌어져서 보고 또 보며 사진을 찍었다.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아저씨 둘도 내가 찍은 자리에 서더니 찰칵찰칵! 겁이 워낙 많은지라 멀리서 당겨 찍었더니 숨은 그림 찾기가 되었다. 껑충껑충 정신없이 뛰어가는 고라니만 보다가 저렇게 정지해 있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저 먼 곳에서도 내 인기척이 느껴지나 보다. 가만히 이쪽을 바라본다. . 2021. 4. 12.
한강변을 달릴 때면 이런 길을 달려 작은아들에게로 간다. 때로는 집에 다니러 온 아들과 함께 셋이서 달려갈 때도 있고, 우리 부부끼리 타고서 작은아들에게 반찬을 가져다 줄 때도 있다. 이 길이 강변북로라는데 이처럼 멋진 풍경이라는 것을 아들에게 가면서 처음 알았다.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풍경이다. 꼭 자연이 아니어도, 사람이 만들었어도 이렇게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구나, 하는 깨달음. 4월 4일 이 길을 달려가면서 한편으로 큰아들에게 미안해지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큰아들이 국내에서 독립해 살던 시기엔 내가 좀 바빴다. 바빠서 피곤하다는 핑계로 지금처럼 그렇게 살뜰히 챙기지 못했다. 두고두고 미안하게 생각하는 점이다. 그 미안했던 걸 작은아들에게 풀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조금 전, 퇴근.. 2021. 4. 7.
맑은 봄날 모처럼 미세먼지가 끼지 않은 날이다. 맑은 하늘과 맑은 햇살 아래 세상도 맑게 빛나 보이는 날이다. 기대하지 않고 길을 나섰다가 맑은 풍경에 자주 감탄하게 되었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쌀쌀한 봄바람이 미세먼지를 걷어 갔나 보다. 집안에 들어앉아 있는 지금은 집 밖으로 윙윙거리는 귀신 울음소리 같은 바람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봄이 되자 햇볕이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작년 여름에 내려올 때는 용감하게 햇빛을 받으며 다녔다. 그 결과, 발등의 샌들 자국이 양말을 신는 가을과 겨울이 지나 봄이 왔는데도 아직도 가시지 않고 남아 있다. 원래 가무잡잡한 피부인지라 한번 타면 좀처럼 하얘지지 않으며 원상복귀가 더디다. 게다가 마스크로 가리지 못한 눈 주변엔 잡티가 떡 자리 잡았다. 지금부터 외출 시엔 항상 챙이 넓은 .. 2021. 3. 22.
풀꽃 따라 걸으며 햇볕을 좋아하나 보다. 양지바른 곳에 무더기로 군락을 이루다시피 돋아난 큰개불알풀들. 여린 풀꽃치곤 조금 큰 오묘한 푸른색의 꽃을 달고 있어 만날 때마다 예쁘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하는 꽃. 온 들녘에 큰개불알풀 꽃 천지다. 민망한 이름은 열매의 모양이 희한하게도 개의 그것을 닮아서 붙었다고 한다. 개명한 이름은 `봄까치꽃'. 군락을 만나면 예뻐서 한참씩 들여다보는데 벌들이 좋아하는 꽃이란 걸 알 수 있다. 달콤한 꿀이 많은 풀꽃인가? 광대나물은 잎의 모양이 광대의 옷 중에서 목도리 부분과 비슷하여 광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고, 꽃이 연분홍색으로 긴 원형의 투구 모양이다. 역시나 햇빛 잘 받는 밭둑이나 논둑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별꽃은 꽃잎이 깊게 갈라져있어 꽃잎 5장이 10장처럼 보이고, .. 2021. 3. 18.
이런 모습 니가 행복하면 나도 좋다. 2021. 3. 1.
멋진 서울 풍경 작은아들 회사에서 바라보는 한강과 남산, 남산에 있는 서울타워. 눈 쌓인 잠실의 장미아파트와 한강, 멀리 보이는 북한산. 2021. 3. 1.
초가을 들녘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들판은 노랗고 벼이삭은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고 억새도 피어나고 산 때깔도 알게 모르게 엷어지기 시작했다. 2020. 9. 22.
꽃들의 잔치 올봄 산책길에 생전 처음 보았던 아로니아 꽃. 장사익 씨는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프다고 했지. 향기는 찔레꽃이 더 좋은데 아름답기론 장미를 따를 수 없어서 슬픈 현상을 비유한 것이라고 하지. 찔레꽃 향기는 언제나 코를 벌름거리게 하며, 향수에 젖어들게 하는 마력이 있는 꽃. 병꽃나무는 왜 병꽃나무일까? 찾아보니 열매가 병 모양이라고 한다. 울동네 뒷산 초입에는 세로티나벚나무가 있지. 나무도감에서 보던 꽃을 실물로 보는 감격을 뭐라 말해야 할지... 음, 벅찼어. 말발도리인지 빈도리인지 헷갈리는 꽃도 봄에 만개하더군. 꽃 이름뿐인가. 헷갈리는 일은 도처에 널리고 널렸어. 헷갈리는 것들은 때론 아둔한 나를 힘들게도 하더군. 이팝나무는 정말 흰쌀밥처럼 푸지게도 피더군. 곳곳에 널리고도 널려 온통 이팝나무 천지.. 2020. 7. 6.
이제는 추억 속으로 남편과 산책길에 예전 일산역사를 보게 되었다. 10여 년 전 이곳 일산으로 이사 와서 아직도 차단기가 있는 철도 건널목이 있다고 신기해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새 쏜살같이 세월이 흘러가 버렸다. 사십 중반이던 나도 어느새 오십 중반. 역 주변도 고층 아파트 신축공사가 한창.. 2019.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