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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방96

작은검은꼬리박각시 어느 봄날 우리 라인 공동현관 출입문 앞 화단에 어린 모종을 심는 이를 발견했다. 어린 날부터 너무도 자주 봐와서, 이를 테면 어디 가든지 정말로 흔하게 보는 화초인지라, 학교 화단에도 예사롭게 늘 피어 있었고, 게다가 개화기도 길어 정말 오랫동안 피어 있어 하나도 신기하지 않던, 너무 흔해 그다지 예쁘다는 생각도 들지 않으며, 향기도 좀 역하다는 생각까지 했었던 한마디로 이 꽃의 가치를 제대로 몰라주었지만 어린싹부터 알아보게 되는 메리골드 모종을 심고 있었다. - 모종을 사다 심으시는 거예요? 그 모습과 마음이 예뻐 보여 공연히 말을 건네게 되었다. - 아뇨. 전에 살던 집 마당에 있어서 뽑아 왔어요. 얼굴도 마음처럼 예쁘던 그 여인은 화단 몇 곳에 한 30개가량의 모종을 심은 것 같다. 모종을 심고 .. 2023. 10. 15.
만화 - 바닷마을 다이어리 다시 읽어보다가 그림도 예쁘고 제목들도 예뻐서...... 2023. 10. 13.
황금 들판 사이로 가을볕이 좋던 날, 작은 가방 하나 둘러메고 길을 나섰다. 황금 들판을 즐겨보리라. 기존의 자연부락 옆으로 새 전원주택들이 들어서고 있다. 쌍둥이 저 집도 얼추 완성되어 가네. 노란 벼들을 배경으로 노란 `양미역취'가 예쁘게 피어 있다. 육안으론 두드러져 보인 어여쁨이었는데 사진 속에선 색깔이 묻힌다. 멋들어진 자태의 왕버들나무 한 그루. 노란 콩고물 올린 시루떡 같기도 하고...... 저 줄줄이 벼 색깔이 다른 논은 신정호 육묘장이다. 29가지 벼 품종을 비교해서 심어 놓았다. 멀리 야산 밑으론 저번에 갔었던 베이커리 카페 그린 브리즈가 보이고, 흑찰미는 벼이삭도 검은색이네. 환한 노란색의 백옥찰 바라보기만 하여도 마음이 풍성해지고 넉넉해지는 황금 들판. 2023. 10. 12.
요츠바랑! 아빠와 함께 사는 다섯 살 꼬마 요츠바는 새로 이사 온 마을에서 옆집에 사는 아사기, 후카, 에나 세 자매와 친구가 된다. 재택근무를 하는 번역가인 요츠바의 젊은 아빠 코이와이와 그의 커다란 덩치의 친구 점보, 후배 얀다 등 순수하지만 한편으론 천방지축인 요츠바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잔잔한 일상의 이야기. 그림 또한 매우 아름다워서 멋진 골목 풍경 그림이 나오면 몇 번씩 다시 들여다 보게 된다. `요츠바랑'이라는 제목은 `요츠바와 함께'라는 뜻으로 즉 `너랑 나랑'할 때의 우리말 조사 `랑'이라고 한다. 만화를 보다 보면 무려 네 갈래로 묶은 꼬마 요츠바의 초록색 머리가 특이하여 왜 네 갈래씩이나 묶었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그 이유는 `요츠바'는 네.. 2023. 10. 8.
달을 품은 예수상 3년을 기다려 2023년 6월 4일 새벽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두 언덕에 있는 예수상이 보름달을 품은 (잡은) 모습을 브라질 사진작가 레오나르도 센스가 포착했다고 함. 리우데자네이루는 남아메리카 남동부 대서양 연안에 자리잡고 있다. 1502년 1월 1일 포르투갈인 항해사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도시 이름은 이 항해사가 만의 입구를 강의 어귀로 착각한 데서 붙여졌다(포르투갈어로 리우는 강, 자네이루는 1월이라는 뜻). 1822~1960년 동안에 브라질의 수도였으며 1975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리우데자네이루 주의 주도가 되었다. - 다음백과에서 발췌 2023. 9. 27.
불타는 하늘 오늘은 호수에 산책 가지 말고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해 남편과 둘이서 막걸리 마시다 바라본 주방 창문 밖이 너무나 붉어 마치 하늘에 불난 것 같았다. 다른 날보다 유난히 붉게 붉게 타올라 온통 불바다 같아 어쩜, 저래! 환호성을 멈출 수 없었던 저녁노을. 사랑은 그런 것 홀로 잠들어 있는 나를 덮어주던 그림자가 가만히 그림자 하나를 데 리고 와서 옆에 누인 다음 그 둘을 혼곤히 잠들게 하는 것은 사랑이 하는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문득 길을 가다 만나는 찐빵 가게에서 솥 바깥으로 치솟는 훈김 같은 것. 사랑은 그런 것. 호기롭게 사두었다가 오 년이 되어도 읽지 못하 는 두꺼운 책의 무거운 내음 같은, 사랑은 그런 것. 여행지에서 마음에 들어 샀지만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서는 입을 수 없는 옷의 문양 같은 .. 2023. 9. 19.
비 개인 날 며칠 동안 비 오고 흐리고 개다 다시 비 오기를 반복했다. 드디어 오늘은 파랗게 개었다고 생각했더니 이내 또 소나기 한바탕 쏟아붓고 다시 개었다. 2023. 9. 18.
책 - 공중그네 외 집 청소를 하다가 바라본 작은 방 책꽂이에서 심심한데 뭐 읽을만한 책 없나? 생각하다가 뽑아온 책은 작은 아들이 사모은 책들이다. 작은 아들이 투룸에서 생활하는 관계로 공간이 좁아 새 책을 비롯하여 한때 배낭 메고 헌책방에 들러 사모았던 그 많은 자기 책들을 가져가지 못한 까닭이다. 지금은 지금대로 또 산 책들이 많다고 하니 이다음엔 그 많은 책들을 다 꽂으려면 넓고 튼튼한 집을 사야겠네, 농담하게 되었다. 책이 좀 무거운가 말이다. 애초에 도서관으로 사용하려면 아예 책의 무게를 견디게끔 건축물을 더 튼튼하게 짓는다고 하던데 말이다. 작은 아들이 좁은 원룸에서 생활하다가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투룸으로 옮겨가면서 벅차하던 순간은 마치 우리가 처음으로 우리 집을 장만하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아래 네 권의.. 2023. 9. 13.
구름 감상 2 해는 구름 뒤에서 빛나는데 소나기 쏟아져 내리던 이상한 날. 여우 시집가고 호랑이 장가가던 날. 내리는 빗방울들이 점점이 찍혀 마치 카메라 렌즈에 먼지가 묻은 것처럼 사진이 나왔다. 과거란 천천히 지나간 아름다운 시간(선별적 기억이지만)이고, 현재란 무의미하게 빨리 지나가는 시간을 말한다. 꿈과 의욕이 퇴색되어 매사에 `호기심'이 별로 없을 때 시간은 빨리 간다. - 정재승 박사의 TV출연 중 내용 중에서 인간의 머릿속에는 매일 60,000가지의 생각이 지나간다고 한다. 그중 95퍼센트는 그 전날에도 했던 똑같은 생각이고, 80퍼센트는 부정적인 생각이다. 갈등의 10%만이 의견차이에서 비롯되고 90%는 목소리 톤과 의견전달방법에서 비롯된다. 어린아이는 자기 자신에 대해 스스로 좋게 생각할수록 여러 분야에.. 2023.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