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청소를 하다가 바라본 작은 방 책꽂이에서 심심한데 뭐 읽을만한 책 없나?
생각하다가 뽑아온 책은 작은 아들이 사모은 책들이다.
작은 아들이 투룸에서 생활하는 관계로 공간이 좁아 새 책을 비롯하여
한때 배낭 메고 헌책방에 들러 사모았던 그 많은 자기 책들을 가져가지 못한 까닭이다.
지금은 지금대로 또 산 책들이 많다고 하니 이다음엔 그 많은 책들을
다 꽂으려면 넓고 튼튼한 집을 사야겠네, 농담하게 되었다.
책이 좀 무거운가 말이다.
애초에 도서관으로 사용하려면 아예 책의 무게를 견디게끔
건축물을 더 튼튼하게 짓는다고 하던데 말이다.
작은 아들이 좁은 원룸에서 생활하다가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투룸으로 옮겨가면서 벅차하던 순간은
마치 우리가 처음으로 우리 집을 장만하던 순간을 떠올리게 했다.
아래 네 권의 책 중에서 `공중그네'는 어디선가 보았던 것인지 낯익은 제목이었고,
나머지는 낯선 제목이었는데 모두 다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의 책이었다.
아, 우리 아이가 한때 오쿠다 히데오의 열렬한 독자이었던가, 하는
생각을 하며 펼쳐본 책은 술술 잘 읽히는 참 재미있는 책이었다.
전직 스모 선수였나 의심받을 정도로 거구인 신경정신과 의사 이라부 이치오는
뜻밖의 명의여서 강박신경증을 치료하는 그 과정이 너무나 기상천외하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이를 테면 공중그네 곡예사, 유명 여배우,
구단주, 인기 여류작가, 유명한 3루수 등의 강박신경증인데
그래, 그럴 수 있어, 그 자리에 오르려면 그런 강박증이 생길 법도 해,
공감하게 되는 마력이 있다.
`면장 선거'는 정치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 흥미로웠다.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치료받는 이에게 감정이 이입되어
이라부 이치오를 뭐, 이런 이상한 의사가 다 있어? 의사 맞아?
노출증 환자에 담배 피우는 간호사는 또 어떻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 환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치료를 받고 서서히 마음이 편안해지면
또 그게 그렇게 감격스럽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병적일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약간의 신경증을 안고 살아가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묘하게 위로를 받게 되는 책이다.
그리고 이 작가는 기본적으로 유머를 장착하지 않았나 생각 들었다.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이나 성석제의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을
읽을 때처럼 이따금 저절로 실소를 짓게 된다.
일본의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작품들인데 뒷북치기 선수인 나는 이제야 읽고서 이렇게 소감을 남긴다.
아들의 책장에는 `강아지똥'으로 유명한 권정생 선생의 `슬픈 나막신'도 있었다.
작가 권정생 선생 본인이 시부야 골목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가난한 생활과 이웃과 친구들에 관한 이야기가 마음 아프다.
일제강점기 때 타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너무도 세세하게 그 시절, 일본에서 보냈던 이야기가 그려져서 가슴 찡하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