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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방

헤어질 결심과 더 글로리

by 눈부신햇살* 2023. 1. 12.


넷플릭스에 <헤어질 결심>이 올라왔길래 냉큼 보게 되었다.
열심히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어떤 부분은 미처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게 되어 다시 보기를 해야만 했다.
나중에 평점에서 보니 어떤 이가 `관객에게 불친절한 영화'라고 했던데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여주인공 서래가 남편의 죽음을 그다지 슬퍼하는 기색이 없자
의아해하는 파트너 형사 수완(고경표 분)에게 박해일이 담담하게 읊조리듯 말하는
슬픔을 받아들이는 자세? 아니 슬픔을 맞닥뜨리는 자세에 대한 대사가 마음에 새겨졌다.
-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마지막 서래가 이 세상과 하직하는 장면도 신박했다.




이어 보았던 <더 글로리>.
그다지 집중해 보지 않아도 머릿속으로 쏙쏙 들어와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드라마.
1부에서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분)에게 행해지는 학교 내 폭력은 너무나 잔인해서
몸서리가 쳐지며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장면이었다.
1부를 어찌어찌 참고 보게 되자 8부까지 순식간에 달리게 되는 흡입력이 있었다.

그중 문동은이 카센터에 가서 차 수리를 맡기다가 우연히 삼겹살 굽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 삼겹살이 구워지는 치익 내지는 지글지글하는 소리에 고데기로 화상을 입던
고통을 떠올리게 되어 트라우마에 신음하는 장면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안쓰러웠다.
어쩌면 그렇게 같은 사람으로서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한 얼굴로
아니 심지어 싱글싱글 웃어가며 한 사람의 영혼을 처참하게 할퀴고 부서뜨릴 수 있는지......

문동은을 돕게 되는 남편에게 폭행당하고 사는 가사도우미 강현남(염혜란 분 - 어디서
많이 보았다 했더니 `동백꽃 필 무렵'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던 배우였다) 역을
맡은 가사도우미의 연기도 찰지고 맛깔났는데 무심코 함박웃음을 터뜨리다가
의아해하는 문동은에게 하는 대사도 인상적이었다.
- 맞고 살지만 사실은 저 명랑한 년이에요.
맞고 사는 년은 웃으면 안 되나요?
슬픔 가득한 문동은에게 따스함을 건네주는 여자여서 보고 있노라면
훈훈해지며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곤 하였다.

드라마를 보다가 이상한 점도 있었는데 학폭자 중의 하나 강재준(박성훈 분)이
역시 학폭자 박연진(임지연 분)의 딸이 색맹인 것을 보고 자기 핏줄인 것을 알아챌 때였다.
강재준이 색맹이라는 암시는 여러 번 있었으므로 생부가 색맹이고 생모가 정상이면
아들은 정상이고, 딸은 보인자(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유전인자만 가지고 있는 사람)가 될 가능성이 있을 텐데
색각이상이라니 저건 옥에 티다 하다가 아하, 생모 박연진이 보인자여서
둘 사이의 딸이 색맹인가 보구나, 희귀한 설정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3월쯤에 후반부가 시작된다고 하니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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