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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방

아름다운 순간, 해거름

by 눈부신햇살* 2022. 5. 13.

 

 

못 오실 님인 줄 알지만

                            

                             채소염

 

봄바람에 날씨 화창하더니

산 너머로 해는 또 지네

못 오실 님인 줄 알지만

그래도 아쉬워 사립문 못 닫네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무심코

한 말이

사람을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나에게

 

               시바타 도요

 

뚝 뚝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눈물

멈추질 않네

 

아무리 괴롭고

슬픈 일이 생겨도

언제까지

끙끙 앓고만 있으면 

안 돼

 

힘차게

수도꼭지를 비틀어

단숨에 눈물을

쏟아버려

 

자, 새 찻잔에 

커피를 마시자

 

 

 

 

녹아드네

 

                 시바타 도요

 

주전자에서

떨어지는

따스한 물은

상냥한 

말의 낙엽

 

내 마음은

각설탕

찻잔에 담겨

기분 좋게

녹아드네

 

 

 

상쾌한 봄날 저녁, 서서히 저물어가는 저녁

해의 긴 그림자를 따라 외국 도시의 낯선 거리를

한가하게 산책하는 일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그러다가 가끔 멈춰서 가게 진열장을 들여다보거나,

교회, 예쁜 광장이나 한가한 부두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도 하면서

앞으로 오랫동안 흐뭇하게 기억할 유쾌하고 내 집 같은 음식점이

과연 길 이쪽에 있을지 저쪽에 있을지 망설이는 일은 또 어떤가?

나는 이런 일이 너무도 즐겁다.

매일 저녁 새로운 도시에 가보면서 평생을 살아도 좋겠다.

                  -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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