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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산책 어제, 아산에는 눈보라가 쳤다. 롱다운 코트를 입고, 남편이 운동할 때 쓰라고 사다 준 방울 달린 털모자를 쓰고, 어쩌다 보니 예상에 없던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는 남편에게 다운 바지를 남편은 내게 트레킹화를 사준 것을 신고 산책을 나갔다. 들판 저 너머에서 눈보라가 휘몰아쳐 올 때면 바람을 피하려고 다운 코트에 달린 모자까지 뒤집어 썼다. 콧물이 한 번씩 주르륵 흘러내릴 정도로 쨍하게 추웠다. 사진을 한번 찍고 나면 손이 갈라지는 듯한 시린 칼바람이 불다가도 잠깐씩 햇빛이 나고 바람이 자면 그런대로 산책할 만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눈보라가 걷히고 말개지는 하늘을 보노라면 기분이 좋았다. 오가는 길목의 매여 있는 개가 이제는 나를 알아보는 것도 좋았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헤매고 다니다 보니 어느덧.. 2020. 12. 31.
올해를 보내며 오리들은 호수가 얼기 시작하자 얼지 않은 호수 한가운데에 모여 있다가 얼음 가장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기도 한다. 또 다른 어떤 화창한 겨울날의 신정호 풍경 1. 영화 보기 작은아들의 권유로 왓챠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한 지 2년 여. 가끔은 넷플릭스에서도 보고, 티브이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볼 때도 있고, 그 모든 것을 합하여 약 600여 편의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봐도 봐도 끝없이 좋은 영화와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겨서 `보고 싶어요'에 저장한 영화는 갈수록 늘어나고 나는 거기에 따라갈 수가 없다. 우스운 것은 이미 본 영화를 봤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다시 또 보다가 어, 이 데자뷔 현상은 뭐지?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다 본 영화의 제목을 뒤져보면 지나간 어느 날에 본 영화여서 실소를 금치 못한다.. 2020. 12. 24.
벨기에에서 2 큰아들이 벨기에에 간지 벌써 일 년이 되었다. 그랑 플라스 근처에서 살다가 한적한 주택가로 이사했단다. 작년에도 크리스마스를 그곳에서 보내게 되어 크리스마스 장식이 되어 있는 오줌싸개 동상 사진을 보내왔었는데 여기보다 조금 더 사이즈가 크다는 마스크를 쓴 인물 사진과 함께 올해는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벨기에는 겨울로 접어들자 거의 매일 회색빛의 하늘에 하루 종일 부슬부슬 비가 오는 듯 마는 듯한 날씨가 이어진다고 한다. 모처럼 드물게 맑은 날 햇볕 맞이하러 동네 산책을 나갔더란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다 같이 한식으로 먹었단다. 전과 불고기 같은 메인 음식은 장모님, 잡채와 김밥은 메리, 계란장조림과 김치는 아들의 솜씨. 메리는 얼마전에 유튜브로 보니까 온라인으로 우리 요리를 배우고 있었다. 두부조림 배.. 2020. 12. 23.
첫눈 밤사이 소리 없이 내려 소복소복 쌓인 눈. 올겨울 들어 첫눈. 마치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때 맞춰 내려준 눈. 조금 있으면 아이들과 엄마 아빠들이 나와서 눈사람 만들고 눈 장난하느라고 없어질 눈이기에 얼른 몇 장 찰칵찰칵! 어떤 센스쟁이 한 분이 눈 속에 도드라지게 진분홍 우산을 받쳐 들고 지나간다. 이른 아침부터 경비아저씨들은 눈 치우느라고 동분서주하시고 소복이 쌓인 눈이 주는 포근함에 싸여 우리는 아침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2020. 12. 13.
겨울날의 신정호 11월 어느 날 이런 풍경이었다가 12월이 되자 이런 풍경으로 바뀌었다. 신정호 주변에는 띄엄띄엄 카페와 식당들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다. 한 집 한 집 맛보다 보면 어느새 모든 집을 다 알게 되려나. 호수를 돌면서 보면 코로나로 인해 한산하다. 이렇게 눈부신 햇살을 받은 수면 위에 은물결이 눈부시다가도 겨울의 짧은 해는 금방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다. 오리들은 떼를 지어 여기저기 흩어져 떠있다. 걔네도 패가 따로 있나 보다. 이쪽 한 무리, 저쪽 한 무리 여기저기 나뉘어서 놀고 있다. 오리의 울음소리는 퍽이나 퉁명스럽다. 꽉꽉, 꽉 꽉 꽉, 꽉~ 짖을 때 보면은 꼭 시비 걸거나 무언가 못마땅해서 따지는 것 같다. 이따금 나도 대꾸해준다. 왜? 뭐가 못마땅한데? 퉁명스러운 오리들...ㅋㅋ 간혹 머리에 초록빛.. 2020. 12. 12.
서천 신성리 갈대밭 군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남편이 오래전 일 때문에 근처에 갔다가 우연히 멋진 갈대밭을 보았다며 보러 가자고 했다. 신성리 갈대밭은 `공동경비구역 JSA', `추노', `미안하다 사랑한다', `자이언트' 등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금강 변에 있는 이 갈대밭은 우리나라의 4대 갈대밭에 속할 정도로 넓다고 한다. 키를 훌쩍 넘는 갈대밭 사이로 난 길을 걷는 기분이 좋았다. 연인들이 데이트하기 좋겠다며 우리의 연인 시절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키 큰 갈대가 강바람을 막아주어 갈대숲길은 따뜻했다. 전망대와 조금 높은 데크 길은 드넓은 갈대밭을 조망하기에 좋았고, 멀리 강 건너 풍경을 감상하기에도 좋았다. 돌아오는 길엔 그곳 한켠에서 팔고 있는 유명한 한산 소곡.. 2020. 12. 8.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 경암동 철길마을은 1944년 전라북도 군산시 경암동에 준공하여 페이퍼 코리아 공장과 군산역을 연결하는 총 연장 2.5km 철로 주변의 마을을 총괄하여 붙인 이름이다. 마을이 위치한 행정 구역 명칭에 따라 철로 주변에 형성된 마을을 경암동 철길 마을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1944년 일제 강점기 개설된 철도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동네를 이루었고 1970년대 들어 본젹적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다. 경암동 철길은 일제 강점기인 1944년에 신문 용지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최초로 개설되었으며, 1950년대 중반까지는 “북선 제지 철도”로 불렸으며 1970년대 초까지는 “고려 제지 철도”, 그 이후에는 “세대 제지선” 혹은 “세풍 철도”로 불리다 세풍 그룹이 부도나면서 새로 인수한 업체 이름을 따서.. 2020. 12. 8.
군산 일본식 건축물 일본 나가사키에 본사를 둔 군산 지역 최초 은행 건물이라고 한다. 일본으로 미곡을 반출하고 토지를 강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1907년에 건립된 금융기관. 2008년 이후 보수 복원을 거쳐 현재는 군산근대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채만식의 소설 에 나오는 인물들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 한다. 장미공연장과 갤러리는 1930년대 조선미곡창고 주식회사에서 수탈한 쌀을 보관하는 창고로 사용했다고 한다. 장미는 꽃이 아니고 쌀 곡간을 뜻한다고 한다. 건물 외관을 찍지 않는 우를 범하다니... 군산 해망로 근대문화역사의 거리에 있는 일본식 건물들은 1930~40년대 일본의 쌀 수탈의 전진 기지였던 군산의 아픈 역사를 되새겨볼 수 있는 곳이었다. 여미랑(悆未廊)은 일제 강점기에 월명동에 조성된 일본식 가옥.. 2020. 12. 8.
군산 동국사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본식 사찰 동국사. 주택가에 자리한 동국사. 대웅전 뒤로는 왕대나무 밭이 있고 그곳에 올라갈 수도 있다. 우리나라 다른 사찰에 가면 종이 큰데 일본식 사찰 동국사는 종이 작다. 일본식 가옥 옆에 우리나라 가옥이 한 채 있어서 서로 비교가 된다. 특히 지붕 모양에 초점을 맞추어본다. 그리고 다른 사찰들과 비교해 단청이 없는 점과 둥근 모양의 서까래가 아닌 네모지게 깎고 다듬은 서까래에 대해서도 다름을 찾아본다. 몇 년 전에 갔었던 일본 사찰들이 떠올라 남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사찰을 둘러보았다. 방송에서 볼 때는 규모가 제법 큰 줄 알았다가 막상 보니 생각보다 작다. 내 생각은 그렇고, 남편은 말사인데 작은 줄 알았다고 한다. 아, 네에~!^^ 동국사(東國寺)는 1909년 .. 2020. 1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