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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에서 온 짧은 소식 2021. 2. 7.
집으로 2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운동 삼아 걸으려고 한 정거장 전에 내렸다. 익숙한 도시의 익숙한 풍경이 주는 친근함이 와락 달려든다. 옆 동네엔 아직도 이렇게 철도원 아저씨가 지키는 건널목이 있다. 식당가가 밀집해 있는 애니골. 저들이 뒷모습일 때 찍고 있었는데 언제 돌아섰다지? 놀라며 초상권 때문에 눈치도 조금 보였는데 사진으로 보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다. 정겨운 우리 동네. 저 왼쪽으로 우리 가족이 자주 가서 먹던 깐풍기가 전국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중국집이 있고... 오른편으로는 무지개떡처럼 생겼다는 작은아들의 평에 박장대소했던 건물이 있다. 그 말은 사라지지 않고 기억에 남아 오다가다 저 건물을 보노라면 그날 그 차 속의 우리 가족의 화기애애하던 분위기가 떠오른다. 이런 정든 길을 걸어 집으.. 2021. 2. 2.
집으로 1 다음 주에나 설 선물들이 도착할 줄 알았는데 이번 주에 도착하는 것들이 있단다. 그중에는 제주에서 오는 흑돼지고기도 있단다. 지난 추석에 집으로 도착한 선물을 그대로 문 앞에 두고 며칠 후에 집에 왔더니 고기가 상해서 먹지 못했었다. 그 많은 양의 고기를 상해서 버리려니 무척 속상하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나더러 올라가 보란다. 그것도 택시 타고 천안아산역에 가서 KTX 타고 올라가란다. 그 큰 캐리어를 나 혼자 끌고 가라는가 싶어 은근 부아가 났다. 나의 오해로 밝혀지기까지 뾰로통해서 둘이서 카톡으로 티격태격... 나의 캐리어와 그 밖의 짐들은 주말에 남편이 차로 가져오기로 하고 나만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11시 30분쯤 천안아산역에 도착했는데 목적지인 행신역까지의 표는 1시 59분발 밖에.. 2021. 2. 2.
오늘도 걷는다 낮에 나온 반달을 친구 삼아 오늘도 걸었다. 오전엔 욕실, 창문, 실내, 청소에 청소를 거듭했다. 점심 후엔 동네 한 바퀴 7천 보 정도, 오후엔 호수 한 바퀴 조금 넘게 돌아 합해서 만오천 보. 봄인 줄 착각하게 만들 만큼 포근한 날씨라 외투를 벗어들고 걷다가 벤치에 앉아 쉬다 보니 땀이 식어 추워졌다. 다른 날엔 두 바퀴 돌아도 그리 힘들지 않더니 오전의 대청소로 힘들었던지 맥이 풀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서쪽 하늘엔 노을이 붉게 번지고 있었다. 2021. 1. 25.
벨기에에서 3 `생좁'이나 `상좝'이라고 발음이 나는 동네라고 한다. 1월 16일에 두 번째 내린 눈이라고 보내온 사진 전체적으로 덥지도 춥지도 않은 그런 날씨라 겨울엔 난방을 별로 안하고 여름엔 냉방을 그렇게 하진 않는단다. 우리나라의 무지막지하게 덥고 습한 여름과 겨울의 쨍하게 추운 날씨와 비교해서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거의 매일 비가 오는 날이 이어지다가 드물게 눈온 날 보내온 사진. `기온은 무난한데 비가 안 그쳐요. 진짜...' 하면서. 이곳에서 교복처럼 입던 롱패딩코트 입은 사진과 함께... 2021. 1. 23.
이러구러 살아가오 2주 만에 집에 왔더니 스파트필름이 저렇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지난번엔 다른 화분의 스파트필름이 저런 모습이었다. 급하게 물을 주고난 후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원래의 모습으로 일어섰지만 그새 누렇게 떠버린 몇 잎은 잘라내야 했다. 2주나 3주 만에 집으로 돌아올 때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금붕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서서 어항을 쳐다보며 가슴을 쓸어내리기 몇 번. 안 되겠다, 엄마에게 갖다 주자, 그렇게 엄마에게로 이사 간 우리 금붕어. 엄마가 금붕어를 깜짝 놀랄 정도의 배불뚝이로 만들어 놓았다. 이래저래 가엾은 금붕어... 수국은 일찌감치 늦가을이 되자 저렇게 잎을 다 떨궈버리고 빈 가지로 있고 긴기아난과 호야, 꽃기린, 대엽풍란, 행운목, 사랑초, 페페, 테이블야자 등은 그래도.. 2021. 1. 18.
내 생일엔 지나간 늦가을의 내 생일엔 남편님께서 몇 해 까마득하게 잊고 사셨던 꽃다발을 사 오셨더랬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예쁜 꽃다발이 퍽 좋았다. 문제는 달랑 꽃다발만 사 왔다. 밥도 사줬지만 왠지 허전한 마음은 왜일까? 작은아들은 와인을 한 병 사 왔더랬다. 아들은 워낙 짠돌이니까 와인 한 병에도 고마웠다. 원래는 작년처럼 유명 빵집에서 케이크도 사 올 예정이었지만 먼 나라로 나간 큰아들이 아버지 생일에는 보내지 않았던 케이크 쿠폰을 보내오는 바람에 와인만 사 오게 돼서 미안했던가 보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현금봉투를 내밀었다. 헉, 짠돌님께서 크게 맘 잡수셨네! 그렇지만 역시 짠돌님은 짠돌님이셨다. 그리 큰 금액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아버지 생일에는 없었던 것이다.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했지만 나는 감동해서 .. 2021. 1. 18.
신정호의 하얀 겨울 고명으로 채 썬 육전이 올라가는 진주냉면 집에서 내 취향인 물냉면을 추울까 봐 차마 못 먹고 울며 겨자먹기로 비빔냉면을 먹고 한 잔의 카페라떼를 나눠 마신 후 신정호에 갔다. 한파라고 해서 두터운 장갑을 끼고 털모자를 쓰고서. 기온은 낮아도 바람이 불지 않아서 그렇게 춥진 않았다. 간간이 호수를 돌고 있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였다. 2021. 1. 9.
온 세상이 하얗게 온 세상이 하얗게 하얗게 변한 날. 겨울이 되자 설화산은 왜 설화산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됐다. 눈이 쌓이자 단연 예뻐지는 산. 눈꽃산. 호수가 꽝꽝 얼자 오리들이 보이지 않았다. 오리들은 어디로 갔을까? 오리의 안부를 묻자 남편이 그랬다. 어디 가서 잘 살고 있겠지. 그렇다. 오리들은 빈 논에서 잘 살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왜 빈 논에도 없을까? 다시 워디로 간겨? 혼자 지나갈 때면 짖지 않던 개들이 남편과 함께 지나가면 짖는다. 아마도 나는 그새 익숙해졌고 남편은 낯설어서이리라. 내가 오기 전까지 남편은 동네 산책은 하지 않았다니. 오늘은 둘이 지나가는데도 짖지 않는다. 이제 남편도 익숙해졌나? 지나쳐가다가 괜히 이 녀석을 찍고 싶어졌다. 가만히 멀뚱멀뚱 바라보던 녀석이 사진을 찍자 .. 2021.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