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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집으로 1

by 눈부신햇살* 2021. 2. 2.

다음 주에나 설 선물들이 도착할 줄 알았는데

이번 주에 도착하는 것들이 있단다.

그중에는 제주에서 오는 흑돼지고기도 있단다.

지난 추석에 집으로 도착한 선물을 그대로 문 앞에 두고

며칠 후에 집에 왔더니 고기가 상해서 먹지 못했었다.

그 많은 양의 고기를 상해서 버리려니 무척 속상하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나더러 올라가 보란다.

그것도 택시 타고 천안아산역에 가서 KTX 타고 올라가란다.

 

그 큰 캐리어를 나 혼자 끌고 가라는가 싶어 은근 부아가 났다.

나의 오해로 밝혀지기까지 뾰로통해서 둘이서 카톡으로 티격태격...

나의 캐리어와 그 밖의 짐들은 주말에 남편이 차로 가져오기로 하고

나만 혼자 집으로 돌아왔다.

 

11시 30분쯤 천안아산역에 도착했는데

목적지인 행신역까지의 표는 1시 59분발 밖에 없다.

무인 발권기로 유도해서 표 끊는 걸 도와주는 아가씨에게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럼 서울까지 가는 것은요? 하고 물었다.

다행히 조금 뒤인 11시 50분발 열차가 있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빨리 간다는 속도감도 느껴지지 않는데 금세 서울에 도착하고

벌써 한강 다리 위를 지난다.

 

코로나 때문인지 두 개의 좌석에 한 명만 앉는다. 따라서 일행도 앞뒤로 나뉘어 앉는다.

 

저 멀리 남산에 있는 서울타워도 보이고...

 

 

언제부터인지 긴 종이에서 이런 모양으로 승차권이 바뀌었다
왈우 강우규 의사 동상

단두대 위에 올라서니

오히려 봄바람이 감도는구나

몸은 있으나 나라가 없으니

어찌 감회가 없으리오

-1920년 11월 29일 서대문형무소 형장에서 강우규 의사가 순국 직전에 남긴 유시라고 한다.

 

 

 

출발한 지 40분 만에 서울에 도착했다. 참 빠른 세상!

그러나 의외의 복병이 있었으니 서울역에서 경의선을 타려면 40분이나 기다려야 했다.

 

 

하필이면 오늘은 꽤 추운 날씨였다.

추위를 이겨 보겠다고 역사 승강장 이쪽에서 저쪽으로 왔다 갔다 해본다.

지루해서 스크린도어 너머로 사진도 몇 장 찍어본다.

 

 

왼편으로 재작년 가을에 다녀갔던 서울로 7017도 보인다.

`1970년 만들어진 고가도로가 2017년 17개의 사람이 다니는 길로 다시 태어난다'는

뜻에서 명명된 서울역 고가도로의 재생 공원화 사업명이라고 한다.

 

 

 

내 추억 속의 옛 대우그룹 건물, 지금은 서울스퀘어인 건물도 보이고...

 

서울역에 관한 내 추억은 꺼내 놓으면 몇 꾸러미쯤 될 것 같다.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옛 추억들...

아홉 살이나 열 살 무렵, 작은 아버지와 함께 역마다 다 서는, 아주 작은 역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완행열차를

광주에서 타고 서울까지 와서 이른 아침에 내려 어리둥절해서 바라보던 서울역.

단발머리 나풀거리던 중학생 때 혼자 올라와서 어색함 반 반가움 반으로 해후했던 젊은 엄마의 모습.

친구가 시골집에 가거나 동생을 마중 나갈 때, 혹은 친구네 집으로 함께 가기 위해서,

그 외의 떠오르지 않는 이유들로 인해 단짝 친구와 함께 자주 오게 됐던 서울역...

 

 

 

반갑고도 고맙게 20분 전에 승차가 됐다.

추워서 옹송거리던 몸이 따뜻한 의자에 앉으니 사르르 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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