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

이러구러 살아가오

by 눈부신햇살* 2021. 1. 18.

 

2주 만에 집에 왔더니 스파트필름이 저렇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지난번엔 다른 화분의 스파트필름이 저런 모습이었다.

급하게 물을 주고난 후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원래의 모습으로 일어섰지만

그새 누렇게 떠버린 몇 잎은 잘라내야 했다.

 

2주나 3주 만에 집으로 돌아올 때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금붕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집으로 들어서서 어항을 쳐다보며 가슴을 쓸어내리기 몇 번.

안 되겠다, 엄마에게 갖다 주자, 그렇게 엄마에게로 이사 간 우리 금붕어.

엄마가 금붕어를 깜짝 놀랄 정도의 배불뚝이로 만들어 놓았다.

이래저래 가엾은 금붕어...

 

 

수국은 일찌감치 늦가을이 되자 저렇게 잎을 다 떨궈버리고 빈 가지로 있고

긴기아난과 호야, 꽃기린, 대엽풍란, 행운목, 사랑초, 페페, 테이블야자 등은 그래도 잘 버티어 주고 있다.

 

 

 

 

 

 

오랜만에 동네 뒷산에 올랐다.

한동안 잡목을 쳐내더니 새로운 어린 묘목들을 지지대와 함께 많이 심어 놓았다.

무슨 나무일까? 봄이나 되어야 알아볼 수 있겠지.

 

 

 

 

 

우리가 즐겨 다니는 길에 있는 연리지.

 

 

운동은 뒷산 오르기가 훨씬 강도가 세서 걷기 운동이나 하던 나는 숨이 가빴다.

운동은 덜 되어도 기분전환엔 탁 트인 호수를 도는 게 더 좋다.

호수를 도는 사람들과 서로 지나쳐 가거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다 보면

운동하세요? 아, 저도 운동하고 있어요.

이런 이심전심 내지는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무언중의 동지애 비슷한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 주엔 주중의 이런저런 일 때문에 남편 혼자 내려가고 혼자 남았다.

밀린 일을 보다 보면 또 금방 흘러가버리겠지만

일주일간의 휴가 같은 시간이 한편으론 좋고 한편으론 살짝 허전하다.

 

오후에는 여러 가지 견과류를 넣고 볶은 멸치볶음을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서 무려 네 시간 동안이나 멸치 똥을 땄다.

지리멸치는 멸치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을 위하여 

하염없이 중멸치의 머리와 내장을 분리해야 했다.

 

그뿐이랴. 은근 맛에 대해 까탈스러운이 아니라 대놓고 까탈스러우신

남편님을 위해 육수용 다시멸치 똥도 땄다.

시어머님께서도 인정하는 까다로운 입맛이다.

그래도 또 입에 맞으면 무척 맛있게 잘 먹는지라 그럴 때면 수고한 기쁨도 크다.

커다란 봉지로 두 봉지의 멸치 똥을 따고 났더니 손에서 비린내가 진동한다.

 

 

 

 

 

 

 

'하루 또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으로 2  (0) 2021.02.02
집으로 1  (0) 2021.02.02
온 세상이 하얗게  (0) 2021.01.08
한겨울 산책  (0) 2020.12.31
첫눈  (0) 2020.12.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