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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호의 사계(四季)

올해를 보내며

by 눈부신햇살* 2020. 12. 24.

 

 

 

 

 

오리들은 호수가 얼기 시작하자 얼지 않은 호수 한가운데에 모여 있다가 얼음 가장자리에 나란히 앉아 있기도 한다.

 

 

 

또 다른 어떤 화창한 겨울날의 신정호 풍경

 

 

 

미세먼지 심했던 날. 호수 대신 농로를 한 바퀴 돌다가 굴보쌈을 먹으러 갔던 날. 저기 저 달이 상현달인가? 하현달인가? 쓸데없는 입씨름 하던 날. 사진에는 그마저도 뭉개진 달이 떠있네...

 

 

보름달 떴던 날 호수에 비친 불빛들

 

 

 

 

 

1. 영화 보기

 

작은아들의 권유로 왓챠에서 영화를 보기 시작한 지 2년 여.

가끔은 넷플릭스에서도 보고, 티브이에서 방영하는 영화를 볼 때도 있고,

그 모든 것을 합하여 약 600여 편의 영화를 보았다.

 

영화는 봐도 봐도 끝없이 좋은 영화와 보고 싶은 영화가 생겨서 `보고 싶어요'에 저장한 영화는

갈수록 늘어나고 나는 거기에 따라갈 수가 없다.

우스운 것은 이미 본 영화를 봤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다시 또 보다가

어, 이 데자뷔 현상은 뭐지? 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다 본 영화의 제목을 뒤져보면 지나간 어느 날에 본 영화여서 실소를 금치 못한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평점을 매기는 것이다. 검색했을 때 평점이 매겨져 있으면 내가 본 영화구나, 하는...^^

 

더러는 같은 제목의 연대별로 다르게 만든 영화(고전 작품은 만들고 또 만들고 해서)를 비교해서 볼 때도 있고,

아예 제목까지 다르게 만든 영화를 비교해서 볼 때도 있다.

예를 들면 '바닐라 스카이'와 `오픈 유어 아이즈'.

 

영화를 보다 보니 뜻밖에도 동성애를 다룬 퀴어 영화가 많아서 무척 놀랐다.

그중 가장 가슴 저렸던(동성애 영화를 보며 가슴 저릴 줄은 나도 몰랐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재미와 미남 아미 해머가 춤출 때의 멋진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정작 본인은 그렇게 춤을 잘 추지는 않고 멋쩍어서 마구 흔든 거라고 하는데

그게 그 배우의 매력에 끌리는 것인지 아무튼 나는 그 장면에서 아미 해머에게 혹하고 말았다.

이 영화는 두 번 보았는데, 이탈리아의 멋진 풍경을 보는 영상미에 끌려 보았다가

두 번째에야 비로소 깊게 빠져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동성애에 대한 편견 때문에 놀라기 바빠서

서로의 감정을 덜 이해했던 것 같다.

 

역시 동성애를 다룬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도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랑이라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꼭 너여야만 하는 것일까?

그런 너와 함께 하지 못해서 오는 깊은 슬픔들은 때론

감당하기 힘들게 어깨를 짓누르고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오래된 흑백 영화, 주말의 명화에서 보았던 마를린 먼로의 `뜨거운 것이 좋아'나

`가스라이팅'이라는 말을 탄생시켰다는 잉그리드 버그만의 `가스등'도 다시 보았다.

 

큰아들은 인생영화로 `어바웃 타임'을 꼽으며 스무 번도 넘게 보았다고 했다.

내가 가장 많이 본 영화는 `바닷마을 다이어리'로 영화로 네 번을 보았고,

작은아들이 가지고 있는 만화책으로 두 번 보았다.

나는 영화가 더 좋다.

 

 

2. 임플란트

 

임플란트 보증기간 때문에, 지나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내 기억력을 못 믿겠어서 기록으로 남긴다.

올해 3월에 시작해 9월에 마무리 지었다.

 

몇 년 전, 맨 처음 했던 임플란트 시술에 대한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이를 뽑고도

거의 일 년을 미루고 버티다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결과를 빚었다.

 

그 힘들고 불편했던 기억 때문에 다시는 이를 뽑는 일은 없도록 하자 다짐했건만,

그런 내 생각을 내 잇몸이 안 따라주어(켁!) 또다시 이를 뽑아야 했다.

또 처음처럼 통증을 참으며 발치를 미루다가 옆의 이에까지 염증이 번졌고 따라서 옆의 이까지 뽑아야 했다.

당최 왜 일을 자꾸만 미루고 미루어 큰 일로 만들곤 하는지....

 

두 번째 이를 발치하는 과정에서는 말끔히 뽑지 않아서 다시 치과에 가서 남은 뿌리를 뽑기도 했다.

두 개를 한꺼번에 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이 두 개가 붙어 있는 모양으로 하나보다.

몇 년 전, 한 개 뽑았는데 두 개의 이가 부족하다는 이상한 결과로 두 개가 붙은 이를 해 넣은 후,

작년에 두 개 뽑은 자리에 올해 두 개가 붙은 이 하나를 해넣었다.

 

일 년간 방치해뒀던 윗니 빈자리 때문에 윗니가 눌러주는 힘이 없자 아랫니가 위로 올라와

임플란트 심으면 윗니와 부딪친다고 아랫니 두 개를 갈고 크라운까지 씌워야 했다. 아이고!

 

임플란트를 심으면서 가장 많이 듣던 말이

"딱딱 부딪치며 씹어보세요."와

"지글지글 갈아보세요."다.

그 명령어(?!)에 부응하여 나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여 씹고 갈았지만

지글지글 간 동작 다음에는 언제나 의사 선생님의 웃음이 터지곤 했다.

내가 남을 그렇게 웃기는 재주가 있을 줄이야.

지글지글 갈고 난  후엔 제대로 동작을 취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조금 기가 죽곤 했다.

임플란트 시술이 끝난 후의 홀가분함과 마음껏 씹을 수 있다는 만족감이 그 기죽음을 보상해 주었다.

 

한쪽의 이가 없는 상태가 지속되면 얼굴 모양도 조금씩 틀어져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 해 넣으니 신기하게도 얼굴 모양이 제대로 돌아옴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또 잇몸을 잘 관리해야 이런 일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텐데 나는 잘 관리함에도 탈이 나는 것은 왜일까?

노화 현상이라고 체념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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