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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송악 천년의 숲길 봉곡사 천년의 숲길, 오래된 멋진 소나무 숲길이 쭉 이어졌다. 신기하게도 길 주변으로만 소나무가 늘어서 있다. 그러다 문득 발견했다. 나무마다 흠집이 있었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일제강점기에 송진을 채취해 간 흔적이라고 한다. 세월은 가도 이렇게 슬픈 역사는 남는구나...... 잘생긴 고양이. 사진에 담으려고 야옹하니 이쪽으로 고개를 돌려준다. 포즈 굿~! 가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 눈 맞춤을 즐긴다. 소나무엔 담쟁이들이 많이 달라붙어 자라고 있고, 담쟁이에 단풍이 들었다. 우리 동네 소나무에 감긴 담쟁이를 보면 소나무를 아예 칭칭 휘감고 있던데 이곳의 소나무들은 워낙 둥치가 굵고 오래된 소나무라서 담쟁이의 기가 더 약한 건지 장식품처럼 조그맣게 자리하고 있다. 안심이 되는 이 기분은 뭐라고 해야 하나.. 2020. 10. 27.
우리 동네의 가을 내가 머물렀던 곳보다 북쪽인 우리 동네에는 가을이 조금 더 깊어져 있다. 오는 길에 보니 위쪽으로 올라올수록 추수가 끝난 논이 많았다. 빈 논에는 마시멜로가 뒹굴고 있었다. 예전엔 흰색으로만 포장하더니 이제는 하늘색으로도 포장한 게 눈에 띄었다. 그동안 눈에 익어서인지 하얀색의 마시멜로가 더 논과 잘 어울리는 풍경인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장난스레 마시멜로라고 부르던 것의 이름이 곤포 사일리지라는 것을 아네모네 님 블로그에서 어느 님의 댓글을 보고 알게 됐다. 2020. 10. 21.
해 질 무렵 같은 듯하여도 조금씩 다른 모습이 되는 해지는 풍경. 언제나 누구나 빠져 들게 되는 풍경. 해 질 무렵. 2020. 10. 15.
그야말로 황금들판 벼는 누렇게 누렇게 황금빛으로 들판을 수놓고 대추는 주렁주렁 매달려 붉게 붉게 익고 개량하지 않은 키다리 코스모스들은 부는 바람에 살랑거리고 밭에는 들깻잎들이 수분이 말라가며 얇아지고 연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여름내 산의 나무들은 진초록으로 통일되어 있다가 이제는 멀리서도 다른 나무 종이란 걸 알아볼 수 있게 각기 다른 색을 띠고 있다. 덩어리로 보이던 나무들이 하나하나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달까. 무거워 보이던 산이 가벼워진 느낌. 그런 모든 것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은 무어라 표현해야 하나. 지금도 이렇게 예쁜데 단풍 들면 얼마나 더 예뻐지려나. 마음을 살살 녹이겠지? - 세상에 이런 일이! 어제는 호두과자가 먹고 싶어 외암리 마을 근처의 가게에 갔었다. 팥을 좋아하고 속에 든 호두도 좋아하는지라 이따금 .. 2020. 10. 14.
어슬렁어슬렁 외암리마을 어슬렁어슬렁 외암마을을 돌았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월요일엔 무료관람이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더니 별것 아닌 일에 괜스레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여름 어느 일요일에 왔다가 코로나 때문에 입장 불가여서 그냥 돌아갔었다. 그때 우리처럼 돌아가는 사람들 중에 유난히 연인이 많아서 데이트 코스로 인기가 높구나 생각했었다. 어제는 평일이라도 사람들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어슬렁거리며 골목을 누비다가 앞서 간 이들과 다시 마주치고 다른 길로 갈라져 갔던 이들과 다시 마주치기도 했다. 쉬는 날을 이용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날에도 그러는지 몇 곳이 공사 중이어서 골목에 큰 차가 가로막고 있어 되돌아 나오기도 했다. 마을 앞 연밭에서는 몇 분의 할아버지 진사님들이 삼각대를 받치고 신중하게 작품을 만들.. 2020. 10. 13.
저물녘의 신정호 추석 쇠고 한 주 더 집에 머물다 다시 온 이곳 아산. 조금 일찍 내려와 이주만에 신정호를 한 바퀴 돌았다. 반가운 신정호. 자연친화적이어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 신정호. 어쩌다 한번씩 빗방울이 듣는 속에 이따금 우산을 펼쳐 들고 걷다 바라보는 정겨운 신정호. 바람이 없다는 걸 호수에 비치는 풍경을 보고 알았다. 물에 비치는 풍경 또한 그렇게 멋질 수 없다. 저물 무렵 얕은 물속에서는 오리가 꽥꽥 울고 점점 어두워져 가는 풍경 속에 내 마음을 맡겨본다. 2020. 10. 11.
부산 감천마을 부산에는 감천마을 말고도 산기슭에 자리한 집들이 많다는 것을 이제야 보았다. 감천마을 고갯길을 넘어갈 때 `만약에 내가 운전한다면' 하고 생각만 해도 오금이 저렸다. 부산에서 운전하려면 배짱이 두둑해야 될 것 같다. 경사진 곳에서 신호 대기 중일 때도 긴장하고, 그런 곳에 주차할라치면 쩔쩔매는 나이기에 더 그런 생각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경사도만 심한 게 아니라 지형 특성상 구불구불한 길이 많다. 서울의 창신동이나 삼양동, 옥수동, 봉천동도 가파르지만 감천마을 고갯길이 그중 갑인 것 같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다. 좁은 골목에 가파르기까지 해서 겨울이면 참 힘들겠다 생각했지만 부산엔 눈이 거의 오지 않는다고 하니 다행이다. 가파른 곳 좁은 집에서의 답답하고 고단한 일상을 바다로 향한 뻥 뚫린 뷰가 .. 2020. 9. 29.
부산 흰여울마을 마산에서 아침을 해결하지 못했다. 김밥집을 눈 씻고 찾아도 없다. 검색해서 찾아가도 없고 있는 집은 아직 영업 전. 아침부터 진한 맛이 나는 돼지국밥이나 순댓국은 당기지 않아서 그냥 부산에 가서 먹자로 의견 일치를 보았다. 10시 넘어 부산의 흰여울마을에 도착했다. 서둘러 김밥집을 찾았다. 어디를 가든지 그렇게 흔한 김밥집이 왜 눈에 안 띄는 건지. 길의 끄트머리쯤에서 겨우 작은 분식집을 발견했다. 주인장 아저씨와 남편이 흰여울마을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아저씨는 이 마을 토박이라고 하신다. 흰여울마을이 방송에 나가고 유명해지기 시작하더니 외지인들이 들어와 리모델링을 해 그럴듯한 가게들이 많이 들어섰다고 한다. 먹는 곳 고르는데 까다로운 면이 있는 남편이 뜻밖에도 길가의 작은.. 2020. 9. 28.
합천 해인사 합천의 해인사에 갔다. 올해 내가 둘러본 사찰이 몇이런가. 입구의 매표소에서 관람료 2인 6천 원, 주차료 4천 원 내고 들어갔는데 해인사까지 한참을 가야 했다. 내비를 보고 가는 중에도 길을 잘 못 들어 되돌아 나와야 했다. 기름도 간당간당한데 산속에 갇히는 줄 알았다. 인간 내비라고 알고 있는 남편도 실수할 때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다시 제대로 길을 접어들어 올라가는 중에 상인 아주머니 한 분이 손짓으로 그쪽으로 와서 주차하라고 한다. 길도 한번 잃었던 터라 반가운 마음에 덥석 그 자리로 가서 주차를 했다. 차에서 내리는 내게 종이컵을 하나 내민다. 생더덕 몇 개, 고구마튀김 몇 개, 고구마말랭이 몇 개가 들어 있었다. 그다지 출출하지도 않은데 건네받은 그것은 나중엔 다 먹지 못하고 버리게 되었다... 2020. 9.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