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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270

들려오는 이야기 오전에 친구랑 통화하는데 눈물이 주르륵주르륵 흘러내리더니 급기야 콧물까지 줄줄 흘러서 수화기를 잠시 놓고 코까지 풀어 재꼈다. 나는 항상 그런 식이다. 내게 위안을 받고자 내게 전화를 한 것인데, 도리어 내가 더 슬프게 울고 만다. 내게 위안을 받고자 전화했던 사람이 더 밝은 목소리로 힘을 내야 할 정도로. 오래전 그날도 그랬다. 친구가 막 출발하는 버스에 함께 가던 다른 친구가 타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무리하게 뛰어내리다 정신을 잃고 병원에 실려가 대수술을 받았던 그날도 나는 병문안을 가서 친구를 붙들고 한참을 울었다. 주변에서 니가 그러면 아픈 사람은 어떡해,라고 말리는 소리에 민망해서라도 눈물을 그쳐야 하는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꾸만 눈물이 나와서 애를 먹었다. 어디에 그렇게 눈물이 들어있다가 .. 2007. 2. 13.
썰물이 빠져나가 듯... 이틀 전, 월요일에 작은녀석의 학교가 개학하고, 오늘은 큰녀석의 학교가 개학했다.남들은 아이들이 개학하는 날, 홀가분한 마음이 하늘을 날 듯 한다는데, 나는 쓸쓸함이 가만가만 스멀스멀 모락모락 피어 올라온다. 그 기분이 갑자기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올라오자 문득 엄마도 이런 마음일까, 그래서 내가 집으로 돌아올 때면 그런 말씀을 하시는가,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 친정에 들렀다가 오는 날이면 엄마가 쓸쓸하고도 쓸쓸한 얼굴로 동생네 가족이 함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하여 동생네 네 식구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엄마 곁에 오롯이 남는데도"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라고 말씀하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큰소리로 웃었다.뭐가 그렇게나 섭섭하냐고. 키울 때 살갑게 키우지도 않았고, 그렇게 못 견디게 사.. 2007. 2. 7.
보약 모처럼 월곶에 갔다. 지난주에도, 지지난주에도 코에 바람 좀 집어넣자고, 하다 못해 엎어지면 코 닿는 월곶에라도 가서 답답한 코에 바닷바람을 쐬주자고 말만 무성하게 하다가 지난주엔 피곤해서, 지지난주엔 또 기타 사러 돌아다니느라고 가지 못했다. 남편은 요즘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지난해 들어 부쩍 잦아진 출장이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져 객지 잠을 많이 자기 때문이다. 조금 예민하고 결벽증 비슷한 구석도 있는 성격이고 보면 객지 잠을 달게 잘 사람이 절대로 못 된다. 늘 출장 끝에 집에 오면 지난밤에 깊은 잠을 못 잤다며 객지에서 잘려면 묘하게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서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없었다고, 술자리에서 숙소까지 어떻게 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술이 머리끝까지 취한 날 밤이나 세상모.. 2007. 2. 5.
이제부터 시작인 거야? 큰녀석의 새로운 기타다. 라는 상표를 달고 있다. 아들 녀석 덕분에 아는 것이 날로 늘어간다. 기타만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 중에 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방학 동안에 임시로 기타를 배우고 있는 새로 부임한 젊은 부목사님께서는 3백만 원 상당의 기타를 가지고 계시는데, 아들 녀석의 기타를 만진 첫마디가 기타의 넥 부분이 비틀어져서 제대로 된 음이 나오지 않는다고 조율해도 곧 이상한 음이 나와서 많이 불편할 거라며 웬만하면 하나 새로 사라고 하셨단다. 그때부터 또다시 녀석의 주특기인 조르기가 시작됐다. 그럼 그렇지, 2만 원짜리 중고 기타가 제대로일리가 없지.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지만 말하지 않고 있었는데 예상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얼마 전에는 기타 케이스와 동그랗게 생긴 파이프 조율기보다 전자 .. 2007. 1. 31.
어줍은 기타리스트 오늘 앰프가 도착했다. 며칠 전 시내에 있는 피아노 파는 가게에 가서 혹시 앰프도 팔아요? 하고 물었더니 주인 여자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또 다른 한 곳의 악기점, 제 아버지가 통기타를 사 준 곳에 가보자고 했다. 피아노만 파는 것이 아니고 클라리넷이나 바이올린, 기타 등등을 팔고 있으니 팔 것 같다며 큰 녀석이 연방 징징거리며 졸랐다. 그러나 작은 녀석의 농구화를 산다고 이미 많이 걸어 다닌 후여서 선뜻 내키지 않았다. 다녀오는데 40여분은 걸릴 테고, 또 집에까지 가는데 20여분, 그럼 약 1 시간여를 걸어야 된다. 혼자서 다녀오라고 했더니 심심하게 거기까지 언제 다녀오냐고 성을 냈다. 옥신각신거린 끝에 인터넷으로 간단히 주문을 하자고 했다. 그곳에 갔는데 앰프를 팔지 않을 수도 .. 2007. 1. 4.
친구들 한 일주일 전 친구들과 우리의 아지트인 종로에서 만났다. 언제나처럼 종로에서 만나 동대문 쪽으로 마냥 걷는다. 더러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걷기도 하고, 밀려오는 인파 때문에 일렬종대로 늘어서서 걸어가기도 한다. 걷는 중간중간 길가의 좌판에 진열해 놓은 화분들과 석류나 체리 같은 과일이나 나프탈렌 같은 요즘 보기 드문 소독약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순간순간 눈에 띄는 모든 것이 얘깃거리가 된다. 산세베리아에서는 음이온이 나와서 몸에 좋다고 많이들 사는데, 뿌리가 잘 뻗은 것으로 사야지 그렇지 않으면 며칠 못 가서 비실비실 말라죽는다라던가, 석류는 이란에서 많이 수입해 온다던데 감과 마찬가지로 단석류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으며 여성호르몬에 좋은 영향을 미치므로 특히 여자들이 많이 먹어야 된다는 .. 2006. 12. 26.
누굴 닮아서... 엉뚱하고도 기발한 생각의 대가인 작은아들 녀석이 다니는 학교는 해마다 학기초면 화분을 하나씩 가지고 가서 반에다 두고 기르다가 학기말이면 다시 집으로 가지고 돌아온다. 겨울방학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있는 그제인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녀석이 낑낑거리며 저 화분을 들고 왔다. 4학년 때 사서 학교에 가져갔다가 올해처럼 방학할 때면 다시 집으로 가져와서 기르고 개학하면 다시 학교로 가져가기를 반복하던 화분이다. 맨 처음 살 때는 아주 작은 화분에 담겨 있던 2 천 원짜리 조그만 화초였다. 그러던 것이 2년 만에 저리 무성하게 컸다. 물론 집에 있을 때는 화분이 작을 만큼 커진 것을 분갈이도 내가 해주며 돌 본 화초이다. 여름 방학 때에 밖에다 내놓았더니 햇빛과 바람에게 많은 영양분을 얻었던지 쑥쑥 자라서 학교.. 2006. 12. 16.
김장 2 하루 날 잡아 시골집에 모여 김장을 해다가 먹는 우리는 아이들이 학교 파하고 돌아오기가 무섭게 길을 떠나곤 했다. 밥 먹을 시간조차 아깝다고 해서 가는 길에 김밥 몇 줄 사서 차 안에서 먹으며 가곤 했는데, 올해는 다른 해보다 많이 바쁜 남편의 피로가 누적돼서 조금 늦게 출발했다. 격주제로 쉬는 남편이 쉬는 토요일인데도 밀린 업무가 있다면서 회사에 잠깐 다녀오고, 엇비슷한 시간에 아이들도 학교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집으로 돌아오라는 엄마의 당부에 충실하게 다른 토요일보다 빨리 집으로 들어섰다. 점심에는 고등어 한 마리 굽고, 다른 밑반찬에다가 간단히 밥을 먹었다. 밥 먹자마자 출발할 줄 알았던 남편이 방으로 들어가서 드러눕는다. 한숨 자야 가지 이 상태로는 도저히 가지 못하겠다면서. 아이들과 나는 하릴없.. 2006. 12. 4.
겨울 나무를 보며 자동차로 길을 달릴 때면 이따금 남편에게 말했다. "담양에 가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길 이래." 11월이 깊을 대로 깊은 어느 저녁, 퇴근해서 들어서는 남편이 부엌에 있는 나를 숨 가쁘게 불렀다. "이리 와 봐. 얼른 와 봐. 내 좋은 것 보여줄게." 컴퓨터를 켜고서 디카 연결하더니 이 사진을 보여줬다. 전라도 쪽으로 1박 2일 출장을 다녀온 길이었다. "내 당신을 위해서 찍어왔지. 멋있지?" 감탄했다. 아니, 감탄해줬나? 영암에 있나? 월출산도 먼발치에서 찍어 왔다. 그것도 나를 위해서란다. 역시나 손뼉을 치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약간 벌려 그 사이로 감탄사를 연방 내놓으며 감격해줬다. 남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에 힘을 .. 2006.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