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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친구들

by 눈부신햇살* 2006. 12. 26.

 

 

 

 

 

 

 

 

 

한 일주일 전 친구들과 우리의 아지트인 종로에서 만났다. 언제나처럼 종로에서 만나 동대문 쪽으로 마냥 걷는다. 더러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걷기도 하고, 밀려오는 인파 때문에 일렬종대로 늘어서서 걸어가기도 한다.

걷는 중간중간 길가의 좌판에 진열해 놓은 화분들과 석류나 체리 같은 과일이나 나프탈렌 같은 요즘 보기 드문 소독약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순간순간 눈에 띄는 모든 것이 얘깃거리가 된다.

 

 

산세베리아에서는 음이온이 나와서 몸에 좋다고 많이들 사는데, 뿌리가 잘 뻗은 것으로 사야지 그렇지 않으면 며칠 못 가서 비실비실 말라죽는다라던가, 석류는 이란에서 많이 수입해 온다던데 감과 마찬가지로 단석류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으며 여성호르몬에 좋은 영향을 미치므로 특히 여자들이 많이 먹어야 된다는 것, 저 소독약은 정말 오랜만에 본다 등등......

 

 

예전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아이들 공부를 시킨답시고 종묘나 덕수궁, 창경궁, 경복궁과 우편집중국이나 남산타워를 주로 갔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엄마들을 따라다니지 않게 된 다음부터는 이상하게도 쇼핑 위주로 모임이 흐른다. 동대문의 상가들을 샅샅이 훑고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꼭 물건을 사는 것도 아닌데, 눈으로 구경하는 것이 그리 싫지도 않아서 한없이 한없이 걷게 된다.

 

 

그러다 지치면 어느 한 곳에 다리를 부리고 쉬게 되는데, 두타의 7층에 올라갔다. 사진을 찍겠다고 하자 싫다고 모두 외면을 한다. 정작 중앙에 앉은 친구는 내 사진을 찍고서 지금 확인해보고 있는 참이면서.

 

 

신랑과 아이들과 이웃의 이야기를 늘어 놓다가 너무 많은 말을 한 탓인지 갈증이 나서 카운터에 갔더니 이곳은 물도 판매한단다. 생수 한 병을 사 가지고 와서 나눠 마신다.

 

 

다른 때 같으면 저녁 밥할 때쯤 되어서 뿔뿔히 흩어져 가정으로 돌아가건만 연말인데 그럴 수는 없지 않으냐며 오늘은 아주 늦게 들어가잔다. 웬일인지 나는 별로 흥이 나지 않아서 마음 내켜하지 않았더니 눈을 부릅뜨며 협박 비슷하게 해서 쫄래쫄래 친구들을 따라 음식점으로 갔다.

 

 

오른쪽에 있는 친구는 주량이 소주 한 잔(참 재미없는 주량이다!), 왼쪽에 있는 친구는 건강상 술을 마시면 아니 된다. 소싯적에는 소주 두 병쯤 눈도 끔뻑 안 하던 이인데...... 결국 중앙에 있는 친구와 나만 권커니잣커니 부어라 마셔라 하게 됐다. 술만 마시면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말이 많아지는 우리, 음식점이 들썩들썩한다. 게다가 맞은편의 친구가 오늘은 술이 달단다. 둘이서 마시다시피 했는데 소주 두 병을 마셨다. 그럼 대체 나는 몇 잔이나 마신 걸까? 오른쪽 친구가 우리들의 윽박지름과 부추김에 못 이겨 세 잔쯤 마시고 나는 여섯 잔쯤 마신 것 같다.

 

 

술기운인지 오늘은 아주 작정을 하고 나왔는지 생전 가지도 않는 노래방을 가잔다. 마다할 나는 아니지.

중간에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늦을 것 같다는 말에 남편 가라사대,

"그 건조한 모임에서도 노래방을 가?"

주량이 한 잔인 친구는 제대로 음치이다. 그래서 노래 부를 때 늘 거들어줘야 한다. 엉망이 되지 않도록.

왼편의 친구는 조신 그 자체이다. 노사연의 <만남>이 십팔번지이며 절대로 의자에서 일어서지 않는다. 내가 일으켜 세워서 팔 붙들고 덜렁덜렁거렸더니 의외로 기분 좋아한다. 시작한 나는 점차로 쑥스러워지는데......

 

 

나는 그냥저냥 분위기는 띄우는 편이다. 왜냐하면 나 같이 노래 솜씨가 그저 그런 사람은 빠른 템포의 노래만 부르니까. 맞은편의 친구는 가수 뺨을 왔다 갔다 왕복으로 치고도 남는다. 바이브레이션이 제대로 들어간 음성으로 부르면 야, 잘한다!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주부 노래자랑 같은 데 나가보라고 예전부터 그렇게 권하건만 집안 망신시킬 일 있냐며 극구 사양이다. 그러면서 꼭 느린 곡으로 가창력을 뽐낼 수 있는 것만 불러서 노래방에서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약간 지루하다는 생각을 들게도 만든다.

 

 

그래도 일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아줌마 넷이서 흥에 겨운 시간을 마감하고 시계를 보니 아주 양호한 시간 9 시다. 집에 도착하면 10시 반쯤 되겠다. 다음엔 몇 달째 얼굴 보지 못한 다른 친구와 시간을 잘 조율해서 꼭 얼굴을 보자며 손을 흔들며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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