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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70

가끔은 아들이 별나 보여! 가끔 아들을 보고 놀랄 때가 있어. 바로 어제 같은 경우인데, 녀석이 반장이 되어 왔더라고. 중학교는 초등학교와는 다르게 한 학기만 반장을 하는 것이 아니고 일 년 내내 반장을 한대. 우리 때는 중학교 때에도 한 학기만 반장을 했던 것 같은데...... 내신에도 반영돼 1점이 가산된다고 하더군. 기분이 한껏 상승되어 있는 아들녀석에게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나는 학교 활동 안한다. 반장이면 네가 반장이지 내가 반장이냐......" 조금 있으면 수학여행을 간다더군. 아직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녀석은 한창 꿈에 부풀어 있지. 아이들 앞에 나서서 무얼 할까 궁리하느라고. 맨 처음에는 저는 기타를 치고 한 녀석을 물색해서 드럼을 치라고 하여 둘이 나가서 노래를(내가 보기엔 음치를 조금 벗어난 수준인데... 2007. 3. 13.
청계산에 오르다 오랜만에 산에 오르자 했다. 도봉산은 집에서 너무 멀고 사람에 치이고, 관악산은 지난번에도 다녀왔고 벌써 몇 번째 올랐으니 이번엔 청계산에 한번 가보자고 의견 일치를 보았다. 매사에 정확하고 꼼꼼하고 준비성이 철저한 남편은 인터넷 검색으로 등산 안내도 뽑고 계획을 잡았다. 이리 가서 요리로 갔다가 저리 가서 이리로 오면 몇 시간 소요되고 코스가 어떻고 저떻고...... 나는 그저 말없이 고개만 주억거렸다. 남편, 정작 가는 날 아침에는 뽑은 안내도는 집에다 두고 가더라. 차속에서 안내도는? 하고 물어보는 내게 아이고! 하더니 내 머릿속에 다 들었어, 하고 어깨만 으쓱거리더라. 아침잠이 많고 저녁잠이 없는 올빼미형인 내가 쉬는 날 아침 7시에 일어나려니 눈이 떠지지 않아서 밍기적거리다가 그냥 가지 말까? .. 2007. 3. 2.
천사는 여기 머문다? 어제, 예비소집일이라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과 농구하다 친구의 발을 밟으면서 발을 접질렸다. 절뚝거리며 집에 들어서서 갖은 엄살을 늘어놓다가 트라스트 하나 붙이고 피곤하다며 잠이 들었다. 저 조그만 분홍 담요는 녀석이 애인처럼 아끼는 물건이다. 작은녀석은 커다란 쿠션 하나를 잘 때면 늘 끼고 자고, 큰녀석은 잠잘 때 외에도 허구한 날 저 담요를 끼고 있다. 상의를 걸치지 않고 몸에 둘렀다가 소파에서 뒹굴 때면 저렇게 덮고 있다가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엎드려서 책을 보다가 거의 담요와 한 몸이다시피 한다. 지난번에는 무릎이 자꾸 시큰거리다고 해서 관절에 이상이 왔나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 보았다. 의사는 엑스레이 필름(필름이라고 하는지 사진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으나 꼭 필름처럼 보인다.)을 보면서 다른 .. 2007. 2. 27.
썰물이 빠져나가듯... 이틀 전, 월요일에 작은녀석의 학교가 개학하고, 오늘은 큰녀석의 학교가 개학했다. 남들은 아이들이 개학하는 날, 홀가분한 마음이 하늘을 날 듯 한다는데, 나는 쓸쓸함이 가만가만 스멀스멀 모락모락 피어 올라온다. 그 기분이 갑자기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올라오자 문득 엄마도 이런 마음일까, 그래서 내가 집으로 돌아올 때면 그런 말씀을 하시는가, 하는 데에 생각이 미친다. 친정에 들렀다가 오는 날이면 엄마가 쓸쓸하고도 쓸쓸한 얼굴로 동생네 가족이 함께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하여 동생네 네 식구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엄마 곁에 오롯이 남는데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 라고 말씀하신다. 그럴 때마다 나는 큰소리로 웃었다. 뭐가 그렇게나 섭섭하냐고. 키울 때 살갑게 키우지도.. 2007. 2. 7.
보약 모처럼 월곶에 갔다. 지난주에도, 지지난주에도 코에 바람 좀 집어넣자고, 하다 못해 엎어지면 코 닿는 월곶에라도 가서 답답한 코에 바닷바람을 쐬주자고 말만 무성하게 하다가 지난주엔 피곤해서, 지지난주엔 또 기타 사러 돌아다니느라고 가지 못했다. 남편은 요즘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데, 지난해 들어 부쩍 잦아진 출장이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져 객지 잠을 많이 자기 때문이다. 조금 예민하고 결벽증 비슷한 구석도 있는 성격이고 보면 객지 잠을 달게 잘 사람이 절대로 못 된다. 늘 출장 끝에 집에 오면 지난밤에 깊은 잠을 못 잤다며 객지에서 잘려면 묘하게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서 깊은 수면을 취할 수 없었다고, 술자리에서 숙소까지 어떻게 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술이 머리끝까지 취한 날 밤이나 세상모.. 2007. 2. 5.
이제부터 시작인 거야? 큰녀석의 새로운 기타다. 라는 상표를 달고 있다. 아들 녀석 덕분에 아는 것이 날로 늘어간다. 기타만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 중에 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방학 동안에 임시로 기타를 배우고 있는 새로 부임한 젊은 부목사님께서는 3백만 원 상당의 기타를 가지고 계시는데, 아들 녀석의 기타를 만진 첫마디가 기타의 넥 부분이 비틀어져서 제대로 된 음이 나오지 않는다고 조율해도 곧 이상한 음이 나와서 많이 불편할 거라며 웬만하면 하나 새로 사라고 하셨단다. 그때부터 또다시 녀석의 주특기인 조르기가 시작됐다. 그럼 그렇지, 2만 원짜리 중고 기타가 제대로일리가 없지.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지만 말하지 않고 있었는데 예상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얼마 전에는 기타 케이스와 동그랗게 생긴 파이프 조율기보다 전자 .. 2007. 1. 31.
번데기 우리 집 식구들이 먹지 않는 것 중의 하나가 번데기다. 다른 나라, 특히 프랑스에서 극도로 혐오한다는 개고기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우면서 번데기라면 아주 혐오스럽다는 눈빛을 하고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쳐다본다. 유원지나 관광지에 가면 컵으로 파는 번데기를 이따금 사 먹고 싶은 충동이 드는데 한 컵을 혼자서 다 먹기는 무리여서 한 컵 사서 나눠먹자고 하면 아무도 호응을 하지 않아 번번이 관두곤 한다. 도대체 왜? 왜? 먹지 않는 것이냐고,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더니 남편은 어릴 적에 집에서 누에를 쳤는데, 그 방에서 잠 잘 적에 누에를 깔고 자서 뭉개기도 한 기억과 꼬물꼬물 기어 다니는 것을 본 기억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먹거리도 많은데 굳이 그 벌레 같은 것까지 먹어야 하느냐고. 그렇다면 너.. 2007. 1. 23.
어줍은 기타리스트 오늘 앰프가 도착했다. 며칠 전 시내에 있는 피아노 파는 가게에 가서 혹시 앰프도 팔아요? 하고 물었더니 주인 여자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또 다른 한 곳의 악기점, 제 아버지가 통기타를 사 준 곳에 가보자고 했다. 피아노만 파는 것이 아니고 클라리넷이나 바이올린, 기타 등등을 팔고 있으니 팔 것 같다며 큰 녀석이 연방 징징거리며 졸랐다. 그러나 작은 녀석의 농구화를 산다고 이미 많이 걸어 다닌 후여서 선뜻 내키지 않았다. 다녀오는데 40여분은 걸릴 테고, 또 집에까지 가는데 20여분, 그럼 약 1 시간여를 걸어야 된다. 혼자서 다녀오라고 했더니 심심하게 거기까지 언제 다녀오냐고 성을 냈다. 옥신각신거린 끝에 인터넷으로 간단히 주문을 하자고 했다. 그곳에 갔는데 앰프를 팔지 않을 수도 .. 2007. 1. 4.
눈 온 날 눈이 왔다. 하얀 눈이 밤새도록 소복소복 내려서 걷는 발 밑에서 사박사박 소리를 냈다. 하얗게 눈이 쌓인 길을 걷다가 바라본 벚나무 터널이 눈꽃 터널이 되었다. 봄이면 하얗게 벚꽃이 피었다가 하르르하르르 떨어져 내리던 길, 여름이면 푸르게푸르게 녹음으로 보는 이의 눈을 싱그럽게 하던 길, 가을이면 벚나무의 단풍도 참 곱고 이쁘다는 생각을 새삼 갖게 만들던 길, 어느 하루 벚꽃이 눈처럼 나리고, 또 어느 가을 하루 비처럼 나뭇잎이 나리던 길에 어제는 바람이 한번씩 불 때마다 눈가루가 떡가루처럼 쏟아져 내렸다. 아, 하고 탄성이 올라왔다. 눈이 와서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날. 떡만둣국을 끓여 먹었다. 뜨거운 것을 하하, 거리며 배불리 먹고 난 두 녀석들은 무장을 하고 눈싸움을 하러 나갔다. 몇 시간 지난 .. 2006.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