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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70

겨울 나무를 보며 자동차로 길을 달릴 때면 이따금 남편에게 말했다. "담양에 가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아름다운 길 이래." 11월이 깊을 대로 깊은 어느 저녁, 퇴근해서 들어서는 남편이 부엌에 있는 나를 숨 가쁘게 불렀다. "이리 와 봐. 얼른 와 봐. 내 좋은 것 보여줄게." 컴퓨터를 켜고서 디카 연결하더니 이 사진을 보여줬다. 전라도 쪽으로 1박 2일 출장을 다녀온 길이었다. "내 당신을 위해서 찍어왔지. 멋있지?" 감탄했다. 아니, 감탄해줬나? 영암에 있나? 월출산도 먼발치에서 찍어 왔다. 그것도 나를 위해서란다. 역시나 손뼉을 치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약간 벌려 그 사이로 감탄사를 연방 내놓으며 감격해줬다. 남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어깨에 힘을 .. 2006. 11. 28.
삭았다! [ 그림 : 서정 육심원 - 프린세스 ] 어제, 길을 가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났다. 나는 그냥 휙 스쳐지나가는데, 상대방이 자꾸만 나를 힐끔거리는 느낌에 왜 쳐다보는거야? 하며 뒤돌아봤더니 "야, 너, 누구 아니냐?" 하며 내 이름을 불렀다. "어머, 언니 오랜만이다." 하면서 뒤돌아 다가갔다. 얼굴에 .. 2006. 11. 8.
가을에 올가을엔 시월 하순에 한 건, 십일월 중순에 한 건, 십이월 초순에 한 건, 모두 세 건의 결혼식이 있다. 그중 가장 먼저인 작은 고모님 댁의 작은 도련님의 결혼식에 참석 차 서울의 어린이대공원 근처에 갔다. 서울에서 있는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한번도 제시간에 대어 가지 못한 것을 떠올려 차를 놔두고 전철로 가기로 했다. 아침에 작은 시누이가 묻어갈 수 없느냐고 전화로 물어와 차 막혀서 전철로 간다는데요, 했다. 나중에 보니 작은 시누이도 차를 놔두고 전철로 왔다. 작은아들과 둘이서만 오기도 했지만. 온수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 약 한 시간 가량을 타고 갔나보다. 차로 갈 때는 밖의 풍경도 보고, 음악도 들으며 조잘거리니까 별로 지루한 줄 모르는데, 지하철이란 것은 말 그대로 땅속으로만 다녀서 보이는 창.. 2006. 10. 30.
신기한 아크릴수세미 < 사진은 생각이 많은님의 블로그에서 한 장 들고 왔습니다. 아크릴수세미를 사용하고 소감을 꼭 올려달라는 생각이 많은님의 요청에 의해서 올려봅니다. ^^*> 일명 환경수세미라고도 한다는 아크릴사로 떠서 만든 이 수세미를 알게 된 것은 약 일 년 전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이라는 카페.. 2006. 10. 17.
백년해로 무심코 큰 녀석의 휴대폰 배경을 보니 우리 부부가 나란히 손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찍혀 있고 그 위에 라고 글자를 넣어 놓았다. 백년해로라는 말에 가슴이 찌릿해왔다. 녀석, 그래도 엄마 아빠의 다정한 모습이 보기에 좋았고, 늘 그리 살기를 소망했던가 보구나. 남편이 1박2일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어제 저녁. 출장 끝에는 늘 운동가는 것을 빼먹고 집으로 곧장 퇴근해 들어오길래 그리할 줄 알고서 또 출장지에서는 술을 마셨을 게 뻔해서 속도 풀릴 겸 얼큰한 부대찌개를 끓였다. 7시가 가까워 오는데도 이렇단 저렇단 전화가 없길래 큰 녀석더러 아빠에게 전화해보라고 했더니 운동 갔다가 올 거라고 했단다. 쳇, 이제는 이 마누라보다 운동이 더 좋단 말이지. 집으로 곧장 안 오고 운동을 가게...... 다른 때 운.. 2006. 10. 14.
식욕이 부푸는 나이 한창 크는 나이인 두 녀석은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잘 먹는다. 아빠 엄마가 육식을 좋아해서인지 아이를 임신했을 때 고기를 많이 먹어서인지 아이들도 저녁 식탁에 고기 요리가 올라야 환호성이 터지고 오늘 저녁 메뉴가 뭐냐는 물음에 "소박한 밥상!"이라고 대답하면 "에이!" 하는 대답이 여지없이 돌아온다. 남편은 예전 고등학교 다닐 때에 2교시 끝나면 벌써 배가 고파와서 찬합 만한 누런 양은 도시락에 싸 간 밥을 반을 먹고 점심 시간에 나머지 반을 먹었다고 한다. 줄줄이 딸 셋 낳고 마지막으로 간신히 아들 하나 낳아서 시집살이에서 벗어난 친정 엄마와 동생들과 생활할 때 막내 남동생은 여자들 틈에서 자라느라고 그랬는지 거의 여성화되어서 남자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당연히 남자들의 세계.. 2006. 10. 13.
어쩐지...... 추석 전에 머리가 덥수룩한 것이 깔끔한 인상을 주지 않고 왠지 지저분한 느낌이 압도적이길래 이발을 하고 시골에 가자고 했더니 한사코 거부하던 두 녀석. 어제 큰 녀석이 머리를 자르고 왔다. 머리 자르는데 좀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오길래 손님들이 많은가보다,라고만 생각했다. 머릴 자르고 집으로 들어서던 녀석, 입이 귀 밑까지 찢어지며 희희낙락이다. 자신의 머리가 너무 멋지지 않냐며 어깨를 들썩거리고 몸을 건들거린다. 얼른 쳐다보니 단정해 보여서 나도 맘에 들었다. 어디서 잘랐냐고 물으니까 늘 가던 곳에서 잘랐다고 한다. 두 녀석과 내가 자주 이용하는 미장원이다. 기쁨에 겨워서 되돌아서는 녀석의 머리빛이 다른 날과 달리 갈색빛을 띠고 있길래, 어리석고 순진한 이 엄마 '시골에서 땡볕에 장시간 일하더니 머리가.. 2006. 10. 12.
고구마 < 사진은 다음 검색해서 한 장 퍼왔음> 고구마는 열대성 식물이라서 아주 덥지 않고서야 좀처럼 꽃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고구마로 유명한 고장에서 살았어도 고구마꽃을 한번도 보지 못했었다. 고구마꽃이 피면 고구마의 작황은 좋지 않다고 한다. 아마도 뿌리로 가야할 영양분이 꽃에게로 나뉘.. 2006. 10. 11.
김치 어제, 금요일에 있을 우리 집 차례의 가정예배드리고 난 후의 식사대접 때문에 김치를 담그려고 김칫거리를 다듬고 있는데, 일의 진도가 나가지 않게끔 어제 따라 유난히 전화가 많이 왔다. 남편이 무슨 서류가 없다고 서너 번 전화하고, 친구가 모임 언제하면 좋겠냐고 묻는 전화가 서너 번 오고, 다른 친구가 그 모임의 시간을 좀 당겼으면 하는데 괜찮으냐는 전화가 다시 오고, 영어학원에서 지난번에 실수로 시험을 치루지 못한 특강비를 환불해 주는데 아이 편에 보내도 되겠느냐고 묻는 전화가 오고, 그밖에 쓸데없는 통신사들의 전화가 몇 통 왔다. 매번 모임을 주선하는 친구와 몇 번의 통화가 끝난 후라 모임 시간을 당기자고 전화한 친구에게 대뜸 내용을 말하기도 전에 전화통화에 너무 시간을 뺏겼다고 생각한 나, "어, 나.. 2006.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