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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눈 온 날

by 눈부신햇살* 2006. 12. 18.

 

 

 

 

눈이 왔다.

하얀 눈이 밤새도록 소복소복 내려서

걷는 발 밑에서 사박사박 소리를 냈다.

하얗게 눈이 쌓인 길을 걷다가 바라본 벚나무 터널이 눈꽃 터널이 되었다.

봄이면 하얗게 벚꽃이 피었다가 하르르하르르 떨어져 내리던 길,

여름이면 푸르게푸르게 녹음으로 보는 이의 눈을 싱그럽게 하던 길,

가을이면 벚나무의 단풍도 참 곱고 이쁘다는 생각을 새삼 갖게 만들던 길,

어느 하루 벚꽃이 눈처럼 나리고,

또 어느 가을 하루 비처럼 나뭇잎이 나리던 길에

어제는 바람이 한번씩 불 때마다 눈가루가 떡가루처럼 쏟아져 내렸다.

아, 하고 탄성이 올라왔다.

 

 

 

눈이 와서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날.

떡만둣국을 끓여 먹었다. 뜨거운 것을 하하, 거리며 배불리 먹고 난  두 녀석들은

무장을 하고 눈싸움을 하러 나갔다. 몇 시간 지난 후에는 온몸이 젖어서 돌아와

빨랫감을 한아름 내놓았다.

 

 

지난밤에 천둥이 치더니 싸락눈에서 함박눈으로 바뀌며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틈틈이 눈이 얼마나 쌓이는지 문을 열어 확인해 보곤 했다.

아, 이 나이에도 눈을 보고 이토록 설레다니, 하는 마음을 가지고.

아침에 문을 열어보니 온 세상이 하얗다.

"어, 전깃줄에도 눈이 쌓였어. 세상에나!"

하는 탄성에

"그래?  전깃줄에는 참새만 앉는 건줄 알았더니 눈도 앉았어?"

라고 되묻는 남편 때문에 웃고 말았다.

 

 

사박사박 눈길을 밟으며 가는 길.

자동차마다 하얀 털모자를 쓰고 있다.

앙증맞게시리...

 

 

눈 쌓인 길을 걷다가 문득 이와이 슈운지의 <러브 레터>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자전거를 타고 눈이 하얗게 쌓인 길을 달리던 여주인공.

눈 쌓인 산에다 대고 외치던 말,

"오겡끼 데쓰까?"

그대의 안부가 궁금하다고 나도 눈 쌓인 산에다 대고 외쳐볼까.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잘 지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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