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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가끔은 아들이 별나 보여!

by 눈부신햇살* 2007. 3. 13.

 

 

가끔 아들을 보고 놀랄 때가 있어.

바로 어제 같은 경우인데, 녀석이 반장이 되어 왔더라고. 중학교는 초등학교와는 다르게 한 학기만 반장을 하는 것이 아니고 일 년 내내 반장을 한대. 우리 때는 중학교 때에도 한 학기만 반장을 했던 것 같은데......

내신에도 반영돼 1점이 가산된다고 하더군.

기분이 한껏 상승되어 있는 아들녀석에게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나는 학교 활동 안한다. 반장이면 네가 반장이지 내가 반장이냐......"

 

조금 있으면 수학여행을 간다더군. 아직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녀석은 한창 꿈에 부풀어 있지. 아이들 앞에 나서서 무얼 할까 궁리하느라고.

맨 처음에는 저는 기타를 치고 한 녀석을 물색해서 드럼을 치라고 하여 둘이 나가서 노래를(내가 보기엔 음치를 조금 벗어난 수준인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는지...) 하겠다고 하더니 일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았던지 곧 꿈을 바꾸더군. 2학년이 되면서 한 반이 된 녀석 중에 브레이크 댄스를 잘 추는 녀석이 하나 있는데, 그 녀석을 가운데 두고 몇 명이서 어울려 함께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것으로 바꿨어.

그리하여 지난번 농구 중에 발을 접질러서 인대 파열된 것으로 인하여 조신하게 있어도 얼른 나을까 말까 한 것을 또다시 무리하게 사용하고 있다지. 저녁마다 얼굴을 방바닥에다 대고 다리를 천장을 향해 치켜드는 자세을 취하는데, 우리 때 말로 마음은 김완선인데 몸이 김정구이지. 요새로 바꾸면 마음은 슈퍼주니어인데 몸은 송대관인가.

제 생각에는 이렇게 이렇게 하면 어떠어떠한 자세가 곧 나올 것 같지만 그게 어디 생각처럼 쉬운가. 천장을 향해 다리를 치켜든 지 3초도 안돼 쿵, 하는 요란한 소리만 울리지. 나는 아래층에 신경이 쓰여서 그것 좀 안 하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어. 녀석, 안 되겠다네. 열심히 노력해서 꼭 멋진 춤솜씨를 선보이고 말겠다네. 아이고, 그렇게 몸치 비슷한 몸동작으로 어느 세월에 멋진 춤을 춘단말인가.

 

어제는 뒤늦은 생일 선물로 옷을 사주러 시내로 나갔어. 생일에는 집에서는 케이크의 촛불만 끄고, 얼마의 돈을 받아가 친구들과 어울려 놀대. 요즘 그러는 것이 저희들 또래의 문화라나.

저녁에 돌아온 녀석에게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놀았느냐고 묻자 친구 여섯 명과 학교 근처의 다른 동네 번화가에서 놀았다고 하더군. 식사는 돈가스를 먹고, 어떤 노는 곳(들어도 어떤 곳인지 짐작도 안 가.)에서 놀다가 나중엔 노래방으로 갔다고. 그중의 두 명은 여자 아이라고.

네 여자 친구이냐고 묻자 기겁을 하면서 말하기를 그냥 친구이지 자신의 여자 친구는 절대로 아니라네. 1학년 때 다른 반이었던 여자 아이가 친구가 있는 아들의 반에 놀러 왔다가 녀석을 보고 제 친구에게 아들 녀석의 전화번호를 물어봤나 봐.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여자아이로부터 문자가 와서 가끔은 엄마, 아빠로부터 야단도 맞곤 해.

 

말이 삼천포로 샜네. 아무튼 어제 시내를 나가는데 절뚝거려. 너 또 농구했구나? 하고 야단 비슷하게 묻자, 아니야, 브레이크 댄스 연습하다가 잘못 넘어져서 엉덩이가 아파, 이러네. 아이고, 나 참, 생긴 건 샌님같이 얌전하게 생겨갖고 왜 이렇게 나대며 하고 싶은 것은 왜 그렇게 또 많은지.

1학년 수학여행 때는 여장하고 장기자랑에 나갔다가 모든 선생님들에게 한 마디씩 들었다지. 범생이로만 봤더니, 하고 말이야. 그뿐인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수학여행에서는 기타도 제대로 칠 줄도 모르는 녀석이 한 친구와 앞에 나가서 '자전거 타는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부를 요량이었는데 전주 부분에서 버벅거리고 있자 두 번 참던 선생님이 더 이상 참기 힘들었는지 "그만 들어가!" 해서 그냥 들어왔다지. 이상한 것은 그러고도 왜 기가 안 죽나 몰라. 계속 무얼 하겠다고 나대는 것을 보면.

평상시에는 있는 듯 마는 듯 두드러지지도 않는 아이가 말이야.

 

또다시 삼천포로 샜네. 아무튼 옷을 샀어. 그것도 한벌로 쫙 뺐어. 녀석이 어떻게 사겠다고 미리 머릿속으로 다 생각해 놓은 대로. 검은색 면 재킷에, 하얀 드레스 셔츠 느낌이 나는 남방에, 검정 진으로.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니 아주 흐뭇한 모양이더군. 만날 형 것 물려 입는 동생에게 미안해서 위로 차원으로 동생 몫의 겨자색 후드티도 하나 샀지.

말이 나왔으니까 이 부분도 그냥 못 지나갈 부분이지. 내가 열다섯 살 때는 말이야, 아무것도 몰랐어. 멋, 정말 나와는 거리가 멀었지.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나, 어쨌나, 거울을 좀 더 자주 들여다보긴 했어. 그렇지만 어른으로 탈바꿈하느라고 그랬는지 앙상하고 부조화스러운 얼굴을 보노라면 은근슬쩍 속도 상하고 화도 나고 그래서 거울까지 미울 지경이었지. 나는 왜 이렇게 이상하게 생겼지,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던 때였던 것 같아. 거울 속에 백설공주라도 들어 있을 줄 알았던지.

반면, 우리 아들은 매일매일이 나르시시즘의 세계야. 거울을 볼 때마다 동화 속의 멋진 왕자님이 들어있기라도 하는지 들여다볼 때마다 입이 헤벌레 벌어져.

 

외모에도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이 나이에 벌써 엄마가 사용하는 클렌징 용품으로 세안을 하지. 여드름이 많은 피부여서 관리를 해야 된다는 말을 주위에서 많이 듣는 영향 탓인지. 그뿐인가, 내가 사용하는 피부가 뽀얘지는 화이트 크림도 하나 제 몫으로 사용하고 있다네. 그 크림은 제부가 여러 개 줬거든. 클렌징액도 마찬가지이고. 사십이 넘어가도록 맨손에다 스킨을 덜어서 사용하던 내가 화장솜을 사용해서 얼굴에 바르게 된 것도 녀석 때문이라네. 손바닥이 화장품을 다 흡수해버리므로 화장솜으로 바르는 거래. 얼마 전에는 미샤, 라는 화장품 가게에 가서 제 또래 전용의 스킨, 로션도 사줬다는 것 아니야.

 

그러니 옷을 입어도 얼마나 색깔 따져가며 스타일 맞춰가며 입는지 뻔하지? 가짓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제 이모나 고모가 심지어 칭찬에 인색한 친정엄마까지 멋있다!라는 말을 가끔 하니 녀석 더욱 멋져지고 싶은 욕망이 드는지 거울을 보고 또 보며 옷을 맞춰 입지. 옷 사러 가서는 내게는 일절 간섭하지 말라고 해. 제가 알아서 제 취향에 맞게 고른다고. 난 그저 옷값만 지불하라는 거지. 췟!

 

키가 크고 마른 듯해서인지 또 그런대로 옷맵시가 나기도 해. 거기다 이따금 같은 반의 여자애들이 저 애 멋있다고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나 봐. 그래서 걱정이야. 너무 그쪽으로만 발달할까 봐. 형님네 아들은 대학생인데도 멋과는 담을 쌓고 지내던데, 꼭 그렇길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저렇게까지 그쪽으로 신경을 써야 할까 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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