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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이렇게 황당할 수가!

by 눈부신햇살* 2007. 4. 5.

<탱자꽃이랍니다. 참 이쁘지요?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란 블로그에서 말씀도 안 드리고 하나 슬쩍 해왔습니다. 그래도 되는지 어쩌는지...... 설마 저작권 시비로 법정에 서는 일은 없겠지요? 감사합니다!> 

 

 

어제가 큰형님 생일이었다. 나하고는 네 살 차이가 난다.

안 챙기고 그냥 지나가면 명절에 시골집에서 만나면 꼭 한 마디씩 하더라.

"니만 전화 안했다. 왜 그냐?"

그렇다고 형님이 내 생일을 챙겨준 적은 한 번도 없는데...

그뿐인가, 한 살 많은 바로 손아래 시누이도 나를 보면 한 마디씩 한다.

"전화 좀 해라. 내 생일에 전화 안 한 사람은 언니뿐이다."

지지 않고 나도 한마디 한다.

"아이고, 그러는 사람은? 그런 사람도 내 생일에 전화 안 했는데?"

"아이고, 먼저 챙겨야지. 내 생일이 먼저 있잖아."

어쩌고 저쩌고 옥신각신......

아무튼 말을 별로 살갑게 하지 않는 큰 형님의 생일이라 조금 거북해서 문자를 날렸다.

<형님 생일 미역국 드셨어요? 멋지고 뜨거운 밤 보내세요 생일 축하합니다!>

한두 시간쯤 지났나. 문자의 답이 왔다.

<뉘신지?>

순간, 아니 이 형님이 셋째 동서의 전화번호는 입력도 안 해놨나, 의심하며 다시 답을 보냈다.

<형님의 셋째(정확히 따지면 둘째인가?) 동서 재원 엄마예요 맛난 거 드셨어요?>

이번엔 곧바로 답이 왔다.

<잘 못 보내신 것 같네요 확인하세요>

어, 그럴 리가...... 당장 큰 형님댁으로 전화를 했다. 큰 조카가 전화받더니 011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017로 시작한단다. 내가 숫자 하나를 틀리게 입력해 놓은 것이다. 큰 형님과 짤막한 축하 통화를 했다.

아주버님은 근무 중이라 못 오시고 셋이서 조촐하게 밥 먹었단다. 생전 안 하던 고맙다는 말까지 하신다. 모처럼 흐뭇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고 나니 문자의 답신을 보내준 이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문자를 날렸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전화번호 제대로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예전에 내게 잘못 날아온 문자에 나는 한 번도 답을 보내지 않았으므로. 그중에는 사랑 고백도 하나 있었는데 웃으면서 누군지 답 못 받으면서 애 좀 달겠네,라고만 생각했었다.

오늘, 오전에 먼 곳에 있는 친구와 한 시간쯤 전화로 수다를 떨고 있었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받아보니 문자의 주인이었다. 남자였다. 혹시 아는 사람의 전화번호 같기도 해서 확인 전화하는 것이란다.

"아니요. 제가 형님의 전화번호 숫자 하나를 잘못 알고 있었더라고요. 덕분에 전화번호 제대로 알고 축하전화도 드릴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깍듯이 인사를 드렸다. 상대편 남자는 내 문자 때문에 집사람으로부터 오해를 샀다고 했다. 그럴 만도 하다. 장난으로 뜨거운 밤 보내라 어쩌라까지 넣어 놓았으니......

친구와 다시 전화통화를 하며 한참을 낄낄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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