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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뜻밖이네!

by 눈부신햇살* 2007. 4. 25.

 

 

 

 

작년, 5학년 내내 반에서 2등만 하던 녀석,

설마, 하는 마음에

"올해 너 1등 하면 내가 중학생 되어야 사주는

휴대전화를 사준다."

물론, 이 말은 그럴 리가 없다는 가정 하에 한 말이었다.

그 혹하는 말을 들은 녀석,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야,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무서워?"

"응."

시험 보던 날, 풀 죽은 시무룩한 모습으로 뭔 시험이 그리 어렵냐고 투덜거렸다.

"야호!"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이틀만에 안도의 한숨은 걱정의 한숨으로 뒤바뀌었다.

세상에, 세상에 1등이란다.

초등학교 다닌 지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외출했다가 들어서는 내게 녀석이 그런다.

"엄마, 안 되셨어요. 저, 1등이에요."

"정말? 그럴 리가? 평균 몇 점인데?"

"97점."

"그런데 어떻게 1등이야? 만날 만 점 받는 얘는 이제 너희 반 아니야?"

"응."

흑, 그 애와 반이 갈렸단다.

그런 줄 알았으면 내기하지 않는건데......

꼼짝없이 휴대전화를 사줘야 할 판이다.

5월에 대대적인 행사를 한다는 정보가 있으니

그때 어떻게 저렴하게 하나 선물해줘야 하나보다.

 

 

 

어제, 벨렐렐레레레~~~ 전화벨이 울려서 "여보세요."하고 받았더니

ARS 음성으로 내 명의로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168만 원 상당의 카드 사용이 있었단다.

확인코자 상담원 연결을 원하면 9번을 누르란다.

솔깃해서 9번을 눌렀다.

국민은행 컨설턴트라면서 전화를 받는 남자 상담원의 목소리는

대부분의 상담원 목소리와는 어딘지 다르게 발음이 명료하지 않고 어눌하다.

잘 못 알아듣겠어서 자꾸 반문을 해서 안 내용이

내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국민은행에서 발급한 신용카드가 없는데요."

"그럼, 신분증 잃어버린 적 없으세요?"

"없는데요."

"개인정보가 도용됐나 봅니다."

"그래요?"

"휴대전화 번호가 어떻게 되세요?"

불러주려다 잠시 생각해보니 뭔가 께름칙한 기분이 들어서 망설였다.

"잠깐만요. 잠시 후에 제가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얼른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받지 않는다.

거래처 사람과 상담 중일 때는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

국민은행 통장을 가져다가 ARS번호로 전화를 했다.

"저, 뭐 좀 여쭤보려고요. 조금 전에 전화 한 통화를 받았는데

저는 국민은행에서는 캐시 카드와 교통카드만 되는 카드밖에 없는데

제 신용카드로 어떻게 물건을 샀다는 걸까요?"

"네, 혹시, ARS 음성으로 전화 왔던가요?"

"네."

"그리고 상담원 연결 원하면 몇 번 누르라고 하지요?"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는 듯이 감격해서 흥분된 목소리로

"네~~!!!"

"신종 사기입니다. 절대로 개인정보 흘리시면 안 됩니다."

"어머 낫! 그래요? 아무래도 뭔가 의심쩍어서 전화해 본 건데, 전화하길 정말 잘했네요. 감사합니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국민은행에서 발급한 신용카드가 없기에 망정이지

깜빡 속아 넘어갈 뻔했다.

별 일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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