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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천사는 여기 머문다?

by 눈부신햇살* 2007. 2. 27.

 

 

 

 

 

 어제, 예비소집일이라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과 농구하다 친구의 발을 밟으면서 발을 접질렸다. 절뚝거리며 집에 들어서서 갖은 엄살을 늘어놓다가 트라스트 하나 붙이고 피곤하다며 잠이 들었다.

 

저 조그만 분홍 담요는 녀석이 애인처럼 아끼는 물건이다. 작은녀석은 커다란 쿠션 하나를 잘 때면 늘 끼고 자고, 큰녀석은 잠잘 때 외에도 허구한 날  저 담요를 끼고 있다. 상의를 걸치지 않고 몸에 둘렀다가 소파에서 뒹굴 때면 저렇게 덮고 있다가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엎드려서 책을 보다가 거의 담요와 한 몸이다시피 한다.

 

지난번에는 무릎이 자꾸 시큰거리다고 해서 관절에 이상이 왔나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 보았다. 의사는 엑스레이 필름(필름이라고 하는지 사진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으나 꼭 필름처럼 보인다.)을 보면서 다른 이상은 없고 무리해서 그런 것 같다며 농구를 자제하고 통증이 심하면 이따금 와서 한 번씩 물리치료받을 것을 권했다.

 

엄마 말은 쇠 귀에 경 읽는 것처럼 귓등으로 듣더니 의사가 그리 말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다음부터는 다리 아프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학교에서 농구하고 오는 것이 분명한데도 아닌 것처럼 시치미를 뚝 떼곤 했다. 그런데 어제 예사롭지 않게 절뚝거려서 통증이 더 심해 진건가, 하고 물었더니 저런 일이 있었다고 했다. 어제는 두고 보자며 그냥 지나갔다.

 

오늘 아침 일어나서 식탁으로 걸어오는 녀석, 아예 오른쪽 발을 쓰지 않고 앙감질로 왔다. 잔뜩 걱정이 되어서 많이 아픈가, 물었다. 그렇단다. 밥 먹고 병원에 가자, 했다.

 

너무 자주 보아서 이웃같은 정형외과 의사에게 인사를 하며 진료실로 들어섰다. 작은녀석이 유치원 때 유치원 버스에서 내리며 뒷걸음질 치며 손을 흔들다 골목에서 나오던 차와 살짝 부딪혀서 그 병원에 갔고, 또 베란다에 학교 준비물인 신문 가지러 나갔다가 미끄러져서 넘어지며 화분에 주저앉아 중요한 부위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바로 옆 엉덩이를 찔려서 그나마 대수술을 면하고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몇 바늘 꿰맨 후 치료는 그 병원으로 다녔고, 큰녀석 유치원 때는 어느 가게에 들어서다가 태풍에 열어 놓았던 문이 확 닫히며 녀석의 복숭아뼈를 쳐서 인대가 늘어나 병원에 다녔고, 또 큰녀석 코를 다치는 경우가 발생해 그 병원에 갔고, 그 외에 감기 걸렸을 때도 갔고, 작은녀석 장염에 걸렸을 때도 갔고...... 건강하게만 큰 줄 알았더니 이래저래 은근히 자주 들락거렸다.

 

엑스레이 찍어 본 결과 다행스럽게도 인대가 파열됐단다. 그러면서 다리가 좀 힘을 받을 수 있도록 보조장치를 하고 붕대를 둘둘 감아놨다. 사람 심리란 게 묘해서 병원에 다녀오면 다친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을 해서인지 아니면 치료하는 약 기운인지 아프다는 말이 쑥 들어간다.

 

역시나 오늘도 녀석은 붕대가 둘둘 감긴 다리로 어제보다 훨씬 씩씩하게 잘만 걸어다닌다. 어제는 제 덩치에 반만 한 쪼끄만 담요를 덮고 갖은 엄살을 피우다 잠이 들더니......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니 아직도 천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 녀석이 나이 들어도 여전히 천사 같다는 느낌이 들까?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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