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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26

흐뭇한 4월의 하루 작년 4월 남편의 생일에는 모나무르에 가서 코스로 먹었는데 이번엔 신정호 가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단품으로 시켜 먹자고 합의를 봤다. 이러다 신정호 둘레의 모든 식당과 카페를 다 가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비가 흩뿌리는 날. 미리 예약했더니 작은 룸을 하나 내주었고, 일산에서 출발해 서울의 작은아들을 태우고 올 큰아들 부부를 기다렸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인데도 꽃구경 가는 인파가 많은지 차가 제법 막힌다고 한다. 20분 늦게 도착한 아이들과 점심을 먹는다. 남편과 나는 로제파스타와 카프레제와 찹 스테이크, 큰아들 부부는 티본스테이크와 고르곤졸라 치즈 리조또, 작은아들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와 안심 스테이크. 서로의 것을 조금씩 맛보기로 나눠 먹다가 리코타 치즈 샐러드 하나 추가 주문. 요즘 을 재미.. 2023. 4. 17.
엄마 노릇하기 어제도 오전에 학교에 가고, 오늘도 오전에 학교에 갔다. 녀석이 초등학생일 때도 안 해 본 노릇이다. 어제는 공개 수업 시간에 쓸려고 촬영해서 학교 홈피에 올렸던 것이 학교 컴퓨터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최대한 빨리 학교로 디카 좀 갖다 달라고 해서 "별걸 다 시키네." 투덜거리며 그제야 부리나케 머리 감고 트윈 케이크 바르고 섀도 바르고 립스틱 바르고 머리는 항상 자연 건조시키고 손가락으로 몇 번 빗는 걸 원체 늦게 마르는 머리인지라 드라이기 김 몇 번 쐬고 나갔다. 어찌나 서둘렀던지 도로가에서 발이 삐끗하며 넘어지려다가 중심을 잡고 서서 막 다가오는 택시를 불러 세웠다. 택시를 타며 행선지를 말하고 가쁜 숨을 진정시키며 앉아 있으려니 운전사가 말을 건넨다. "아까 넘어질 뻔 했죠?" "예? 아,.. 2007. 5. 23.
뜻밖이네! 작년, 5학년 내내 반에서 2등만 하던 녀석, 설마, 하는 마음에 "올해 너 1등 하면 내가 중학생 되어야 사주는 휴대전화를 사준다." 물론, 이 말은 그럴 리가 없다는 가정 하에 한 말이었다. 그 혹하는 말을 들은 녀석,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야,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무서워?" "응." 시험 보던 날, 풀 죽은 시무룩한 모습으로 뭔 시험이 그리 어렵냐고 투덜거렸다. "야호!"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이틀만에 안도의 한숨은 걱정의 한숨으로 뒤바뀌었다. 세상에, 세상에 1등이란다. 초등학교 다닌 지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외출했다가 들어서는 내게 녀석이 그런다. "엄마, 안 되셨어요. 저, 1등이에요." "정말? 그럴 리가?.. 2007. 4. 25.
아들의 수학여행 어제 큰녀석이 2박 3일의 강원도 쪽으로의 수학여행에서 돌아왔다. 가던 날도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그다음 날도 오전에는 반짝 해가 비추다가 점점 흐려져서 쌀쌀한 날씨가 되더니 저녁 무렵에는 다시 비가 내렸다. 돌아오는 어제만 모처럼 햇볕이 따뜻해서 봄날 같은 기분이 들었다. 떠나기 전에 엄마가 안부가 궁금하고 걱정되니까 틈틈이 연락을 취하라고 일렀다. 녀석 첫날 저녁에 요렇게 짤막하게 문자가 왔다. 나는 비가 와서 염려도 되었고 구경은 잘했는지 걱정이 되어서 좀 길게 답장을 보냈다. 띄어쓰기 철자법 완전 무시한 답장이 왔다. 생각해보니 우비랑 우산이랑 다 알뜰하게 챙겨가지고 갔다. 칭찬을 했다. 보내기가 바쁘게 문자의 답이 왔다는 신호음이 울린다. . 수학여행 간 지 이틀째인 그제는 친구들과 만나서 점.. 2007. 3. 31.
가끔은 아들이 별나 보여! 가끔 아들을 보고 놀랄 때가 있어. 바로 어제 같은 경우인데, 녀석이 반장이 되어 왔더라고. 중학교는 초등학교와는 다르게 한 학기만 반장을 하는 것이 아니고 일 년 내내 반장을 한대. 우리 때는 중학교 때에도 한 학기만 반장을 했던 것 같은데...... 내신에도 반영돼 1점이 가산된다고 하더군. 기분이 한껏 상승되어 있는 아들녀석에게 내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나는 학교 활동 안한다. 반장이면 네가 반장이지 내가 반장이냐......" 조금 있으면 수학여행을 간다더군. 아직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녀석은 한창 꿈에 부풀어 있지. 아이들 앞에 나서서 무얼 할까 궁리하느라고. 맨 처음에는 저는 기타를 치고 한 녀석을 물색해서 드럼을 치라고 하여 둘이 나가서 노래를(내가 보기엔 음치를 조금 벗어난 수준인데... 2007. 3. 13.
천사는 여기 머문다? 어제, 예비소집일이라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과 농구하다 친구의 발을 밟으면서 발을 접질렸다. 절뚝거리며 집에 들어서서 갖은 엄살을 늘어놓다가 트라스트 하나 붙이고 피곤하다며 잠이 들었다. 저 조그만 분홍 담요는 녀석이 애인처럼 아끼는 물건이다. 작은녀석은 커다란 쿠션 하나를 잘 때면 늘 끼고 자고, 큰녀석은 잠잘 때 외에도 허구한 날 저 담요를 끼고 있다. 상의를 걸치지 않고 몸에 둘렀다가 소파에서 뒹굴 때면 저렇게 덮고 있다가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엎드려서 책을 보다가 거의 담요와 한 몸이다시피 한다. 지난번에는 무릎이 자꾸 시큰거리다고 해서 관절에 이상이 왔나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 보았다. 의사는 엑스레이 필름(필름이라고 하는지 사진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으나 꼭 필름처럼 보인다.)을 보면서 다른 .. 2007. 2. 27.
이제부터 시작인 거야? 큰녀석의 새로운 기타다. 라는 상표를 달고 있다. 아들 녀석 덕분에 아는 것이 날로 늘어간다. 기타만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 중에 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방학 동안에 임시로 기타를 배우고 있는 새로 부임한 젊은 부목사님께서는 3백만 원 상당의 기타를 가지고 계시는데, 아들 녀석의 기타를 만진 첫마디가 기타의 넥 부분이 비틀어져서 제대로 된 음이 나오지 않는다고 조율해도 곧 이상한 음이 나와서 많이 불편할 거라며 웬만하면 하나 새로 사라고 하셨단다. 그때부터 또다시 녀석의 주특기인 조르기가 시작됐다. 그럼 그렇지, 2만 원짜리 중고 기타가 제대로일리가 없지.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지만 말하지 않고 있었는데 예상이 제대로 들어맞았다. 얼마 전에는 기타 케이스와 동그랗게 생긴 파이프 조율기보다 전자 .. 2007. 1. 31.
어줍은 기타리스트 오늘 앰프가 도착했다. 며칠 전 시내에 있는 피아노 파는 가게에 가서 혹시 앰프도 팔아요? 하고 물었더니 주인 여자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또 다른 한 곳의 악기점, 제 아버지가 통기타를 사 준 곳에 가보자고 했다. 피아노만 파는 것이 아니고 클라리넷이나 바이올린, 기타 등등을 팔고 있으니 팔 것 같다며 큰 녀석이 연방 징징거리며 졸랐다. 그러나 작은 녀석의 농구화를 산다고 이미 많이 걸어 다닌 후여서 선뜻 내키지 않았다. 다녀오는데 40여분은 걸릴 테고, 또 집에까지 가는데 20여분, 그럼 약 1 시간여를 걸어야 된다. 혼자서 다녀오라고 했더니 심심하게 거기까지 언제 다녀오냐고 성을 냈다. 옥신각신거린 끝에 인터넷으로 간단히 주문을 하자고 했다. 그곳에 갔는데 앰프를 팔지 않을 수도 .. 2007. 1. 4.
누굴 닮아서... 엉뚱하고도 기발한 생각의 대가인 작은아들 녀석이 다니는 학교는 해마다 학기초면 화분을 하나씩 가지고 가서 반에다 두고 기르다가 학기말이면 다시 집으로 가지고 돌아온다. 겨울방학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있는 그제인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녀석이 낑낑거리며 저 화분을 들고 왔다. 4학년 때 사서 학교에 가져갔다가 올해처럼 방학할 때면 다시 집으로 가져와서 기르고 개학하면 다시 학교로 가져가기를 반복하던 화분이다. 맨 처음 살 때는 아주 작은 화분에 담겨 있던 2 천 원짜리 조그만 화초였다. 그러던 것이 2년 만에 저리 무성하게 컸다. 물론 집에 있을 때는 화분이 작을 만큼 커진 것을 분갈이도 내가 해주며 돌 본 화초이다. 여름 방학 때에 밖에다 내놓았더니 햇빛과 바람에게 많은 영양분을 얻었던지 쑥쑥 자라서 학교.. 2006. 12.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