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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26

적응 큰 녀석이 연초부터 2박 3일로 교회에서 가는 수련회 차원으로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가나안 농군학교에 다녀왔다. 별로 내켜하지 않는 것을 "유익하대. 다녀와." 하며 반 억지로 떠다밀다시피 보냈다. 이상한 것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벌써 저녁나절이 되면 녀석이 보고 싶어서 아른거려야 할 텐데 아들이 없다는 것조차도 인식이 잘 되지 않았다. 이따금씩 잊을 만하면 한번씩 "아, 형아 없으니까 너무 심심해...... 형아 보고 싶다......" 하는 작은 녀석의 푸념에 비로소 '아, 녀석이 없구나!'하고 깨닫는 것이었다.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다. 그 녀석이 일곱 살 무렵인가 처음으로 교회 여름 성경학교에서 하룻밤을 교회에서 묵는 순서가 있어서 하룻밤을 떨어져 지내게 되었다. 그 저녁부터 녀석의 얼굴이 오락가락.. 2006. 1. 6.
어제저녁 큰 녀석이 영어학원을 가고, 남편은 운동을 하느라고 아직 귀가 전이고, 작은 녀석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고, 나는 티브이를 시청 중인데 띠리리링 전화벨이 울렸다. 작은 녀석의 영어학원 담임선생님이었다. 늘 그렇듯이 공부를 너무 잘한다는 둥, 웃는 모습이 참말 이쁘다는 둥, 열심히 한다는 둥, 큰 녀석은 매력이 있다는 둥(지난해 담임이었음.), 그래서 여자애들이 무척 좋아한다는 둥(녀석은 극구 아니라고, 자기 좋아하는 여자 한 명도 없다고 한다. 아마도 과묵하니까 말 붙이기 힘들어서 안 붙이는 것이겠지. 녀석은 그래서 관심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 테고...), 어쩜 형제간이 다 공부를 잘하고 잘생겼다는 둥, 투철한 직업 정신으로 칭찬을 마구 늘어놓더니 결정적인 한마디. "재원이도 키가 참 큰데, 준.. 2005. 12. 20.
바람이 수상한 날 밤새 비가 오더니 바람이 시원해졌다. 해가 뜬 건지, 아닌 건지, 흐린 날인 건지, 아닌 건지, 분명하지 않은 날이다. 어제, 친구와 통화하는데 자격증이 여섯 개씩이나 된단다. 우리나라는 다이어트와 웰빙, 자격증, 인터넷에 미쳐 있다더니 나는 인터넷에 미쳐 있고, 친구는 자격증에 미쳐 있다. 큰녀석.. 2005. 8. 9.
샤기 어제 큰녀석과 함께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남들은 뒷머리가 길면 더위를 느낀다는데, 나는 앞머리가 눈을 찌를 정도로 길면 더위를 느낀다. 더군다나 어제는 그야말로 도로 위에다 계란을 팍 던지면 그대로 계란후라이가 될 정도로 햇빛이 이글거리는 날이었으니 날도 더운데 머리나 자르자,.. 2005. 8. 6.
큰녀석 아,,,,,귀가 괴로워!!! 듣기 싫어!!! 지난번 부평풍물축제 할 때 언더그라운드 그룹 '슬리핑잼'을 본 이후로 울 큰녀석 베이스기타에 푹 빠졌다. 그때 보컬의 기타줄이 끊어져서 잇는 동안에 베이시스트가 잠깐 독주를 했더랬다. 그 연주 소리에 감동을 받았나보다. 앉으나 서나 기타, 기타 하는 걸 들은 척도 안 했더니 컴으로 검색해서 학원도 알아내고, 수강료도 알아내고 별 짓을 다하더구만. 그래도 콧방귀도 안 뀌었더니 담임선생님과 싸바싸바해서 그 학교의 두 분의 기타 칠 줄 아는 선생님과 어떻게 엮어서 8월부터 두 시간씩 개인교습 받기로하고 왔네. 감탄했네. 별 짓을 다하는구만. 그래서 드디어 아이아빠가 기타를 하나 사줬구만. 대충 15만원짜리 정도로...... 아,,,,이것이 나의 고통의 시작일줄이야... 2005. 8. 2.
용감한 자가 미인을 쟁취한다 전에 제가 얘기했지요? 아들은 여섯살 유치원 때부터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5년째인 올해 드디어 한 반이 되었다고...... 그 애는 이 동네에서 유일하게 한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였지요. 시내에 있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인데 졸업식 행사 때면 2대 졸업상이라는 이름의.. 2005. 6. 25.
작은녀석의 별명 무대포, 납작수, 포동이, 준칠이, 찰고무, 닥종이인형. 이상은 작은녀석의 별명이다. 납작수는 돌 되기 전까지 어찌나 순한지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심지어는 목욕물 속에 넣어 놓아도, 목욕을 시키고 있어도 자고 있어서 순하다고 늘 눕혀만 놓았더니 뒷통수가 깎은 듯이 납작해서 붙은 별명이다. 포.. 2005. 6. 18.
세 살짜리의 아빠 흉내 결혼한 지 3년 만에 큰아이가 세 살, 작은아이가 이제 백일을 갓 지났다. 큰아이가 아들이라 둘째 는 딸이길 원했건만 둘째 아이도 아들이다. 바라던 딸이 아니라 내심 서운함이 큰데, 주위에서 겁 주는 소리 또한 크다. 아들 둘 키우다 보면 느는 건 주름살이요, 커지는 건 목소리뿐이고, 어찌나 우악스럽게 놀아대는지 아이들 뒤치다꺼리하다 보면 또래들 엄마보다 쉬 늙는단다. 그럴 때면 괜히 둘씩이나 낳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커가는 아이들의 재롱 속에 그런 생각은 봄 눈 녹듯 사라지곤 한다. 특히 세 살짜리 큰아이의 아빠 흉내가 곧잘 우리를 웃기곤 한다. 하루는 집안 청소를 하다가 무심코 골목에서 아이들과 놀려고 나가는 큰아이의 행동을 보고 혼자 서 웃음을 터뜨렸다. 글쎄, 제 아빠가 출근할 때 현관에서 구.. 2005.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