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

바람이 수상한 날

by 눈부신햇살* 2005. 8. 9.


 

 

 

밤새 비가 오더니 바람이 시원해졌다.

해가 뜬 건지, 아닌 건지,

흐린 날인 건지, 아닌 건지,

분명하지 않은 날이다.

 

어제, 친구와 통화하는데 자격증이 여섯 개씩이나 된단다.

우리나라는 다이어트와 웰빙, 자격증, 인터넷에 미쳐 있다더니

나는 인터넷에 미쳐 있고, 친구는 자격증에 미쳐 있다.

 

큰녀석은 기타에 미쳐 있고,

작은녀석은 게임과 셜록 홈즈에 미쳐 있고,

남편은 운동에 미쳐 있다.

 

이따가 큰녀석이 돌아오면

아이들 작은고모가 와서 세이브존 앞에다 데려다 줄 거다.

그러면 세이브존에서는 모아진 아이들을 버스에 싣고 청와대로 갈 것이다.

 

몇 달 전에 시누이가 내게 전화해서 좋은 기횐데 구경시켜주자 그래서

속으로는 '도대체 청와대 견학을 왜 해야 하는 거야?'하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지만,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서 그러라고 했다.

드는 비용은 어떡해요,했더니 계좌로 입금 시키랜다.

두 녀석이 견학하는데 35,000 원 정도가 든다.

청와대에서 무엇을 보고 오려나.

 

그새 해가 반짝 나왔다.

해는 한여름 열기를 간직하고 있는데, 바람은 수상쩍게도 가을을 담고 있다.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가을을 어찌 견딜까,하는 수상쩍은 마음을 일으키게 하는

괴씸하고도 시원한 바람이다.

'하루 또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을 걷는다..  (0) 2005.09.23
웰컴 투 동막골  (0) 2005.09.18
샤기  (0) 2005.08.06
큰녀석  (0) 2005.08.02
어제  (0) 2005.08.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