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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아버님 생신

by 눈부신햇살* 2005. 9. 5.


 

 

 

 

 

 

 

 

 

 

 

 

다음주 중에 아버님 생신이 끼어 있어서 일요일에 미리 당겨서 하느라고 이번주에 시골에 내려갔다.

토요일 오후에 일찌감치 출발했다. 밥먹는 시간조차 아깝고 급해서 김밥 몇 줄 사서 차안에서 먹으면서 내려간다.

차가 밀릴까봐, 빨리 가서 음식 준비를 도와야 하므로......

 

국도로 가는데, 천안쯤 가니 빗방울이 하나둘 흩뿌린다.

 

 


 

 

 

 

 

 

 

 

 

 

 

 

4시간 가량 걸려서 도착한 시골집 마당에 과꽃이 예쁘게 피어 있다.

과꽃을 보면 늘 떠오르는 노래.

'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

초등학교 때에 학교에서 몇 뿌리를 받아다가 마당 가 장독대 앞에 심어 놓고 두고두고 봤던 기억이 있는 꽃이다.

그래서 늘 친근하고 반가운 꽃.

 


 

 

 

 

 

 

 

 

 

 

 

 

색깔이 정말 곱다!!!

 


 

 

 

 

 

 

 

 

 

 

 

 

그 옆에 독말풀 꽃도 피고......

 


 

 

 

 

 

 

 

 

 

 

 

 

가지꽃도 피고, 가지도 주렁주렁 열려 있고......

어린 가지 하나 톡 따서 손으로 몇 번 훔치고 베어 먹는다.

 

다음날 잔치에 쓸 음식 재료들을 대충 손질해놓고 저녁에 고기 구워 먹을 때 싸 먹을 깻잎을 따는 둘째형님을 좇아 함께 딴다고 얼쩡거리는데, 감을 하나 따서 내게 건넨다. 그거 먹고 있는 사이에 모기가 너무 많아서 그만 따야겠다고 집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나는 몇 개 따지도 못했다. 나는 칠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형님은 반바지 차림이어서 모기들의 좋은 공격 대상이 되었나보다. 형님 열 방, 나 세 방 물렸다.

 

곧이어 큰집 식구들이 오고 날도 저물어서 저녁을 먹는다. 대식구가 큰 상 두 개에 둘러 앉아 고기를 구워 먹는다. 큰아주버님이 가져 오신 꼬냑을 한 잔씩 돌리는데, 목구멍을 통과해서 가슴까지 내려가는 것이 그대로 찌르르 느껴질 정도로 독하다.

"이건 내 타입이 아냐. 나는 맥주 마실래."

했더니 동서도 덩달아 자기도 맥주 타입이라고 해서 둘이서 권커니 잣커니 마신다.

 

그 사이에 큰아가씨가 혼자서 내려오고, 작은고모님 내외분이 오신다. 그리고 술자리는 밤이 깊은 줄 모르고 이어진다. 우리는 술상만 남기고 눈치껏 대충 치우고 작은 방에 이불 깔고 누워서 수다 조금 떨다 잔다. 언제나 처럼 내 바로 옆에는 동서네 쌍동이 딸들, 그 다음 동서, 그 옆에 둘째형님네의 늦동이 머스마, 둘째형님. 큰형님은 오늘은 안방에서 잔다고 한다.

다른 머스마 녀석들은 사랑방에서 잔단다.

 

다음날 여섯시에 일어나서 아침형 인간과는 전혀 거리가 먼 저녁형 인간인 나는 정신 못차리며 졸고 앉아 있다가 일을 시작한다. 둘째형님이 주방장이고 그 다음이 나, 그 다음 큰형님, 그리고 동서. 순서가 이상하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아침을 후딱 지어 먹고 음식 장만. 큰형님과 커다란 전기 후라이팬을 앞에 두고 큰형님이 반죽을 올려 놓으면 나는 뒤집개로 뒤집어서 소쿠리에 얌전하게 내어 놓는다. 얌전히 내어 놓지 않으면 어머님으로부터 금방 지청구가 날아오기도 하겠지만, 얌전하게 내어놓는 데에는 나도 일가견이 있는 성격이다.

 

그 옆에서 둘째형님 다른 음식 조물락거리고 보조인 동서는 커피 타다 나르고 심부름을 도맡아 한다.

 

12시에 동네 어른들이 오신다고 했는데, 일하다 말고 오시는 거라서 다른 해의 아침 식사 때와는 사뭇 다르게 절반도 안오셨다. 우리야 덕분에 좀 덜 고달펐지만 주인공이신 아버님은 많이 서운하신가보다. 식사를 하시고 한참씩 앉아서 말씀을 하고 가셨다.

그 사이, 아들들과 손자들은 벌초를 하러 갔다.

 

며느리들은 잠깐 시간이 비는 사이에 안방으로 들어가서 큰형님과 나는 침대에서 동서는 아래에서 낮잠을 잔다. 그런데 옆집의 우사 때문에 파리가, 파리가, 그 많은 파리떼들이 달라 붙어서 잠을 잘 수가 없다. 쫓으면 또 오고, 쫓으면 또 오고...... 에라이,,,,내가 안 자고 만다.

 

마당으로 나와서 조카들 사진을 찍는다.

 


 

 

 

 

 

 

 

 

 

 

 

 

올해 서울로 유학 온 대학생인 큰집의 큰조카가 아이들 머리를 죄다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여섯 살짜리 둘째형님네 늦동이와 열한 살짜리 울작은녀석의 키 차이!

 


 

 

 


 


 


 

 

 

 

 

 

 

 

 

모두 아들 둘씩 낳아서 사내녀석들만 바글바글한 집안에 꽃같이 어여쁜 동서네의 이란성 쌍동이 딸들. 내게도 저렇게 이쁜 딸 하나 있었으면......

 

 

 

고향에 내려와서 벌초 끝내고 겸사겸사 들리러 오신 큰이모님 내외분과 시동생 둘과 함께 저녁 식사까지 지어 먹고 여덟 시에 출발해서 집에 오니 11시 30분. 그나마 소통이 원활해서 일찍 들어온 것이다. 늦었다고 보고 전화 안 드리고 잤더니 아니나다를까 어김없이 오늘 아침 8시에 띠리리리링 전화벨이 울린다. 아버님의 확인 전화.

"건강하세요!"

하고 통화를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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