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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큰녀석

by 눈부신햇살* 2005. 8. 2.


 

 

아,,,,,귀가 괴로워!!!

듣기 싫어!!!

지난번 부평풍물축제 할 때 언더그라운드 그룹 '슬리핑잼'을 본 이후로

울 큰녀석 베이스기타에 푹 빠졌다.

그때 보컬의 기타줄이 끊어져서 잇는 동안에 베이시스트가 잠깐 독주를 했더랬다.

그 연주 소리에 감동을 받았나보다.

앉으나 서나 기타, 기타 하는 걸  들은 척도 안 했더니

컴으로 검색해서 학원도 알아내고, 수강료도 알아내고 별 짓을 다하더구만.

그래도 콧방귀도 안 뀌었더니 담임선생님과 싸바싸바해서

그 학교의 두 분의 기타 칠 줄 아는 선생님과 어떻게 엮어서

8월부터 두 시간씩 개인교습 받기로하고 왔네.

감탄했네. 별 짓을 다하는구만.

그래서 드디어 아이아빠가 기타를 하나 사줬구만.

대충 15만원짜리 정도로......

아,,,,이것이 나의 고통의 시작일줄이야.

칠 줄도 모르는 두 작것들이 수시로 붙잡고 뚱~ 띵~ 뚱~ 튕겨대는데

미칠 지경이다. 나도 모르게 몸이 오싹거리고 아~~~~~~~~~~~~!!!!!!!!!하는 비명이 나와.

어째야쓰까잉~~~~~~~~~!!!

제대로 된 음을 들을려면 아직도 멀었을텐디...........

 

 


 

얼마 전에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게 만들던 아들녀석이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커다란 기타를 둘러매고 기타를 배우러 갔다.

녀석은 미리 기타를 사고, 교본도 사서 코드도 몇 개 외워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어제 오전에는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기타가 비에 젖을까봐 노심초사를 하며 녀석이 학교에 갔는데,

그새 선생님은 약속을 잊어버리셨는지 아님 이 비에 녀석이 배우러 올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 녀석이 학교를 어슬렁거리며 기다려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으셨더랬다.

그러다 당직을 서고 계신 지난해의 담임선생님을 뵙게 됐고, 사정이야기를 들으신

선생님께서 기타를 가르쳐주겠다고 하신 선생님께 연락을 해서 뒤늦게

선생님께서 허겁지겁 달려오셨더랬다.

 

오전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얼마전에 누가 봤다고 얘기 하길래... 그 누구인 분 보고 웃지 마세요. 근데 그 할아버지-이브라힘 페레, 정말 노래 잘하는데요?....^^..이름 밝힐까보다. 무명씨님..메롱!)'을 들여다 보고 있었더니 녀석이 뚱땅거리고 앉아 있다가 기타 치는 사람을 보고 한마디 한다.

"으악! 고수다! 기타 줄도 12줄이다!"

아르페지오 주법이라느니, 스트로크 주법이라느니, 저건 클래식 기타라느니

내가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을 주절주절 늘어 놓고 있다.

그리고 어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는데 놀랐다.

 

녀석은 참 느리다. 굼벵이 버금가게......

보고 있노라면 속이 터지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닌데, 나무라면 녀석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한다.

"저는 느린 게 좋아요."

말문이 막혀서, 제가 좋다는 데에야 내가 어쩌겠나 싶어서 그냥 웃고마는데

그런 녀석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붙들고 늘어지는 면이 있어서 바로 그 점이 놀랍고 기특하다.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때쯤 되니까 녀석이 그랬다.

"엄마, 나 학교에서 음악 시간에 선생님께서 무얼 말씀하시는지 잘 모르겠어요.

피아노 학원 좀 보내줘요."

그래서 다니게 되고, 6학년이 된 올해, 체르니 40번쯤에서 그만 둘 때까지 즐겨했다.

언제나 이젠 그만 배워도 되지 않냐?하고 물어보는 것은 아이들아빠였다.

4학년 2학기 때쯤 되니까 역시나 녀석이 그랬다.

"영어 학원 보내줘요. 학교에서 하는 거 따라 가기 힘들어요."

 

나 같으면 선생님께서 한시간 동안이나 안 나타나셨더라면 일찌감치 한 20여분만에

돌아서 왔을 것이다.

"어떻게 기다렸어?"

"그럼, 기타도 샀는데, 배우려고 맘 먹었으면 끝까지 배워야지."

별 거 아닌 대꾸에 나는 그만 가슴이 울컥하고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아, 나는 팔불출 기질이 농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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