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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숲으로 가자! - 뒷산에서

by 눈부신햇살* 2005. 7. 11.

 


 

(이 사진은 맘카페에서 한장 가져왔습니다. 제가 찍으니 이런 분위기가 안 나서요...감사합니다.)

 

 

오전에 교회 다녀오고, 점심으로 떡볶이를 전골냄비로 하나 가득해서 먹고,

뒷산에 가자고 했더니 아들녀석들이 "두 분이서 오붓이 다녀오세요!"한다.

아니 벌써, 이제는 이 부모를 안 따라 다닐려고 하니 서러워라,하는 생각이 없잖아 들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때 짝꿍이 같이 가니 뭐, 그까이꺼,대충 만족하자,하는 마음으로 뒷산에 갔다.

 

숲은 가까워야 하고, 가까운 숲을 으뜸으로 친다고 김훈이란 글쓰는 분이 '자전거 여행'이란 책에서 말했다.

집 근처에 울창한 숲이 있다는 것은 큰 복이라고.

 

유월의 숲에서는 '피톤치드'라는 향기가 가장 많이 나와서 산림욕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한다.

신선한 산소와 음이온, 그리고 항균과 소취 역활을 하며, 특히 침엽수에서 많이 나온다고 한다.

벌레가 싫어하는 성분인가 향기인가 나와서 자신을 보호하는 역활을 하기도 하는데,

그 성분이 사람이 들이마시면 내장을 깨끗하게 해준다고 들은 풍월에 의하면 그렇다.

 

뒷산에는 낮은 키의 누리장나무와 국수나무 덤불, 찔레나무, 팥배나무, 잣나무, 물오리나무,

아까시나무, 참나무류와 소나무, 생강나무들이 있다.

훨씬 더 많겠지만 내가 보고 한눈에 딱 알아볼 수 있는 종류가 이만큼이다.

무슨 일인지, 옛날 사람들이 길을 가면 오리(五里)마다 만날만큼 흔한 나무여서

오리나무라고 이름 붙었다는 오리나무 잎사귀마다 벌레들이 잔뜩 붙어서 잎사귀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어떤 물오리나무는 잎사귀가 거의 없을 지경으로 알뜰하게도 먹어 치웠다.

 

"저 물오리나무는 피톤치드가 안 나왔나?"

"그게 아니고 저 벌레의 입맛에 물오리나무가 딱인 모양이지."

"아무튼 너무 불쌍하다. 어떡해."

 

공원묘지로 조성된 산이어서 납골당이 있는데, 그 근처의 물에서 오리들이 한가롭게 놀고 있다.

 

 

무덤가에 핀 달맞이꽃. 오후쯤에 필려고 아직 오무리고 있나.

외국에서 들어온 꽃이라지만 이제는 너무도 친숙한 꽃이 되었다.

 

 

원추천인국, 루드베키아. 남미가 고향이라는 이 꽃과 다른 노란꽃 금계국이 온 산을 뒤덮다시피 피었다.

오른쪽 귀퉁이에 내 발이 잡혔다.

이런이런, 빨리 오라는 말에 급하게 찍느라고 그만 내 발이 찬조출연 했다는 걸 감지하지 못했다.

 

 

 

 

길가에 흔하게 핀 수염같은 까치수영. 사진으로만 보고 실제로는 올해 처음보는 풀꽃이다.

기쁜마음으로 남편에게 이름을 일러주고 한마디 덧붙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아라!"

 

 

역시 올해 실물로 처음 마주친 녀석이다.

전 해도 그 전 해도 봤겠지만 무심히 지나쳤겠지.

몸을 비비꼬고 있는 이 녀석의 이름은 타래난.

 

 

약수터 가는 길로 들어서서 이런 오솔길이 너무 좋다느니, 앞서가는 사람에게 똥침을 놓는다느니,

일부러 팔자걸음을 걸어서 웃음을 터지게도 하고, 공옥진 씨의 흉내를 내서 깔깔거리게도 하길래

"아이구, 이 큰 준원(작은녀석의 이름)아! 어쩜 그렇게 둘이서 똑같니?"

면박을 줘가며 약수터로 내려섰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다.

 

멀리서부터 노랫소리가 들리더니 제법 넉넉한 덩치의 아저씨가 노래를 부르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중국어로 부르고 계신다. 그러다 열살쯤 되어보이는 녀석에게

너 이 노래가 무슨 노래인줄 아냐? 너 중국어 아는 것 있냐? 니 하오가 무슨 뜻인줄 아냐? 하며

계속 시끄럽게 중국말 얘기를 중국사람 특유의 거침없는, 다른 사람 아랑곳 하지 않고 큰소리로 물어보신다.

 

남편에게 작은 소리로 소곤거린다."나 딱 하나 알아.""뭐?""워 아이 니.""무슨 말인데?""사랑해"

 

약수를 마시려고 했더니 장마철에 먹는 약수는 약수가 아니고 빗물이니까 마시지 말라고 한다. 목이 타는 걸......

그냥 벌컥벌컥 마셨다. 지난번 동창들과 관악산에 갔더니 한 녀석이 그러던데.

"약수 아냐, 오염 됐어." 그때도 그 녀석을 한번 쳐다보며 웃고는 마셨더니 저도 마시던걸.

 

한무리의 사람들이 오더니 처음으로 올라왔는지 좋다고 하면서 삼겹살 구워 먹으면 딱이겠다고 한다.

어떻게 경치 좋은 곳만 있으면 고기 구워 먹을 생각부터 하는지 모르겠다.

좋은 경치를 감상하고, 좋은 공기를 들이 마실려면 그리하면 안되는 것을.

 

돌아오는 길, 길가에 사람들이 뭔가를 따고 있길래 들여다봤더니 산딸기를 따고 있다.

나도 먹어볼까 들여다 봤는데, 이미 사람들이 훑고 갔는지

빈 꼭대기만 달고 있는 틈에서 몇개 발견해서 따먹었다. 복분자니 어쩌니 장난쳐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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