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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엉뚱한 녀석

by 눈부신햇살* 2005. 5. 9.


 

 

 

 

 

 

 

 

 

 

 

 

 

부모님께 ♡

 

엄마, 아빠 학교에서 쓰라고해서 어쩔 수 없게 쓰게 됐구려...허허허

우선 과인의 용돈을 올려주시기 바라오.

이런 부탁만 하게 되는구려.또 자전거를 사주기 바라오.

학교에선 왜 편지를 쓰라하는지... 정말 난감하오.허허허

이런 말만 해 과인의 마음도 무거워지는구려.

그래서 지금부터 다른 내용으로 바꾸겠소.

일단 건강 챙기시고 또... 갑자기 생각하려니 생각이 잘 안나는구려.할 말이 없구려...

좋소 끝내겠소 잘어야 하오. 허허허. 엣햄(헛기침 소리)

혈압이 오르기 전에 가야겠구려.

이 편지를 읽을 때쯤이면 전 이미 나갔을게요.

 

2005년 4월 29일 금

 

ooo 올림

 

 

 


 

 

 

 

 

 

 

 

 

 

 

 

어버이날이라고 일주일 전에는 친정에 먼저 다녀오고,어버이날 당일에는 시댁에 가기로 했다.

토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가는데, 상하행선 모두 막힌다.예상보다 두어시간이 더 걸려서

둘째형님네와 동서네가 살고 있는 도시에 도착했다.식당을 미리 잡아 놓지 않아서

아이들과 나는 형님네에 들어가서 기다리고남편은 식당을 알아보러 다니고,

서방님은 시골의 부모님을 모시러 갔다.

 

8시쯤에 매일 먹는 음식말고 좀 색다른 것을 대접해보자고 해서모인 곳이 오리훈제바베큐 집이었다.

다섯 개의 방이 있고, 가야금 소리가 뚱~땅~땅 흘러나오는 것이 분위기가 괜찮았다.맛도 좋았다.

기름기를 쏙 뺀 오리를 다시 돌판에 얹어 덥혀서 무와 야채에 싸먹으니느끼하지 않고 담백했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맛있다고 했다.나중에 밥과 탕이 나오는데, 배가 불러서 절반은 남겼다.

 

이차로 노래방으로 몰려 갔다. 역시나 가무를 즐기지 않는 그집 식구들답게

의자에서 엉덩이 뗄 생각도 않고, 마이크 잡을 생각은 더더군다나 하지 않는다.

노래방을 왜 갔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래도 아이들은 신나서 이 노래 저 노래, 우리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최신곡과독특한 곡만 불러댄다.

크라잉 넛의 '서커스 매직 유랑단'이란 노래를큰녀석이 불러대서 어찌나 웃었는지......

노래를 즐기는 나는 다른 사람들의 목석화를 무시하고 몇 곡 불렀다.^^

 

근처의 둘째형님 댁에서 하룻밤 묵고, 시골집에 부모님 모셔다 드리며

열무김치 담가놓은 것 한 통과 유정란 한 바구니와 돼지막 옆에서 뜯었다는 돌미나리와

마늘종과 상추를 받아서 트렁크에 싣고 올라오는데,어디쯤 왔을까,

문득 작은녀석이 "큰일났다!" 그런다."왜" "얼마전에 학교에서 부모님께 편지를 쓰라고 하잖아.

그래서 쓸 말도 없는데, 편지는 왜 쓰라고 하나,하는 생각에 장난으로만 썼거든.

근데 다 쓰고나니까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드리라고 하잖아.

그 얘기를 왜 편지를 다 쓰고 나니까 하냐고......

"편지 보고 웃지도 말고, 화 내지도 마. 내 잘못 아니야. 미리 얘기를 해줬어야지......"

도대체 어떻게 썼길래 미리 저렇게 선수를 치나,하는 생각에

"그건 읽어보고 내가 판단할 일이지. 니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은 아니지."

그랬더니 큰일났다,라는 말만 연방 하고 앉아 있다.집에 도착해서 내민 편지를 받아보니 위의 내용이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 밖에 안 나온다.장차 뭐가 될려고......어이구!!!!!

 

 

**** 자전거는 어버이날 며칠 전에 이미 녀석이 용돈 모아 놓은 38,000원에다      

자신의 용돈 세달치를 가불해서  샀다.(9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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