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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26

백년해로 무심코 큰 녀석의 휴대폰 배경을 보니 우리 부부가 나란히 손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이 찍혀 있고 그 위에 라고 글자를 넣어 놓았다. 백년해로라는 말에 가슴이 찌릿해왔다. 녀석, 그래도 엄마 아빠의 다정한 모습이 보기에 좋았고, 늘 그리 살기를 소망했던가 보구나. 남편이 1박2일의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어제 저녁. 출장 끝에는 늘 운동가는 것을 빼먹고 집으로 곧장 퇴근해 들어오길래 그리할 줄 알고서 또 출장지에서는 술을 마셨을 게 뻔해서 속도 풀릴 겸 얼큰한 부대찌개를 끓였다. 7시가 가까워 오는데도 이렇단 저렇단 전화가 없길래 큰 녀석더러 아빠에게 전화해보라고 했더니 운동 갔다가 올 거라고 했단다. 쳇, 이제는 이 마누라보다 운동이 더 좋단 말이지. 집으로 곧장 안 오고 운동을 가게...... 다른 때 운.. 2006. 10. 14.
식욕이 부푸는 나이 한창 크는 나이인 두 녀석은 정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잘 먹는다. 아빠 엄마가 육식을 좋아해서인지 아이를 임신했을 때 고기를 많이 먹어서인지 아이들도 저녁 식탁에 고기 요리가 올라야 환호성이 터지고 오늘 저녁 메뉴가 뭐냐는 물음에 "소박한 밥상!"이라고 대답하면 "에이!" 하는 대답이 여지없이 돌아온다. 남편은 예전 고등학교 다닐 때에 2교시 끝나면 벌써 배가 고파와서 찬합 만한 누런 양은 도시락에 싸 간 밥을 반을 먹고 점심 시간에 나머지 반을 먹었다고 한다. 줄줄이 딸 셋 낳고 마지막으로 간신히 아들 하나 낳아서 시집살이에서 벗어난 친정 엄마와 동생들과 생활할 때 막내 남동생은 여자들 틈에서 자라느라고 그랬는지 거의 여성화되어서 남자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당연히 남자들의 세계.. 2006. 10. 13.
어쩐지...... 추석 전에 머리가 덥수룩한 것이 깔끔한 인상을 주지 않고 왠지 지저분한 느낌이 압도적이길래 이발을 하고 시골에 가자고 했더니 한사코 거부하던 두 녀석. 어제 큰 녀석이 머리를 자르고 왔다. 머리 자르는데 좀 많은 시간을 소요하고 오길래 손님들이 많은가보다,라고만 생각했다. 머릴 자르고 집으로 들어서던 녀석, 입이 귀 밑까지 찢어지며 희희낙락이다. 자신의 머리가 너무 멋지지 않냐며 어깨를 들썩거리고 몸을 건들거린다. 얼른 쳐다보니 단정해 보여서 나도 맘에 들었다. 어디서 잘랐냐고 물으니까 늘 가던 곳에서 잘랐다고 한다. 두 녀석과 내가 자주 이용하는 미장원이다. 기쁨에 겨워서 되돌아서는 녀석의 머리빛이 다른 날과 달리 갈색빛을 띠고 있길래, 어리석고 순진한 이 엄마 '시골에서 땡볕에 장시간 일하더니 머리가.. 2006. 10. 12.
부전자전 남편을 처음 봤을 때 밝고 깨끗한 모습에 아주 점잖아 보였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나의 이상형이었다. 마지못해 나간 소개 자리였으나, 어, 여태껏 어디 있다가 이제야 내가 원하는 남자가 나타났을까, 하는 흐뭇한 생각이 마음속에 밀물처럼 고여 들었다. 그 인상은 연애하는 3년내내 불변의 진리처럼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언제나 비누 냄새가 퐁퐁 풍길 듯한 깔끔한 차림새와 까무잡잡한 피부의 나와는 대조적으로 뽀얀 살결이어서 더욱더 깔끔해 보이는데, 식당조차도 깔끔하지 않으면 절대로 들어가질 않으니 요모로 보나 조모로 보나 '깔끔함'의 극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나를 만나러 오기 전에는 꼭 목욕(^^)을 하고 왔다니 깔끔해 보이지 않으래야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뽀얀 살결은 유전이어서 시누이들의 살결은 그야말.. 2006. 7. 28.
얼씨구절씨구!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이다. 핸드폰으로 찍었다. 내 핸폰은 130만 화소밖에 안돼서 사진을 찍으면 저절로 뽀샤시 처리가 된다. 핸드폰 배경을 큰 녀석과 내가 얼굴 맞대고 찍은 사진으로 했는데, 자동으로 뽀샤시 처리가 되는 관계로 얼굴의 주름살이 전혀 나타나질 않아서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모자지간이 아니라 연인 사이로 보인다고 했다. 일요일 오후, 서점에 가는 길이였던 것 같다. 신났다! 왜냐하면 책이 공짜로 생기니까. 솟구치는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중이다. 흐흐......구여븐 것들! 큰 녀석은 영문으로 된 '광수 생각', 작은 녀석은 '오멘', 그리고 나는 신경숙의 단편집 '강물이 될 때까지'를 샀다. 아이 아빠는 도둑 독서만 했다. 책값은 결혼기념일 선물로 회사에서 나온 문화상품권 두 장과.. 2006. 7. 12.
얘야, 손 좀 들거라! 얼마 전에 올해 5학년이 된 요 녀석의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어서 학교에 다녀왔다. 집에서는 온갖 개구진 짓을 다하는 녀석이면서, 가정 통신란에는 의젓하고...... 어쩌고 저쩌고 평상시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평이 실려온다. 그중에서 가장 싫은 말이 말수가 적고이다. 큰 녀석의 가정 통신란에도 어김없이 올라가 있던 그 말이니, 제발 작은 녀석의 가정 통신란에는 없기를 바랐는데, 기대를 무참히 무너뜨렸다. 3년인가를 아는 엄마의 딸래미와 한 반이었다. 그 여자아이는 꼭 한 학기를 회장(옛날 명칭 - 반장)을 했었는데, 일 년에 한두 번 학교에 얼굴을 내미는 나와 달리 학교의 자모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그 엄마는 녀석을 눈여겨보곤 하는지, 가끔씩 아들 녀석 얘기를 하곤 했다. 얼마나 의젓한지, .. 2006. 7. 11.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서... 핸펀 그기 무슨 기한 물건이라고,사줘요, 아이들 사생활에 대한 노파심이라면 염려놓으시는 쪽이 ... 그거 별거 아닙니다, 핸펀하나로 하루종일 죽치고 노는, 집중도 있는 얼라들의 깊이도 칭찬해줘야합니다, 디지털 창조놀이입니다, 처음 제가 핸펀 산날, 잠도 안주무시고 종일토록 메뉴얼 가지고 놀았던 적도 있답니다, 아이들은 대개 문자놀이를 즐길겁니다,그외는 사진놀이,음악놀이 등등일겁니다, 사주세요,아이의 기력을 떨어뜨리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사춘기입니다, 지네들끼리의 문화소통을 단절시키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핸펀을 사주는 대신 엄마와의 약속을 조건부로 제한하는 겁니다, 이때,엄마의 창조적인 협상안을 거십시오,밀고 땡기는 긴장된 제휴가 시작될겁니다, 약속 지키지 않았을때 내거는 '조르기'압박을 통해.. 2006. 7. 6.
조카 어버이날 주간이라고 이번 주일엔 친정에 다음 주에는 시댁엘 가기로 해서 친정에 갔다. 토요일 저녁에 동생네와 엄마와 우리 식구가 나가서 외식을 하고, 오늘은 조카의 축구 경기를 구경 갔다. 조카가 육상대회에 나가서 뛰는 모습을 보고 지금 학교의 축구부 감독이 적극 권해서 축구를 하게 됐다. 당연히 전학도 했다. 조카는 올해 5학년이다. 지난해 4학년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그 지역 신문에도 나오고 조금 유명하기도 하나보다. 산 밑에 위치한 축구장을 찾아가는데, 위치를 잘 몰라서 조금 헤매다 도착한 시간이 2시 못 미쳐서인데, 2시에 조카네 학교의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몸을 풀고 있는 조카 녀석에게 찾아가 아는 척을 했더니 시큰둥해서 계면쩍었는데 원래 규칙상 아무하고도 얘기를 하면 안 된단.. 2006. 4. 30.
내가 뛰니까... 정말 아쉽게도 두 아들 녀석이 다 안경잽이다. 안과 선생님께 진지하게 여쭸다. 학년초에 체격검사를 한 다음에 눈이 나쁘면 안과에 가서 재 시력검사를 해오라고 한다. "엄마, 아빠는 안경을 안 끼는데 애들은 왜 눈이 나빠요?" "요즘엔 티브이와 컴퓨터를 너무 가까이하는 이유도 있지만 갑자기 키가 쑥 자라도 시력이 떨어집니다. 영양분이 미처 골고루 가지 못해서요." 그래서인지 180센티미터의 둘째 아주버님과 170센티미터의 작은 시누이는 눈이 굉장히 안 좋다. 아무튼 녀석들이 안경을 끼기 시작해서 안경점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이란 게 안경 맞춘 지 일주일 만에 수학여행 가서 먼 곳으로 보내고 오기도 하고, 놀다가 망가뜨리기도 하고 돈이 제법 든다. 이번에도 작은 녀석이 옆의 학교에 가서 농구(남편이.. 2006.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