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남편의 생일에는 모나무르에 가서 코스로 먹었는데
이번엔 신정호 가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단품으로 시켜 먹자고 합의를 봤다.
이러다 신정호 둘레의 모든 식당과 카페를 다 가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비가 흩뿌리는 날.
미리 예약했더니 작은 룸을 하나 내주었고,
일산에서 출발해 서울의 작은아들을 태우고 올 큰아들 부부를 기다렸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인데도 꽃구경 가는 인파가 많은지 차가 제법 막힌다고 한다.
20분 늦게 도착한 아이들과 점심을 먹는다.
남편과 나는 로제파스타와 카프레제와 찹 스테이크,
큰아들 부부는 티본스테이크와 고르곤졸라 치즈 리조또,
작은아들은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와 안심 스테이크.
서로의 것을 조금씩 맛보기로 나눠 먹다가 리코타 치즈 샐러드 하나 추가 주문.
요즘 <텐트 밖은 유럽>을 재미있게 보는 중인데, 출연진 일행은 한창 스페인을 여행 중이다.
어느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여 먹을 때 간혹 입맛에 안 맞아 못 먹겠다고 하는 경우를 보고서
사람 먹는 음식이 맛이 다르다고 저렇게 못 먹을 수가 있을까 의아했다.
그 느낌을 이번에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며느리가 한 숟갈 떠서 맛있게 먹는 고르곤졸라 치즈 리소토를 큰아들이 먹더니
윽, 세다! 하면서 먹기 힘들다고 하는 것이다.
큰아들은 한식보다 양식을 훨씬 맛있어하는 입맛이다.
그렇다면 어디, 나도 한 입, 윽, 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쿰쿰한 맛은 뭐란가.
나의 반응에 남편과 작은아들은 맛보지 않겠단다.ㅎㅎ
식사 후엔 이렇게 신정호가 내려다보이는 카페 야외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그새 비가 개었다.
비가 온 후라 뿌옇게 보이던 산들이 그나마 제 색을 띠었다.
다음날 신정호에 갔더니 미세 먼지로 또 수묵화 같은 풍경이 되었다.
집에 들러 케이크 자르고, 몇 가지 밑반찬 해 놓은 것 싣고
바람처럼 아이들이 떠나갔다.
떠나고 난 자리가 홀가분한 것도 같고, 아쉬운 것도 같고......
일요일엔 큰아들 부부와 다른 몇과 팀을 이뤄 홍대 근처에서 밴드연주를 할 거란다.
아들은 기타 치고, 며느리는 베이스 기타를 칠 거라나.
원래 조금 칠 줄 알았던 베이스 기타를 아들이 조금 더 가르쳐 주었나 보다.
지난번엔 며느리가 일산의 유명한 빵집에서 디저트를 사 오더니
이번엔 작은아들이 집 근처 유명한 빵집에서 티라미수와 수제 쿠키를 사 왔다.
8개가 들어 있었는데 다 먹고 두 개 남으니까 문득 생각나 기록으로 남긴다.
이런 머리 장식핀도 선물 받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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