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시댁에 가는 길.
공주 유구를 지날 때면 늘 보게 되는 글램핑장 뒷산의 연두와 초록의 조화가 참 예쁘다.
이런 오지 같은 산골에는 휴식을 취하러 오는 것이겠지?
주변은 온통 낮은 산으로 둘러싸였고 보이느니 논과 밭,
앞으로는 작은 하천이 흘러 여름이면 물놀이도 할 수 있겠다.
시골집은 둘러보면 온통 먹거리.
돌미나리도 캐고, 참나물도 뜯고, 머위나물도 캐고......
나는야 나물 캐는 아지매.
뜯고, 데치고, 무치고.
하루해가 저문다.
남편과 시동생, 남자 둘은 또 밭일 삼매경.
시골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어. 휴우~~!
저녁엔 유럽여행에서 돌아온 동서와 쌍둥이 조카가 왔다.
참나물과 미나리와 쪽파와 오징어를 넣고 부침개를 몇 장 부치고,
집에서 재어간 불고기 볶고, 하루 종일 작업했던 나물들 무친 것으로
마치 손님 치르듯이 상을 차렸네.
조카들이 맛있다고 잘 먹어서 힘들었던 것 다 잊어버리고 내 기분 째졌네.
여행 뒷이야기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네.
동서와 나란히 서서 설거지를 마치고 동서네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 부부는 거실 돌소파에서 주무시는 어머니 옆에 이부자리를 펼치고 누웠다.
그 밤, 왜 잠은 오질 않고 갈수록 눈이 말똥말똥 해지는지......
잠 못 들어 뒤척이는 밤, 옆에서 어머님이 끙끙거려 이게 무슨 일인가,
어디 많이 편찮으신가, 저녁 드신 게 체하셨나, 일어나 어머님을 한참 쳐다보았네.
다음날 여쭤보니 괜찮으시다네.
다음날 낮에 남편이 어머니 모시고 모종 사러 간 후 나는 또 나물을 뜯었네.
이번에는 데쳐서 우리 집으로 가져올 요량으로.
가지, 오이, 호박, 고추 모종을 몇 개씩 사 왔는데 모종값이 참 싸다고 헐값이라고 감탄한다.
마침 주일이라 교회 다녀오던 남편 고향친구가 지나가다 집으로 들어왔고,
모종 간격은 그리 심는 것 아니라고 훈수를 두네.
그사이 어제 남은 부침개 반죽으로 전을 부쳐 내놓았더니 친구 각시까지 불러서 자전거 타고 놀러 왔다.
우리는 몇 년 만에 본다고 반가워했지만 실은 그 집 작은 아들 장가갈 때 가서 보았는데
경황이 없어서 기억에 없겠지.
부침개 몇 장에 모락모락 피어나는 옛날 얘기.
아이들 어렸을 때에 우리는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했던 사이라
아이들에 대해서도 할 얘기가 많아 웃음꽃이 끊이지 않았다.
마당 한켠에는 불두화나무에 연둣빛 꽃송이가 다글다글 무지하게 많이 맺혀서 그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니와 둘째 형님은 이 꽃을 한사코 수국이라고 하신다.
수국, 아니라고요.
수국은 이파리가 깻잎 모양이라고요.
잎사귀 모양이 갈라졌잖아요.
왜 제 말을 귀담아듣지 않느냐구요.(이건 마음속으로만 하는 말)
내 동생은 한번 말하니까 탁 알아듣고 무척 좋아하며
여태껏 수국이지 알았지 뭐야 함시롱 억시로 좋아라카던데.......쩝!
연둣빛 새순 색깔과 비슷하게 꽃봉오리를 맺었다가 점차 하얗게 변해가는 것이 신기하다.
확대해서 찍어야 겨우 잡히는 물망초 닮은 `꽃마리'도 피고,
그 옆에 `주름잎'도 피었다.
부는 바람에 사정없이 흔들렸다.
예전엔 친정에 다녀올 때면 배웅하는 엄마의 슬픈 얼굴이 나를 울렸다.
이젠 그 씩씩하고 강하던 어머님의 기력이 쇠진해 가는 노년의 쓸쓸함이 마음에 아프게 와닿네.
백년해로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지(아버님 가신지 이제 겨우 2년이지만...),
남편에게 무병장수 하세요,
저절로 인사 건네게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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