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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326

김장 올해도 어김없이 200포기였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차이라면 지난해에는 배추 포기가 커서 여섯 조각 나오는 것이 수두룩했는데, 올해는 네 조각 나오고, 더러는 반으로만 가른 두 조각짜리도 있다는 거였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에는 수업이 없고, 동서도 주 5일제 근무라 근처에 사는 형님과 동서는 일찌감치 시골집에 가서 배추를 절이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남편이 출근을 하는 터라 우리는 1시에 출발했다. 차가 막힐 것을 염두에 두고, 또 빨리 내려가서 거들 겸 점심은 김밥으로 간단하게 차 안에서 때우기로 했다. 다른 때에도 그렇게 급하게 갈 때면 가끔씩 들러서 김밥을 사가던 김밥집이 문을 닫아서 다른 집을 찾게 되었다. 대로변에 면한 가게였는데, 신장개업이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었다. 들.. 2005. 11. 30.
꼴불견 지난 일요일에 한 달치 생필품도 사고 일 년이면 10센티미터씩 자라서 늘 바지가 모자란 큰 녀석의 코듀로이 바지도 몇 개 살 겸 시내로 나갔다. 먼저 상가가 밀집해 있는 문화의거리에 나가서 바지 2개와 겨울연가에서 준상이가 입고 나온 베이지색의 코트와 똑같은 디자인의 코트를 감색으로 샀다. 아들 녀석의 얼굴이 시커멓다고 밝은 색을 입혔더니 얼굴만 동동 떠있는 거 같아서 "감색으로 주세요." 했더니 점원 왈, "감색은 없고요. 교복 위에다 입히시려면 진한 색으로......"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질 급한 나, 가로채서 얼른 말 받는다. "곤색이 감색이에요. 어떻게 감색이라고 하면 전부 못 알아듣고 곤색이라는 일본말을 해야 알아듣는다니까요." 하며 잘난 척을 한다. 옷 값이 왜 그리 비쌀까? 거품이 많이 들.. 2005. 11. 22.
가끔씩... 하나의 소원 프랭크 뎀프스터 셔먼 나는 앉아서 가끔씩 소원해 보지 내가 하늘을 나는 하나의 연(鳶)이었으면 싶다고, 그래서 산들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려가고만 싶다고 그러면 나는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고 굽이쳐 흘러내리는 강도 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항행(航行)하는 모든 배들을 따라갈 수 .. 2005. 11. 18.
비밀 어제 컴퓨터를 하는 남편 옆에 앉아 있노라니 로그인을 하는 과정에서 무심코 칸 이동을 한 다음에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걸 칸 이동이 되지 않은 채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순간 눈이 휘둥그래져서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남편이 아차, 싶은지 나보다 눈을 더 크게 뜨고서(원래는 나보다 눈 작음.) .. 2005. 11. 7.
단풍비 올봄에는 이리 복사꽃이 화사하고, 개나리 진달래도 더불어 봄을 알렸더랬는데, 꽃 피던 봄도 가고, 무덥던 여름도 가고, 낙엽 지는 가을이다. 요 며칠 가을답지 않고 포근한 것이 마치 봄날 같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뭇잎은 바람이 한차례 불 때마다 봄에 꽃비 내리듯이, 겨울에 눈 내리듯이, 단.. 2005. 11. 4.
종로에서 2 어찌어찌하다 보니 10개월 만에 모임을 했다. 10개월 만에 모임을 했다는 말은 10개월 만에 종로에 나갔다는 말과 같다. 종로는 우리들의 아지트다. 막상 말은 이렇게 하지만 길눈이 어두운 나는 그 골목이 그 골목 같고, 거기가 거기 같아서 언제나 생각 없이 친구들 뒤만 쫄쫄 따라다닌다. 수다만 떨면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도심 속의 한적한 곳, 종묘 안으로 들어갈려고 했더니 쉬는 날이다. 다른 고궁이라도 거닐자고 해서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 114에 전화해서 번호를 안 다음 경복궁 관리사무소로 전화했더니 역시나 휴무인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우리는 전생에 무수리였거나 상궁이었는지, 아님 조금 더 출세해서 임금님 눈에 띄어 권력의 꼬투리라도 잡게 된 후궁이었는지 고궁을 내 놀던 옛 동산이나 내 거닐던 옛.. 2005. 10. 26.
은행알을 주웠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진 속의 나무는 은행나무 아닙니다. 아는 분이 올리신 사진 하나 돔바왔습니다.) 은행알을 주웠다. 이태전, 아침 출근길에 줍기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가을이 되면 은행나무 밑을 지나칠라치면 예사롭게 봐지지 않는다. 때마침 바람이라도 한차례 불어서 우수수 은행알이 떨어.. 2005. 10. 14.
위기의 주부들 가끔씩 세상을 잘 못 살고 있나,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어제 같은 경우인데, 다른 병실의 환자 둘이서 심심한데 고스톱이나 치자고 왔다. 낭계동(?)에서 3년 망운서국민학교 다니면서 긴긴 겨울방학이면 나도 화투를 쳤다. '도둑놈잡기'나 '민화투'를 쳤다. 손목 맞기 내기로. 행자언니인가, 송자언.. 2005. 9. 30.
길을 걷는다.. 길을 걷는다. 집을 나서서 경찰학교 사택으로 이어지는 길로 나와서 장애우들의 학교 예림원 앞을 지나서 얼마전 공사가 끝나서 이제 막 차들이 다니기 시작한 만월터널 윗길을 지나서 한전과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사잇길을 지나서 군수물자 나를 때만 일년에 두어번쯤 기차가 지나간다는 기찻.. 2005. 9.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