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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가끔씩...

by 눈부신햇살* 2005. 11. 18.

 

 

 

하나의 소원

 

                   

                       프랭크 뎀프스터 셔먼

 

나는 앉아서 가끔씩 소원해 보지

내가 하늘을 나는 하나의 연(鳶)이었으면 싶다고,

그래서 산들바람을 타고

어디론가 날려가고만 싶다고

그러면 나는 마을을 내려다볼 수 있고

굽이쳐 흘러내리는 강도 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항행(航行)하는 모든 배들을 따라갈 수 있을 거야

감미로운 미풍을 안고 있는 나처럼,

마침내 내가 그들과 함께

낯선 이름을 가진 어떤 곳에 다다를 수 있을 때까지

 

 

 

 

나도 떠나고 싶다.

솔개처럼 하늘 높이 날아올라서

그리스의 산토리니 마을에 가서 언덕 위의 하얀집들도 보고,

지중해의 푸르고 푸른 바닷물도 눈이 시리도록 들여다 보고,

 

 

프랑스의 아를에 가서 정말로 고흐의 그림 속에서 처럼

달덩이만한 별들이 론강으로 풍덩풍덩 빠져드는지 확인해 보고싶고,

 

 

레몬색이라는 노란색을 칠한 밤의 카페 테라스에 앉아

오고 가는 행인들을 지켜보며 어스름이 깔리면 정말로 그렇게 달만한 별이

하늘을 메우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에 가서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준세이와 아오이가 내려다봤을 법한

피렌체 시가지를 내려다보며, 더불어 마키아벨리가 걸어 다녔을 법한 길도 가늠해 보고 싶다.

 

이집트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에서 미아가 아닌 길 잃은 어른이 되어 반나절쯤 헤매 다녀보고 싶다.

 

몇 달, 몇 년쯤 오지로 돌았던 바람의 딸 한비야처럼

먼 곳으로만, 먼 곳으로만 돌아다니다 나를 잊을만 하면 돌아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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