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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326

얼씨구절씨구! 가장 최근에 찍은 사진이다. 핸드폰으로 찍었다. 내 핸폰은 130만 화소밖에 안돼서 사진을 찍으면 저절로 뽀샤시 처리가 된다. 핸드폰 배경을 큰 녀석과 내가 얼굴 맞대고 찍은 사진으로 했는데, 자동으로 뽀샤시 처리가 되는 관계로 얼굴의 주름살이 전혀 나타나질 않아서 친구들에게 보여줬더니 모자지간이 아니라 연인 사이로 보인다고 했다. 일요일 오후, 서점에 가는 길이였던 것 같다. 신났다! 왜냐하면 책이 공짜로 생기니까. 솟구치는 기쁨을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는 중이다. 흐흐......구여븐 것들! 큰 녀석은 영문으로 된 '광수 생각', 작은 녀석은 '오멘', 그리고 나는 신경숙의 단편집 '강물이 될 때까지'를 샀다. 아이 아빠는 도둑 독서만 했다. 책값은 결혼기념일 선물로 회사에서 나온 문화상품권 두 장과.. 2006. 7. 12.
얘야, 손 좀 들거라! 얼마 전에 올해 5학년이 된 요 녀석의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어서 학교에 다녀왔다. 집에서는 온갖 개구진 짓을 다하는 녀석이면서, 가정 통신란에는 의젓하고...... 어쩌고 저쩌고 평상시에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평이 실려온다. 그중에서 가장 싫은 말이 말수가 적고이다. 큰 녀석의 가정 통신란에도 어김없이 올라가 있던 그 말이니, 제발 작은 녀석의 가정 통신란에는 없기를 바랐는데, 기대를 무참히 무너뜨렸다. 3년인가를 아는 엄마의 딸래미와 한 반이었다. 그 여자아이는 꼭 한 학기를 회장(옛날 명칭 - 반장)을 했었는데, 일 년에 한두 번 학교에 얼굴을 내미는 나와 달리 학교의 자모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그 엄마는 녀석을 눈여겨보곤 하는지, 가끔씩 아들 녀석 얘기를 하곤 했다. 얼마나 의젓한지, .. 2006. 7. 11.
종로에서 3 또다시 오랜만에 종로에 나갔다. 언젠가도 말했듯이 내가 종로에 나갔다는 것은 모임을 한다는 말이다. 역시 언젠가 또 말했듯이 종로는 우리의 아지트이고, 아지트라고 하면서 몇 년을 들락날락거렸지만 여전히 거기가 거긴 것 같은 길치인 나는 앞장서는 친구들 뒤만 강아지처럼(아니 늙은 어미 개인가...) 졸졸 따라다닌다. 당연히 친구가 길을 잘못 들어서면 무조건 나도 잘못 들어서는 것이다. 그뿐인가, 길 따위엔 관심도 없어서 뒤에서 다른 친구들과 수다 떨기 바쁘다. 그 수다라는 것이 전형적인 아줌마의 범위를 못 벗어나서 어머, 얘, 너 지난번보다 피부가 훨씬 좋아졌어. 이뻐졌다. 옷 어디서 샀어? 화장하는 법을 바꿨구나? 살찐 것.. 2006. 7. 8.
기쁨을 주체할 수 없어서... 핸펀 그기 무슨 기한 물건이라고,사줘요, 아이들 사생활에 대한 노파심이라면 염려놓으시는 쪽이 ... 그거 별거 아닙니다, 핸펀하나로 하루종일 죽치고 노는, 집중도 있는 얼라들의 깊이도 칭찬해줘야합니다, 디지털 창조놀이입니다, 처음 제가 핸펀 산날, 잠도 안주무시고 종일토록 메뉴얼 가지고 놀았던 적도 있답니다, 아이들은 대개 문자놀이를 즐길겁니다,그외는 사진놀이,음악놀이 등등일겁니다, 사주세요,아이의 기력을 떨어뜨리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사춘기입니다, 지네들끼리의 문화소통을 단절시키면 걷잡을 수 없습니다, 핸펀을 사주는 대신 엄마와의 약속을 조건부로 제한하는 겁니다, 이때,엄마의 창조적인 협상안을 거십시오,밀고 땡기는 긴장된 제휴가 시작될겁니다, 약속 지키지 않았을때 내거는 '조르기'압박을 통해.. 2006. 7. 6.
이렇게 난처할 수가... 이따금 각자의 사정에 의해서 금요일에 드리는 가정예배를 다른 요일로 바꾸는 경우가 있다. 지난주 목요일 저녁에 남녀 연합 속회 예배를 드리면서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이번 주에는 평소처럼 금요일 아침에 드리는 걸로 알고서 모처럼 아침 일찍 깨끗이 씻고서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나 저제나 전화벨이 울리길 기다려도 전화벨은 잠잠했다. '또 예배 날짜 늦추고서 내게만 연락하지 않았구나.' 생각하고 평상시에 시간 보내는 대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잖아도 기회만 되면, 아니 기회가 되지 않아도, 때로 어떤 구실을 만들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곤 하는 예배인지라 하나도 섭섭하지 않았다. 누가 날라리 신자 아니랄까 봐서. 다만 전화 연락을 미리 해주지 않은 점에 아주 조금, 병아리 눈물만큼 .. 2006. 6. 25.
꽃,꽃,꽃 어제 근처 공원에 운동 겸 산책하러 갔다. 꽃밭이란 명찰을 달고 있는 줄로 처진 울타리 안에 다알리아, 수레국화, 패랭이, 마거리트, 루드베키아, 양귀비(?)가 마구마구 뒤섞여서 햇빛을 즐기고, 살랑거리는 미풍에 몸을 흔들고 있었다. 벌과 나비만 꽃을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우.. 2006. 6. 21.
아까시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사진은 센포 님 블로그에서 한 장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어렸을 적에 흔히 '아카시아'라고 부르던 나무의 명칭은 정확하게 '아까시' 나무라고 한다. 짜장면이 자장면인 것 처럼. 짜장면이라고 불러야 정말 짜장면 맛이 나는 것처럼, 아까시 나무도 아카시아라고 불러야 정말로 아카시아 꽃.. 2006. 5. 22.
산길에서 어제 혼자서 뒷산에 올랐다. 산을 빙 둘러서 나있는 포장도로를 쉬엄쉬엄 느긋하게 오른다. 그래도 가파른 고개를 하나 넘으니 숨이 턱에 찬다. 저 멀리 송도 앞바다가 보이고, 아파트 건설현장도 보인다. 발아래로 부지기수인 무덤들도 보인다. 엄마는 함께 오를 때면 무덤을 보면서 언제나 무섭다고 하는데, 나는 무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무덤가에 돋아난 풀꽃들만 본다. 더 본다면 묘지가 얼마나 잘 가꾸어졌나, 하는 정도. 어느 무덤가에 핀 보랏빛의 제비꽃. 그 옆의 쌀알만 한 꽃마리들이 호위하고 있는 듯하다. 꽃마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비꽃 못지않게 아름답거늘 너무 작다 보니 한눈에 쏙 들어오는 것은 제비꽃이다. 올해 처음 만나 본 '구슬붕이'이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아무리 머리를 이리 굴리고,.. 2006. 5. 15.
산이 연둣빛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은 연두도 가지가지 연두로 저만의 연둣빛을 뽐내지만 그래서 멀리서도 한눈에 저 나무는 무슨 나무인지 알아볼 수 있지만 한여름이 되면 모두 다 한결같이 진초록으로 짠 듯이 옷을 갈아입어서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모두가 한 덩어리 한 몸으로 보인다. 그러다 가을이면 저마다의 단풍빛으로 각자의 옷을 또 뽐낸다. 모두다 새순을 내놓는 중에도 늦도록 옷을 갈아입지 않던 내가 좋아하는 이태리포플러는 어느 아침 느닷없이 옷을 갈아입고 한순간에 멋쟁이가 되어서 아! 하는 감탄사가 나오게 했다. 역시 포플러야! 여름이면 반짝이는 햇살에 팔랑거리며 빛나겠지. 팔랑팔랑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며 귀염을 떨고, 보는 이의 눈도 시원하게 만들겠지. 우리 동네는 번화하지 않아서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2006. 5.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