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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아까시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by 눈부신햇살* 2006. 5. 22.


(사진은 센포 님 블로그에서 한 장 가져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어렸을 적에 흔히 '아카시아'라고 부르던 나무의 명칭은 정확하게

'아까시' 나무라고 한다. 짜장면이 자장면인 것 처럼.

짜장면이라고 불러야 정말 짜장면 맛이 나는 것처럼,

아까시 나무도 아카시아라고 불러야 정말로 아카시아 꽃향기가 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내가 최초로 먹어 본 꽃이 아까시 꽃이다.

다글다글한(얼마전에 세작 님 블로그에서 이 표현을 읽는데, 어쩜 딱 알맞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꽃송이를 하나 뚝 따서,

또는 조롱조롱 여러 개의 꽃송이가 달려 있는 가지 하나를 뚝 분질러서

동무들과 함께 먹던 기억.

알싸하고, 비릿하고, 향기롭던 기억.

 

동무네집 마당 가에 있던 찔레순도 꺾어서 벗겨먹던 기억이 있다.

봄에 새순이 돋아나면 연하디 연한 순을 톡 분질러서

마치 유채동처럼 벗겨 먹던 일.

아홉 살 무렵의 일이니까 광주에서의 일이다.

 

시골에 가서는 여러 개의 잎사귀가 달려 있는 아까시 큰 잎을 하나 톡 따서

가위 바위 보를 해서 누가 먼저 잎을 빨리 없애는가 내기 하던 놀이.

또 잎을 쫙 훑어서 버린 후에 그 줄기로 머리를 말아서 퍼머하던 놀이.

달궈진 부지깽이로 고데한다고 머리 말았다가 부지직 머릿카락 타는 냄새만

고약하게 나던 기억.

 

아까시 꽃에 얽힌 기억들이다.

 

엊저녁에 소파에 앉아서 티브이를 보다보니

이따금 축축하고 눅눅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찬 기운이 묻어나는

꼭 비를 머금은 듯한 바람이 한번씩 불 때마다

아까시 꽃향기가 바람에 날려와 코를 자극한다.

 

나무 가득 꽃을 풍성하게 달고 있는 그 나무 밑을 지나노라면

콧구멍이 평소보다 두 배는 커지는 것 같다.

흠흠...... 벌름벌름......

그 순간, 살며시 눈도 감아지고,

마음도 아스름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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