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혼자서 뒷산에 올랐다.
산을 빙 둘러서 나있는 포장도로를 쉬엄쉬엄 느긋하게 오른다.
그래도 가파른 고개를 하나 넘으니 숨이 턱에 찬다.
저 멀리 송도 앞바다가 보이고,
아파트 건설현장도 보인다.
발아래로 부지기수인 무덤들도 보인다.
엄마는 함께 오를 때면 무덤을 보면서 언제나 무섭다고 하는데,
나는 무섭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고
무덤가에 돋아난 풀꽃들만 본다.
더 본다면 묘지가 얼마나 잘 가꾸어졌나, 하는 정도.
어느 무덤가에 핀 보랏빛의 제비꽃.
그 옆의 쌀알만 한 꽃마리들이 호위하고 있는 듯하다.
꽃마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비꽃 못지않게 아름답거늘
너무 작다 보니 한눈에 쏙 들어오는 것은 제비꽃이다.
올해 처음 만나 본 '구슬붕이'이다.
왜 그런 이름이 붙었을까?
아무리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봐도 모르겠다.
가을에 요런 모양의 꽃이 피면 '용담'이란다.
조개나물도 자기 존재를 알아달라고 내게 눈짓한다.
보라색 들꽃이 참 많네, 라는 생각을 하며
한참을 무덤가에 앉아 있다.
산 아래를 내려다본다.
저 묘지마다 다 사연 하나씩 갖고 있겠지......
하릴없는 생각도 해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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