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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3월

by 눈부신햇살* 2006. 3. 13.

노트님 블로그에 놀러갔더니(^^)

우리가 흔히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북미원주민의 달력에서는 달을 이렇게 표현한다고

올라온 글이 있는데 한결같이

다 마음을 사로잡는 표현이다.

그 중에서 삼월을 표현한 것만 뽑아본다.

 

*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달 - 체로키 족

* 암소가 송아지를 낳는 달 - 수우 족

*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달 - 아라파호 족

 

봄은 새로 시작하는 달이어서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고,

또 그 새로 시작하는 것들이 마음을 그냥 두지 않아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건가.

심지어 암소도 송아지를 낳아서 키우는 달이라니

뭐든 열심을 갖고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을 얻어 해야할라나 하는

의무감 내지는 강박관념 비슷한 것까지 들려하는군.

머잖아 뽀얀 젖빛의 목련도 흐드러지게 피어날 테고,

그 나무 아래서 편지를 썼다는 사월의 누구도 떠오를 테고,

산에는 연분홍의 진달래가 손과 손을 맞잡은 듯이 피어날 텐데,

아직도 겨울의 한가운데쯤에 머물고 있는 건 내 마음뿐인가 보다......

 

지난해 3월에 끄적거렸던 글이다.

그때 조금, 아니 많이 심란했던가. 무엇이 마음을 가라앉혔을까......

지금은 무엇 때문에 심란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자잘하고 소소한 것들에 신경이 쓰였던가.

 

아침에 3월에 내리는 눈 같지 않게, 기가 막히게 펑펑 함박눈이 쏟아졌다.

며칠간 봄날씨처럼 포근했던 터라 두터운 코듀로이 바지나 모직 바지 내지는

두꺼운 외투들은 모두 집어 넣고 조금 얇은 옷들로 꺼내 입었다.

아무리 추워도 그래도 3월인데, 다시 두터운 바지를 꺼내서 입기도 그렇고,

외투 역시 다시 꺼내 입는다는 것이 어째 선뜻 내키지 않는다.

덕분에 덜덜 떨면서 갈 곳을 갔다.

 

아, 큰녀석은 이 추운날 아침에 얇은 교복 쟈켓에 외투도 안 걸치고 갔는데,

작은녀석도 오리털점퍼 벗어버리고 얇은 봄점퍼로 갈아 입혔는데, 춥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그러나 곧이어 눈이 그치고, 햇살이 반짝거렸다.

언제 눈이 내렸나 싶게 시치미를 뚝 뗀 날씨가 되었다. 그래도 바람은 겨울 칼바람처럼 차가워서

얇은 옷들 사이로 마구 들어온다. 아, 무쟈게 춥다.

 

그 추운 가운데도 배고파서 자유시간 깨물며 손 시려워, 추워, 하면서 집에 왔다.

가만히 눈 여겨 보니 앞집의 목련 나무에도 꽃망울이 맺혔고,

학교 담장의 노란 개나리도 꽃망울이 맺혔든데, 이게 뭔일이여, 하면서 무척 놀랐겠다.

그래도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어서 따땃한 봄날이 될 터이니 가는 겨울의 마지막 심술을

잘 견디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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