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쉽게도 두 아들 녀석이 다 안경잽이다.
안과 선생님께 진지하게 여쭸다. 학년초에 체격검사를 한 다음에 눈이 나쁘면 안과에 가서 재 시력검사를 해오라고 한다.
"엄마, 아빠는 안경을 안 끼는데 애들은 왜 눈이 나빠요?"
"요즘엔 티브이와 컴퓨터를 너무 가까이하는 이유도 있지만 갑자기 키가 쑥 자라도 시력이 떨어집니다. 영양분이 미처 골고루 가지 못해서요."
그래서인지 180센티미터의 둘째 아주버님과 170센티미터의 작은 시누이는 눈이 굉장히 안 좋다.
아무튼 녀석들이 안경을 끼기 시작해서 안경점을 들락거리기 시작했는데,
아이들이란 게 안경 맞춘 지 일주일 만에 수학여행 가서 먼 곳으로 보내고 오기도 하고,
놀다가 망가뜨리기도 하고 돈이 제법 든다.
이번에도 작은 녀석이 옆의 학교에 가서 농구(남편이 어렸을 적에는 오로지 축구였다는데, 문화가 바뀌어서 요즘 녀석들은 오로지 농구이다.)를 하면서 망가뜨릴까 봐 벗어놓은 외투를 높은 곳에 올려놓으면서 안경도 외투 위에도 얌전히 모셔놨는데 다른 여자아이들이 놀면서 건드려 하수구 위로 떨어지면서 망가져 버렸단다.
안경이 애꾸가 되어서 왔다. 한숨이 나왔다.
"에고, 또 돈 들어가겠네!"
안경점엘 가는데 집에 혼자 있기 심심하다며 큰 녀석도 쫄래쫄래 따라온다. 엄마를 졸라서 맛있는 거 얻어먹으려는 속셈이겠지만.
걸어가다가 갑자기 뛰고 싶은 충동이 일어서 후닥닥 뛰었다. 어, 녀석들도 뒤에서 갑자기 나를 따라서 후닥닥 뛰어온다. 그 모습이 우습다.
"어, 내가 뛰면 다 뛴다."
깔깔거리면서 또다시 뛰니 역시나 아이들이 후닥닥 또 따라서 뛴다.
멈추니 아이들도 로봇처럼 따라서 멈춘다. 이번에는 큰 녀석이 뛴다. 아무도 따라 뛰지 않는다.
"쳇! 아무도 안 따라 뛰네."
내가 뛴다. 음, 귀여운 녀석들 또 따라 뛴다. 어찌나 우스운지 배를 잡고 웃는다.
녀석들 난리법석이다.
"엄마, 엄마가 좋아서 뛰는 줄 알아요? 그게 그렇게 재밌어요? 아이고, 울 엄마는 아직도 어리시다니깐. 엄마가 돈 내는 거여서 따라 뛰는 거예요."
띵!!!!!!!!! 현기증이......
안경점에서 안경을 단골이라고 오천 원 깎아서 맞추고, 근처의 미국식 정통 핫도그 집으로 갔다.
단골이다. 언제부턴가 아주머니가 내가 가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그새 내가 핫도그를 많이 팔아주긴 팔아줬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모처럼 아들 녀석들과 함께 갔더니 나 쳐다보고, 아이들 쳐다보더니 토끼눈을 만들면서
"이렇게 큰아들들이 있어요? 되게 젊게 봤는데?"
아부성 멘트인 줄 뻔히 아는 데도 입이 귀에 가서 걸리는 나. 좋아서 마구 웃으며 답한다.
"제가 젊은 게 아니라 요 녀석이 조숙한 거예요. 애, 이제 중학교 가는 걸요."
"그래도 엄마가 젊어 보여."
웃음으로 답한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더니
"좋겠어. 나는 어디 가면 늦게 결혼하셨나 봐요?, 그렇게 물어볼 거다."
"그건 그래. 아래층 여자가 부부가 나이 차이 많이 나나 봐요? 하고 물어봤었어."
녀석들이 옆에 있다가
"맞아요. 엄마는 되게 젊어 보여요. 친구 집에 가봐도 엄마가 젤 젊다니까."
흑, 핫도그 사준 보람이, 새로 안경 맞춰 준 보람이.
이것도 내가 물주라서 하는 아부성 멘트 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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