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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조카

by 눈부신햇살* 2006. 4. 30.

 

 

 

어버이날 주간이라고 이번 주일엔 친정에 다음 주에는 시댁엘 가기로 해서 친정에 갔다.

토요일 저녁에 동생네와 엄마와 우리 식구가 나가서 외식을 하고,

오늘은 조카의 축구 경기를 구경 갔다.

 

조카가 육상대회에 나가서 뛰는 모습을 보고 지금 학교의 축구부 감독이 적극 권해서 축구를 하게 됐다. 당연히 전학도 했다.

 

조카는 올해 5학년이다. 지난해 4학년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그 지역 신문에도 나오고 조금 유명하기도 하나보다.

 

산 밑에 위치한 축구장을 찾아가는데, 위치를 잘 몰라서 조금 헤매다 도착한 시간이 2시 못 미쳐서인데, 2시에 조카네 학교의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몸을 풀고 있는 조카 녀석에게 찾아가 아는 척을 했더니 시큰둥해서 계면쩍었는데 원래 규칙상 아무하고도 얘기를 하면 안 된단다. 경기에 집중할 수 없다고.

 

골대 앞에서 공을 발로 가지고 있는 녀석이 조카이다. 하늘색 점퍼 걸친 녀석.

 

서울 중랑구에서 축구부가 있는 초등학교 다섯팀이 겨루는 경기이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슛돌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기분이다.

아이들이라 전반, 후반 각 25분, 중간 쉬는 시간 10분, 딱 60분이 경기 시간이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공을 가지고만 있어도 함성을 지른다. 동생도 어김없이 소리를 지른다.

동생의 애타는 마음이 등뒤로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나는 그 마음가짐만 못한 것이 조금 미안하고, 어쩔 수 없이 한 다리 건너는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멀리 보이는 나지막한 야산의 나무들은 새순이 막 돋아나고 있는데, 한눈에도 다른 종류의 나무라는 것이 눈에 확 띈다. 봄과 가을에는 제각각의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한여름이 되면 모두가 한결같이 진초록으로 무장해서 멀리서 보면 나무의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그러다 가을이면 또 저마다의 단풍색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10분의 쉬는 시간에 감독의 지도를 받고 있다.

아쉽게도 상대편에게 2대 0으로 패했다.

그래도 조카의 날랜 모습이 흐뭇했다.

 

축구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엄마가 조카 덕분에 업사이드가 무엇인지와 축구선수가 각자 맡은 역활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중에 전해 들으니 조카는 다섯 팀중에 3위를 했다는데, 동생은 조금 아쉬운가 보다.

잘 자라거라! 나의 조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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